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제일제당 하면 백설표 설탕이나 다시다를 떠올리기 쉽지만, 이 회사가 탄피를 고철로 팔아 번 돈으로 시작됐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국민 브랜드 '백설'이 1964년 사내 공모에서 영업과 여사원 김구혜 씨의 아이디어였다는 점도 흥미롭다. 삼성 창업 때부터 69년간 무노조 정책을 고수하다가 2022년에야 처음 노조가 생긴 기업이기도 하다.
창업 스토리
이병철 회장은 1953년 부산에서 제일제당공업을 세우며 "생필품을 수입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고 다짐했다. 창업 자금의 출처가 흥미롭다. 1951년 삼성물산이 한국전쟁 때 탄피를 고철로 수출해서 번 돈이었다. 전쟁의 폐허에서 탄피를 팔아 모은 돈으로 설탕공장을 지은 것이다. 5개월간의 시행착오 끝에 1953년 11월 5일 우리나라 최초의 설탕 6,300kg이 탄생했다. 회사 창립기념일을 법인 설립일도 아닌 첫 생산일로 정한 것 자체가 그 감격을 보여준다.
성장과 위기
당시 수입 설탕은 600g에 300환으로 소고기보다 2배나 비쌌다. 제일제당은 이를 3분의 1 가격인 100환에 공급하며 시장을 뒤흔들었다. 1975년 복합조미료 다시다를 출시했고 1980년 미원을 따라잡는 데 성공했다. 가장 큰 위기는 삼성에서 분리되는 과정이었다. 이병철이 장손 이재현을 1985년 제일제당 경리부 평사원으로 들여보냈고, 1997년 우여곡절 끝에 분리 독립했다. 반전은 문화사업이었다. 1995년 드림웍스에 3,000억 원을 투자했고, 1998년 외환위기 때 다른 기업들이 영화사업에서 철수할 때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2018년에는 2조 원으로 미국 슈완스를 인수하며 글로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금 뭐 하는 회사인가
2024년 매출 17조 8,710억 원, 영업이익 1조 323억 원을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약 20조 원이다. 해외 사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해 식품 매출 중 해외 비중이 49.2%까지 올라갔다. 비비고 만두는 북미 시장 점유율 1위로 2위 브랜드와 3배 차이를 벌리고 있다. 김치 매출은 전년 대비 38%, 냉동밥 22%, 만두 18% 급증하며 K-만두 신드롬을 일으켰다. 전 세계 7가정 중 1가정이 비비고 제품을 구매한다고 한다. 한때 병원 링거까지 생산했던 회사이기도 하다. 현재는 분사됐지만 식품회사가 수액 제품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이 회사의 사업 다각화 역사를 보여준다.
투자 포인트
K-푸드 열풍과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이 가장 뚜렷한 강점이다. 해외 매출 비중이 절반에 육박하면서 원화 약세의 수혜 구조도 갖추고 있다. 다만 최근 사상 첫 연간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단기적 어려움이 있으며, 장기적 관점에서의 수익성 회복 여부가 핵심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