
세계가 뒤흔들리는 밤, 나는 어디에 서야 하나
아이가 겨우 잠든 걸 확인하고 조용히 방문을 닫았다. 오늘따라 재우는 데 한 시간 반이 걸렸다. 딸내미가 "아빠 같이 자자"를 열 번쯤 외친 뒤 기절하듯 스르르 눈이 감겼다.
그 옆에 누워 핸드폰을 꺼내드는 순간, 세상이 얼마나 빠르게 돌아가고 있는지가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왔다.
오늘은 솔직히 좀 압도됐다.
호르무즈, 그리고 세상이 바뀌는 소리
뉴스 첫 줄부터 심상치 않았다. 두바이 현물 원유가 배럴당 150달러를 넘었다는 소식. 이게 얼마나 이상한 숫자냐 하면, 같은 원유인데 걸프 현물은 150달러, 한 달 뒤 대서양 선물(브렌트)은 114달러다. 30달러 넘게 차이가 난다는 건 지금 당장 걸프에서 기름이 물리적으로 사라지고 있다는 뜻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하루 2,000만 배럴 차단. 전 세계 석유 소비의 20%다.
IEA가 "역사상 최대 공급 차질"이라고 공식 선언했다. 1973년 오일쇼크, 1979년 이란 혁명 때와 비교해도 규모가 7배다. 트럼프는 "48시간 내 개방 안 하면 발전소 때린다"고 최후통첩을 날렸고, 이란 측에서 "이란의 적과 연계된 선박 제외하고 통과 허용 가능"이라는 애매한 발표가 나왔다.
근데 솔직히 이게 끝날 것 같지 않다. 협상 가능한 사람이 없다. 미국은 발을 빼면 페트로달러 체제가 무너지고, 이란은 카르발라 정신으로 저항이 의무다. 베팅 시장 "4월 말 재개" 확률이 80%에서 30%로 뚝 떨어진 게 허언이 아닌 이유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최대 피해국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이번 위기가 한국에게 숨겨진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원전 15기 가동 중인데 5월까지 6기를 추가 가동한다. 원전 가동률을 정상 수준으로 올리는 것만으로 LNG 소비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일본이 LNG 의존도 35~40%로 발전 부문 자체가 흔들리는 것과는 다른 그림이다.
한번 위기가 터질 때마다 반도체·조선·배터리·방산·원전으로 도약해온 나라가 한국이다. 이번에도 그 패턴이 반복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머스크가 그린 그림 — 이건 칩 공장이 아니다
테라팹 설명회 내용을 읽다가 멍했다.
연간 1TW의 컴퓨팅. 지금 전 세계 AI 컴퓨팅 출력이 20GW다. 50배다. 삼성·TSMC·마이크론한테 "칩 살게요" 했더니 공급 확장 속도가 너무 느려서 직접 짓기로 했단다. 텍사스 오스틴에 테라팹 1호점을 짓는데, 한 건물 안에서 마스크 제작부터 칩 생산, 테스트, 재설계까지 원스톱으로 돌린다. 경쟁사 대비 반복 속도 10배. SpaceX, xAI, Tesla가 손잡고.
만드는 칩이 두 종류다. 옵티머스 로봇과 전기차용 엣지 추론 칩, 그리고 우주에서 방열판 최소화를 위해 지상보다 더 뜨겁게 가동되는 고출력 우주용 칩. 우주에는 연간 1,000만 톤 규모의 AI 위성을 쏘아올려 궤도에서 1TW 태양광 발전도 구축한다.
근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테라팹 다음은 달에 전자기 매스 드라이버를 설치하는 것이다. 대기 없고 중력이 지구의 1/6인 달에서 로켓 없이 화물을 쏘아올리면 비용이 다시 한번 폭락하고, 1TW의 1,000배인 페타와트(PW) 규모가 가능해진다.
"미래에는 모든 것이 공짜가 될 것이다. 누구나 토성 여행을 갈 수 있는 세상이다."
오글거리는 것 같지만, 저 사람이 지금까지 해온 것들을 보면 그냥 웃어넘기기가 어렵다.
투자 관점에서 보면 이건 칩 → 로봇 → 우주 → 태양 에너지 → 달 발사체로 이어지는 수직 통합 생태계다. SpaceX·xAI·Tesla 세 회사가 각 고리를 맡는 구조. 이 체인이 돌아가려면 무조건 메모리가 필요하고, 그 메모리는 SK하이닉스와 삼성이 만든다.
중국도 메모리 못 구한다
오늘 가장 구체적인 데이터를 본 건 중국 클라우드 이야기였다.
중국 클라우드 시장은 원래 알리바바·텐센트·화웨이가 피 터지게 싸우는 가격 경쟁 시장이었다. 그런데 올해 3월, 사상 처음으로 가격 인상 사이클이 돌기 시작했다. 이유는 AI Agent의 토큰 사용량이 예상을 완전히 초과했기 때문이다.
텐센트 실적 컨콜에서 나온 말이 서늘했다. "메모리 공급이 몇 달, 몇 분기, 몇 년 단위로 이미 예약 완료." 중국 자체 메모리 회사 CXMT조차 내수 물량을 못 맞추고 있다. 텐센트는 AI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자사주 매입을 줄일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스터디 모임에서 나온 말도 인상적이었다. 중국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Claude 쓰는 게 유행이고, 중국 내 맥북 중고가가 확 튀었단다. "1년 후엔 한국도 Claude가 두부처럼 흔해질 것"이라는 예상.
아이 재우면서 나도 매일 핸드폰으로 이것저것 물어보고 있는데, 솔직히 이미 그렇게 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정리하면
오늘 읽은 것들이 사실 하나의 그림이다.
에너지 위기 → 공급망 재편 → AI 수요 폭발 → 메모리 부족 → 반도체 가격 상승. 이 흐름 속에서 한국이 가진 원전 버퍼, SK하이닉스의 HBM 경쟁력, 조선·방산의 구조적 수혜가 겹쳐있다.
물론 무섭기도 하다. 호르무즈가 진짜 장기화되면 우리 일상도 달라진다. 기름값, 물가, 금리. 직장인 아빠로서 걱정 안 할 수가 없다.
근데 그게 또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다. 아이가 크는 속도보다 내 통장이 자라는 속도가 느리면 안 되니까.
오늘도 핸드폰 내려놓고 자야겠다. 딸내미 옆에서 새우잠 자면서도 이 생각은 멈추지 않는다. 아빠가 더 열심히 해야지.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온다. 운은 존재하지 않는다." — 세네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