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아연 하면 아연을 떠올리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 회사가 세계에서 은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기업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연간 2,080톤의 은을 만들어내는데, 이것이 다 아연 만들다가 생긴 부산물이다. 회사 이름의 탄생 비화도 흥미롭다.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한국을 대표할 만한 이름의 아연사를 만들라"고 권고해서 '고려아연(KOREA ZINC)'이라는 이름이 나왔다.
창업 스토리
1949년 황해도 사리원 출신인 장병희와 최기호, 두 사람이 서울 남대문에서 만났다. 장씨는 전기기구와 농기계를, 최씨는 발동기를 팔았는데 같은 고향에 나이도 비슷해 금세 죽마고우가 됐다. 한국전쟁 때 부산으로 피신했던 두 사람은 1952년 '영풍해운'을 반반 지분으로 창업했다. 1970년 경북 봉화 석포에 국내 유일 아연제련소를 만들었다. 고려아연은 1974년 별도 법인으로 탄생했다. 석포제련소가 낙동강 상류라 수질 오염 문제로 확장이 어려웠고, 정부가 경남 온산에 비철금속단지를 조성하면서 제2제련소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온산제련소가 바로 그때 시작됐다.
성장과 위기
영풍그룹은 창업 이후 세 차례 지배권 분쟁을 겪었다. 첫 번째는 1993~1996년 공동창업주 최기호의 장남 최창걸이 주도한 경영권 다툼이었다. 장씨 가문 지분 32.91%와 최씨 가문 30.38%로 2%까지 좁혀지는 아슬아슬한 구도였다. 1978년 아연제련공장을 본격 가동한 이후 2006년 수출 10억 달러·2010년 25억 달러를 달성했다. 2021년에는 영업이익 1조 원을 처음 넘어섰다. 1974년 연간 5만 톤에서 시작해 현재는 100만 톤 이상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급 제련소가 됐다. 2022년 3세 최윤범이 회장으로 부임하며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구조를 바꾸기 시작하면서 갈등이 본격화됐다.
지금 뭐 하는 회사인가
시가총액 25조 원으로 코스피 35위다. 2025년 매출 16조 5,000억 원, 영업이익 1조 2,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44년 연속 영업흑자, 분기 기준으로는 104분기(26년) 연속 흑자라는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2024년 9월부터 MBK파트너스와 손잡은 영풍의 적대적 M&A 시도로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이다. 주당 66만 원 공개매수를 시도했지만 고려아연이 두 차례 주주총회를 거쳐 방어에 성공했다. 현재 24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최윤범 회장은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내세우며 신재생에너지·자원순환·이차전지 소재 분야로 확장 중이다. 안티모니·인듐 같은 전략광물을 생산하는 국내 유일 업체로서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투자 포인트
26년 104분기 연속 흑자라는 안정성이 가장 뚜렷한 강점이다. 미·중 갈등으로 탈중국 공급망 구축이 화두가 되면서 전략광물 생산 국내 유일 업체로서의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경영권 분쟁과 24건 소송으로 인한 불확실성은 함께 점검해야 할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