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코프로비엠의 출발점은 배터리가 아니었다. 공기를 맑게 하는 환경 회사였다. 악취 제거, 유해가스 흡착이 시작이었다. 창업자 이동채는 고졸 은행원으로 사회에 나왔다가 대기업 직원이 됐고, 회계사 자격을 따고, 모피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했다. '남들과 다른 걸 하자'는 결심 위에서 1997년 잡지에서 환경 기사 하나를 읽고 창업을 결심했다. 잡지 기사 한 편이 수십 조 원 기업의 씨앗이 됐다.
창업 스토리
1998년 10월, 서울 서초동. 직원 1명, 자본금은 쥐꼬리. 주차장 컨테이너를 연구실로 꾸려서 기술 개발을 시작했고 종로에서 부직포를 사다가 붓으로 접착제를 발라 직접 케미컬 필터를 만들었다. 가족도 말리고 친구도 말렸다. 당시 '환경'이라는 단어는 쓰레기 처리·청소 같은 이미지에 가까웠다. 20명 남짓 직원들 월급을 주지 못해 백방으로 뛰어다닌 적도 있었다. 2004년 결정적인 전화 한 통이 왔다. 제일모직이 이차전지 소재 국책과제를 함께 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환경 흡착제를 만들던 회사가 배터리 소재로 발을 들이는 순간이었다. 에코프로비엠이라는 이름으로 독립한 것은 2016년이다. 모기업 에코프로에서 양극 소재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코스닥에 상장했다.
성장과 위기
2013년, 일본 소니에 양극재를 공급하는 데 성공했다. 이차전지의 종주국이라고 불리던 일본, 그것도 소니에 국산 소재를 납품한 것이다. 이후 삼성SDI를 핵심 고객사로 확보하면서 성장이 가속됐다. 분사 후 3년 만에 국내 양극재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경북 포항 영일만 산업단지에 약 2조 원을 투자해 '포항캠퍼스'를 구축했다. 전구체 생산부터 양극재 완성까지 한 울타리 안에서 돌아가고, 지하 파이프라인으로 고순도 산소를 직접 공급하는 구조다. 에코프로는 이를 '클로즈드 루프 에코시스템'이라고 부른다. 2022년 1월, 청주 공장 화재로 직원 1명이 사망했다. 닷새 뒤 핵심 임원 4~5명이 2조 7,000억 원 규모 공급계약 공시 전 내부 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 혐의로 기소됐다. 에코프로 계열주가 하루 만에 20% 가까이 폭락했다. 2023년 이차전지 광풍 속에서 최고 58만 4,000원을 찍었다. 그러나 같은 해 4분기 전기차 수요가 식으면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0%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지금 뭐 하는 회사인가
전기차 배터리용 하이니켈 양극재를 만드는 회사다. SNE리서치 기준 글로벌 삼원계 양극재 시장에서 2022년부터 2년 연속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캐나다 퀘벡주에 SK온·포드와 함께 양극재 공장을 짓고 있고 헝가리 공장도 양산을 준비 중이다. 2026년 1분기 매출은 전 분기 대비 22% 늘어난 6,054억 원을 기록했다. 에코프로그룹 합산 시가총액은 최근 50조 원대를 회복했다. 창업 당시 연 매출 6,000만 원이었던 회사가 25년 만에 연 매출 6조 9,000억 원을 기록했다. 1만 1,500배다.
투자 포인트
글로벌 삼원계 양극재 1위와 클로즈드 루프 에코시스템이라는 원가 경쟁력이 뚜렷한 강점이다. 헝가리·캐나다 해외 공장 가동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다. 다만 전기차 시장 회복 속도에 매출 구조가 직결되는 구조와 내부거래 이슈 재발 가능성은 함께 점검해야 할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