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화재는 이병철이 창업한 회사가 아니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1월, 피란지 부산 대창동에서 발기인 11명이 세운 '한국안보화재해상재보험'이 출발점이다. 삼성은 이 회사를 창업한 것이 아니라 사버렸다. 지금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12년 연속 1위를 달리는 삼성화재는, 그 시장에 업계에서 가장 늦게 뛰어든 꼴찌였다.
창업 스토리
1952년 1월, 구진현을 중심으로 한 발기인 11명이 세운 한국안보화재해상재보험이 삼성화재의 첫 번째 혈통이다. 이병철의 삼성은 1958년 2월 안국화재해상보험을 인수하며 보험업에 진출했다. 창업이 아닌 인수였다. 1962년 삼성은 두 회사를 하나로 합쳤고 이듬해 안국화재해상보험으로 재출범했다. 두 갈래 혈통이 하나로 합쳐진 순간이다. '삼성화재'라는 이름을 달게 된 것은 무려 1993년, 창립 41년 만이었다.
성장과 위기
1983년, 정부가 자동차보험 독점체제를 풀자마자 삼성화재가 뛰어들었다. 이후 자동차보험이 성장의 핵심 엔진이 됐다. 2005년에는 전 세계 보험업계 최초로 중국에 단독법인을 세웠다. 외국 보험사가 합작 파트너 없이 중국에서 단독으로 법인을 만든 세계 최초의 사례였다. 2009년, 가장 드라마틱한 반전이 시작됐다.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시장에 업계 꼴찌로 뛰어든 것이다. 삼성화재가 꺼내든 카드는 '콜 프리(Call Free)' 정책이었다. 보험료를 계산하러 들어온 고객에게 가입 권유 전화를 일절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결과는 숫자가 말해준다. 진입 5년 만인 2014년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시장 1위로 올라섰다. 가입자는 8만 4,000명에서 238만 명으로, 매출은 573억 원에서 1조 8,864억 원으로 폭발했다. 재가입률은 90%에 달했다. 1993년 9월에는 삼성화재 안내견학교가 문을 열었다. 기업이 운영하는 안내견학교는 전 세계에서 여기뿐이다. 이건희 회장의 의지로 만들어진 학교로 2002년 세계안내견협회로부터 공로상을 받았다. 지금까지 280마리의 안내견이 시각장애인에게 분양됐다.
지금 뭐 하는 회사인가
화재·해상·자동차·장기손해보험·개인연금까지 국내 손해보험 시장 1위 회사다. 해외는 중국·인도네시아·베트남·유럽·브라질 등 5개 법인을 포함해 7개 자회사를 운영 중이다. 시가총액은 약 17조 8,000억 원으로 2022~2024년 2년 사이에 79% 가까이 뛰었다. 2024년 순이익은 2조 736억 원으로 손해보험사 최초 순이익 2조 원 돌파, 2025년에도 2조 183억 원으로 2년 연속 2조 클럽이다. 삼성생명의 삼성화재 공식 자회사 편입 추진이 진행 중이다. 삼성카드·삼성증권에 이어 삼성화재까지 편입되면 삼성생명이 삼성 금융계열사의 실질적인 맏형이 된다.
투자 포인트
손해보험이라는 업종 자체가 경기 방어적 성격을 가진다. 경기와 무관하게 자동차를 몰고 보험을 갱신한다. 재가입률 90%가 고객 이탈이 적다는 것을 증명한다. 밸류업 계획에 따른 자사주 소각과 삼성생명 자회사 편입은 지배구조 측면에서 주목할 변수다. 다만 금융당국 심사라는 변수가 남아 있어 함께 점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