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제철의 가장 놀라운 비화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정몽필의 전임으로 적자덩어리 인천제철을 담당했다는 사실이다. 1982년 정주영의 장남 정몽필이 인천제철의 적자 누적을 막는 임무를 맡았지만 경부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로 급작스레 사망하는 비극이 일어났다. 정주영이 무려 4번이나 가출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첫 가출이 바로 청진의 제철 공장 건설 공사장 노동자를 모집한다는 기사를 보고 소를 판 돈으로 원산 고원의 철도 공사판에서 흙을 날랐던 것이다. 정주영의 첫 사회경험이 제철소 건설 현장이었다는 운명적 인연이다.
창업 스토리
현대제철은 6.25전쟁이 채 끝나지 않은 1953년 6월 10일 대한중공업공사로 출발했다. 전후 시설 복구에 필요한 철강재를 생산하기 위한 국가적 프로젝트였다. 대한민국 최초 철강회사였다. 평로 제강공장·블룸 중형압연공장·박판 압연공장 등을 잇따라 건설하며 한국 철강업체 최초의 공채사원을 선발하고 조직체제를 정비했다.
성장과 위기
일관제철소 건설은 정주영 선대회장의 숙원이었다. 자동차·건설·중공업 등 사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발휘하면서도 이들 사업의 주요 소재인 철강을 직접 생산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1978년 정부 방침에 따라 현대그룹이 인천제철을 인수했다. 국내업계 최초로 H형강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연산 200만 톤으로 세계 1위를 자랑한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때 강원산업과 삼미특수강을 인수하며 국내 전기로 제강의 35% 이상을 차지하는 초대형 철강회사가 됐다. 가장 극적인 순간은 2004년 한보철강 인수다. 1차·2차 입찰이 연속으로 실패한 끝에 INI스틸-현대하이스코 컨소시엄이 8,771억 원에 인수했다. 부도 후 7년 만의 매각이었다.
지금 뭐 하는 회사인가
2010년 일관제철소 가동을 시작으로 대변혁을 이뤘다. 제1고로부터 제3고로까지 3기의 고로 체제로 총 2,000만 톤 조강생산능력을 갖춘 세계 10위권 종합철강사가 됐다.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22조 7,332억 원, 영업이익 2,192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7.4% 증가했다.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2조 1,521억 원을 투입해 연산 270만 톤 규모의 제철소를 건설 중이며 2029년 1월 상업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소 생산에서도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코크스가스에서 순도 99.999%의 수소를 만드는 파이브 나인 공장을 운영하며, 수소전기차 연료원 기준을 충족한다. 현대자동차그룹 내 유일한 수소 생산 역량을 보유한 계열사로 연간 3,500만 톤의 수소를 생산한다.
투자 포인트
한보철강 인수를 통한 극적인 반전과 수소경제 시대를 대비한 미래 준비가 주목할 강점이다. 루이지애나 미국 제철소 건설도 장기 성장 동력이다. 다만 철강업은 글로벌 경기 변동과 원자재 가격에 민감하고, 탄소중립 전환 비용도 함께 점검해야 할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