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들고 있는 스마트폰 화면. LG폰이 아니어도 LG가 만든 패널일 수 있다. 아이폰 사용자 세 명 중 한 명은 LG디스플레이 패널로 세상을 보고 있다. 삼성이 아닌 다른 브랜드의 OLED TV 패널도 대부분 LG디스플레이에서 나온다. 그런데 이 회사의 출발점이 소프트웨어 회사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1985년 금성반도체는 이탈리아 올리베티와 손잡고 '금성소프트웨어'를 세웠다. 1993년에는 게임 배급까지 했다. 소프트웨어→게임→LCD→OLED. 이 황당한 궤적이 지금의 LG디스플레이다. OLED 원천 특허는 원래 코닥이 갖고 있었다. LG디스플레이가 2009년에 약 1억 달러에 통째로 사버렸다.
창업 스토리
1987년, LG그룹 중앙연구소에서 TFT-LCD 개발이 시작됐다. 당시 TV·모니터용 LCD 패널은 전량 일본산이었다. 1993년 LG전자 내에 LCD 사업본부가 출범했고 1995년 구미에 1공장(P1)을 세워 본격 양산에 들어갔다. 1999년 결정적인 한 수를 뒀다. 네덜란드 필립스와 50:50으로 합작법인 'LG필립스LCD'를 출범시킨 것이다. 기술 노하우와 글로벌 판매망을 동시에 가져오는 전략적 승부수였다. 필립스는 2008년 보유 지분을 대량 매각하고 손을 뗐다. 기술을 배우고 자본을 끌어온 다음 충분히 커졌을 때 혼자 일어선 구조였다.
성장과 위기
2000년대 초중반, LG디스플레이는 LCD 분야에서 세계 최초 기록을 줄줄이 썼다. 세계 최초 20.1인치 TV용 LCD(2000년)·42인치 HDTV용 LCD(2002년)·55인치 LCD(2002년)·100인치 LCD(2006년). 2004년에는 한국과 미국 증시에 동시 상장했다. OLED 개발 초기 수율은 20%였다. 100장 만들면 80장이 불량품이었던 시절이 수년간 이어졌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았고, 2013년 세계 최초 55인치 OLED TV 패널 양산이 현실이 됐다. 당시 제품 가격은 1,100만 원이었다. 위기는 중국에서 왔다. BOE·CSOT 같은 중국 업체들이 정부 보조금을 바탕으로 LCD 시장에 저가 물량을 쏟아내면서 가격 경쟁력이 무너졌다. 2023년에는 LG그룹 최고위급 인사가 직접 애플 캘리포니아 본사를 찾아가는 절체절명의 국면도 있었다. 아이폰15 프로 시리즈 납품 물량이 품질 문제로 크게 줄어든 상황이었다.
지금 뭐 하는 회사인가
2022~2024년 3년 연속 영업적자를 냈다. 2024년 연간 영업손실은 5,606억 원이었지만 매출은 전년 대비 25% 증가한 26조 6,000억 원을 기록했고 OLED 비중이 처음으로 55%를 넘어섰다. 2025년 3개 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고 연간 영업이익 5,170억 원·순이익 3,040억 원을 기록했다. OLED 매출 비중은 60%까지 올라왔다. 중국 광저우 LCD 공장은 CSOT에 매각해 약 2조 2,466억 원을 확보했다. 그 자금으로 경기도 파주에 7,000억 원 규모의 국내 복귀 투자를 추진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도 LG디스플레이를 공식 국내 복귀 기업으로 선정했다. 아이폰 OLED 패널 공급 비중은 삼성디스플레이 50%·LG디스플레이 30% 수준이다. 공장은 팔았지만 누적 7만 건의 특허를 바탕으로 중국 업체들을 상대로 특허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투자 포인트
3년 연속 적자 이후 첫 본격 흑자 전환 구간에 들어섰다. OLED 비중이 55%에서 60%로 빠르게 올라가면서 LCD 의존도가 줄고 있는 구조 변화가 뚜렷한 강점이다. 다만 중소형 OLED에서 삼성디스플레이와의 격차, 애플 납품 비중 변동, 글로벌 경기에 따른 패널 수요 사이클은 함께 점검해야 할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