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그룹 하면 과자와 백화점을 떠올리지만 그룹 최고 캐시카우는 따로 있다. 바로 롯데케미칼이다. 한때 롯데쇼핑보다 시총이 더 컸을 정도로 돈을 잘 벌어다 주던 이 회사가 순수 한국 자본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1958년 '롯데화학공업'이라는 회사가 이미 있었는데 형제 싸움으로 분해되었고, 그래서 다시 만든 것이 지금의 롯데케미칼이다.
창업 스토리
1973년 공기업 한국종합화학공업이 여수석유화학을 세웠고, 1974년 일본 제일화학공업과 합작 계약을 맺어 1976년 3월 호남석유화학이 탄생했다. 미쓰이그룹 투자단이 제일화학공업을 지주회사로 세워 한국과의 합작을 준비한 구조였다. 창립 직원은 여수석유화학 직원 52명에 신규 채용 4명을 더해 총 56명으로 출발했다.
성장과 위기
1979년 정부의 석유화학 공기업 민영화 결정이 첫 번째 터닝포인트였다. 치열한 경쟁 끝에 롯데가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진짜 반전은 2010년 말레이시아 타이탄케미칼 인수였다. 1조 5,000억 원이라는 당시 국내 기업 해외 M&A 최대 규모 딜을 성사시켰다. 2016년에는 유가 하락으로 스프레드가 확대되면서 역대 최고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LG화학을 제치고 국내 1위에 올랐다. 그러나 그 타이탄이 이후 발목을 잡았다. 2022년부터 연간 2,000억 원대 영업손실을 내더니 2025년에는 세전손실이 1조 원을 넘어섰다. 인수 당시 기업가치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지금 뭐 하는 회사인가
롯데케미칼은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에틸렌을 연간 450만 톤 생산하는 국내 1위 석유화학 회사다. 합성수지부터 화학제품까지 모든 것의 기초 원료가 된다. 여수·대산·울산에 대규모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전 세계 120여 개국에 수출한다. 시가총액은 3조 4,000억 원 수준이다. 2026년 1분기에는 10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해 매출 4조 9,905억 원, 영업이익 735억 원을 기록했다.
투자 포인트
핵심은 업황 사이클이다. 나프타와 에틸렌 스프레드가 300달러를 넘어야 손익분기점인데, 2022년 3월 이후 3년간 계속 300달러 밑에 머물렀다. 최근 흑자 전환은 긍정적 신호다. 말레이시아 법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보이지만 50년간 한국 석유화학 산업과 함께 성장해온 저력이 있다. 증권사들도 목표 주가를 상향 조정하며 회복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스프레드 회복 지속 여부와 말레이시아 법인 리스크는 함께 점검해야 할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