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 현장의 작고 날렵한 기계, 스키드 스티어 로더. 공사 현장에서 그냥 '밥캣'이라고 부르는 그 장비다. 복사기를 '제록스'라 부르듯 밥캣은 카테고리를 통째로 삼켜버린 브랜드다. 이 밥캣의 탄생 배경은 시작은 미네소타 어느 농장의 칠면조 우리 청소였다. 그리고 이 회사를 한국의 두산이 5조 원에 인수했다. 인수 주체인 두산인프라코어 자산의 두 배 되는 금액을 80%는 빌려서. 타이밍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이었다.
창업 스토리
1947년, 미국 노스다코타주 그위너에서 루이 켈러와 시릴 켈러 형제는 동네 농장주들의 장비 수리를 받아 먹고 사는 용접공이었다. 1956년, 지역 칠면조 농부 에디 벨로가 형제에게 의뢰를 넣었다. 장대 기둥 사이를 비집고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작고 위층에서도 작동할 만큼 가벼운 기계를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 칠면조 우리 청소 용도였다. 형제는 3륜 구동에 벨트 변속기를 단 소형 로더를 만들어 1957년 2월 납품했다. 세계 최초의 스키드 스티어 로더가 이렇게 탄생했다. 1960년 4륜 구동 모델 M400을 내놓으며 '스키드 스티어 로더'라는 카테고리 자체를 만들었다. 1962년부터 브랜드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다. 북미 야생의 고양이과 동물 이름, 밥캣(Bobcat). 작고 민첩하고 강인하다는 뜻이었다. 이후 Clark Equipment를 거쳐 Ingersoll-Rand로 손을 바꾸며 성장했고 2007년 한국 두산인프라코어에 인수됐다.
성장과 위기
2007년 두산인프라코어는 밥캣을 약 5조 원에 인수했다. 한국 기업 해외 M&A 사상 최대 금액이었다. 당시 두산인프라코어의 전체 자산은 2조 5,000억 원이었다. 자기 덩치의 두 배짜리를 샀다. 인수 자금의 80%는 차입이었다. 인수 직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다. 건설 경기가 바닥을 치면서 밥캣의 주력 시장인 북미가 얼어붙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총 차입금은 인수 전 1조 3,000억 원에서 6조 원으로 5배 가까이 불었다. 2010년 부채 비율은 526%였다. 반전은 2011년부터 시작됐다. 미국 건설 경기가 반등했고 신흥국 소형 장비 수요도 살아났다. 유럽 내 17개 법인을 8개로 통폐합하며 군살을 뺐다. 코로나19 대유행 때 한중 공급망에 의존하던 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때, 북미 B2B 시장을 기반으로 한 밥캣은 오히려 빈자리를 먹어치웠다. 천덕꾸러기가 두산의 심장이 된 순간이었다.
지금 뭐 하는 회사인가
스키드 스티어 로더·콤팩트트랙로더(CTL) 분야에서 전 세계 시장점유율 약 30%를 차지하는 압도적 1위다. 2023년 매출 9조 7,000억 원, 영업이익 1조 3,000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의 70% 이상이 북미에서 발생한다. 한때 526%였던 부채 비율은 2024년 말 기준 70.8%로 내려왔다. 순현금도 3억 5,000만 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CES 2024에서는 AI 기반 무인 전기 트랙터를 공개했고, CES 2026에서는 음성 명령으로 50여 가지 기능을 제어하는 '밥캣 잡사이트 컴패니언'을 선보였다. LF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밥캣 패션 브랜드도 론칭했다.
투자 포인트
매출의 70%가 북미에서 나오는 기업이 한국 증시에 있어 발생하는 저평가 구조가 존재한다. 반대로 달러 강세 국면에서 원화 환산 실적이 유리하게 나오는 구조이기도 하다. 연결 순이익의 40%를 주주에게 돌려주겠다는 정책을 공식화했고 배당 규모를 역대 최대로 늘리는 방향으로 이행 중이다. AI·전동화 흐름에서 소형 건설기계 시장이 어떻게 재편되는지, 두산그룹 지배구조 변화가 몸값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중장기 투자 판단의 핵심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