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 4시. 커피 머신 돌아가는 소리 들으면서 핸드폰을 열었다.
어제 코스피 숫자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4.47%. 하루 전 +8.44%를 자랑하던 그 지수가 하루 만에 상승분 절반을 뱉어냈다. 닛케이도 -2.44%, 코스닥은 -5.36%에 매도 사이드카까지 발동됐다.
뭐가 있었던 건지 뉴스를 거슬러 올라갔다.
시장이 원한 답과 트럼프가 준 답
한국시간 오전 10시, 트럼프 대국민 연설이 시작됐다. 그 직전 코스피는 +1.33%, 5,551선에 있었다. 연설이 시작되자 지수가 수직으로 내려갔다.
트럼프가 한 말을 정리하면 이렇다. "향후 2~3주간 이란을 극도로 강하게 타격할 것." "이란 지도자들은 모두 죽었다. 새 정권은 더 합리적이다." "호르무즈 해협? 각국이 스스로 지켜라. 아니면 미국에서 원유 사라."
구체적인 종전 로드맵은 없었다.
시장이 원한 건 "언제, 어떻게 끝나는가"였다. 트럼프가 준 건 "더 때린다. 근데 곧 끝난다"였다. 그 모순이 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 WTI가 연설 직후 +11% 폭등해 배럴당 111달러를 찍었다. 2022년 6월 이후 최고치다.
그런데 미국장은 왜 버텼나
장 초반 미국도 -1.5% 급락으로 시작했다.
반전이 나온 건 장 중반이었다. 이란 부외무장관이 발표했다. "이란과 오만이 호르무즈 해협 통행 모니터링 프로토콜을 협의 중이다." 이 뉴스 하나에 낙폭을 전부 되돌리고 소폭 플러스로 마감했다. S&P500 +0.11%, 나스닥 +0.18%. 숫자만 보면 보합이지만 거기까지 가는 과정이 전부였다.
트럼프가 "이란을 석기시대로 돌려보내겠다"고 했는데도 시장이 버틴 건 호르무즈 재개방 가능성 하나 때문이다. 지금 시장이 보는 핵심 변수가 뭔지 이 장면이 정확히 보여줬다.
삼성 -5.9%, 하이닉스 -7% — 반도체가 무너졌다
국내장에서 눈에 박힌 숫자가 따로 있었다.
삼성전자 -5.91%, SK하이닉스 -7.05%. 유가 급등에 따른 헬륨 공급 차질 우려가 반도체 전체를 짓눌렀다. 반면 방산주는 달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은 전쟁 장기화 수혜 기대로 나홀로 상승했다. 같은 날 같은 시장에서 반도체와 방산이 정반대로 움직인 날이다.
기관이 1조 4,500억 순매도를 주도했고 개인이 1조로 받쳤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번 주를 한 줄로 정리하면
월요일 -0.39%, 화요일 +2.91%, 수요일 +0.81%, 목요일 +0.11%. 미국 기준 주간 S&P500 +3.4%, 나스닥 +4.4%다. 숫자만 보면 좋은 한 주다.
그런데 체감이 전혀 다른 이유가 있다. 매일 장중 등락이 1.5~2%를 넘었고, 트럼프 발언 하나에 하루치 흐름이 통째로 뒤집혔다. 한국은 +8% 폭등 후 -4.5% 급락으로 결국 비슷한 자리에 있다. 롤러코스터를 탔는데 제자리다.
채권은 조용히 방향을 잡았다. 지난주 금요일 4.44%였던 10년물이 이번 주 4.28%로 마감했다. 16bp 하락. 금리 인상 공포는 이미 시장에서 지워졌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주말 사이 세 가지를 봐야 한다
오늘 Good Friday로 미국 증시는 휴장이다. 비농업 고용지표는 발표되지만 시장 반응은 월요일에 나온다. 그 월요일이 트럼프의 이란 최후통첩 데드라인 4월 6일이다.
이란-오만 호르무즈 프로토콜이 진전되느냐, 고용지표가 어떻게 나왔느냐, 트럼프가 데드라인에서 어떤 카드를 꺼내느냐. 이 세 개가 겹치는 날이 월요일이다.
지금 두 개의 시나리오가 동시에 살아있다. 호르무즈가 열리면 유가가 내려오고 기술주가 폭등한다. 호르무즈가 계속 막히면 유가 120달러를 넘어서고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다시 올라온다.
어느 쪽이든 월요일 장 시작 전에 답이 나온다.
아이 어린이집 보내고 나서 핸드폰 들여다보는 시간이 이번 주말엔 평소보다 길어질 것 같다.
"예측이 어려운 게 아니다. 예측이 틀렸을 때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어렵다." — 피터 번스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