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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일기] 이름이 세 번 바뀌고 주인도 세 번 바뀌었다 — 그래도 세계 2위 한온시스템 종목 공부

by 우노디야 2026.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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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세 번 바뀐 회사, 그런데 세계 2위입니다

자동차 공조 시스템 세계 2위 기업이 어딘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일본 덴소가 1위고, 2위는 한국 회사다. 그런데 그 회사, 이름이 무려 세 번 바뀌었다. 한라공조 → 한라비스테온공조 → 한온시스템. 이름 바꿀 때마다 주인도 바뀌었고, 주인 바뀔 때마다 드라마가 한 편씩 나왔다. 그리고 지금 대주주는 타이어 회사다.


창업 스토리 — 50:50 합작에서 소나타 에어컨까지

1986년 3월, 미국 포드자동차와 한라그룹 산하 만도기계가 지분 50대 50으로 합작법인을 세웠다. 이것이 '한라공조'다. 1980년대 한국 자동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면서 에어컨·난방장치 수요가 급증한 시점이었다. 포드는 기술을, 한라그룹은 공장 부지와 현지 네트워크를 댔다.

창업 2년 만인 1988년, 한라공조는 현대 쏘나타에 국내 최초로 냉난방 시스템을 납품했다. 그리고 창업 3년 만에 대전에 R&D센터를 세우고 캐나다 온타리오에 해외 법인까지 만들었다. 처음부터 글로벌 기술 기업을 지향했다는 의미다.

당시 이 회사는 기계공학 전공자들 사이에서 '취업 끝판왕'으로 불렸다. 2004년 대졸 초임 국내 1위, 2011년 자동차 업계 평균 연봉 1위. 부품사라는 낮은 인지도 뒤에 숨어있던 초우량 직장이었다.


성장과 위기 — 세 번의 터닝포인트

첫 번째 위기는 외부에서 왔다. 1997년 IMF 외환위기. 한라그룹이 무너지면서 창업자인 한라가 자신들이 만든 회사에서 빠져나가야 했다. 포드는 자기 지분을 자동차 부품 계열사 비스테온(Visteon)에 넘겼고, 한라공조는 사실상 미국 자본의 손으로 넘어갔다. 창업 13년 만의 일이었다. 그런데 이름에는 계속 '한라'가 붙어 있었다. 지분도 없는데 수십 년간 자기 이름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첫 번째 터닝포인트는 2013년이다. 비스테온이 전 세계에 흩어진 공조 사업부들을 한꺼번에 한라공조에 합병시켰다. 이름도 '한라비스테온공조(HVCC)'로 바뀌었고, 이 통합 하나로 단번에 자동차 공조 세계 2위로 올라섰다.

 

두 번째 터닝포인트는 2014년이다. 비스테온이 한라비스테온공조 지분 약 70%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인수 금액은 36억 달러, 한화로 약 3조 9,400억 원. 당시 국내 M&A 사상 손꼽히는 규모였다. 승자는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 컨소시엄이었다. 이 과정에서 현대차그룹이 사모펀드로 넘어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는 후문이 있다. 핵심 부품사가 재매각 가능한 사모펀드 손에 들어가면 기술 유출 위험이 생기기 때문이다. 결국 딜은 성사됐고, 이 일로 현대차그룹과 한국타이어의 관계가 틀어졌다는 이야기도 따라왔다.

2015년, 새 주인 한앤컴퍼니가 회사 이름에서 '한라'를 떼어냈다. '한온시스템'으로의 재탄생이었다. 한라그룹 입장에서는 지분도 없는 회사에 자기 이름이 붙어있던 것도 애매했는데, 영영 돌아올 수 없게 되자 "이름이라도 돌려달라"고 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이름 하나에 그룹의 자존심이 담긴 셈이다.

 

세 번째 터닝포인트는 2019년이다. 한온시스템이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사 마그나 인터내셔널의 유압제어 사업부를 12억 달러에 인수했다. 국내 기업이 해외 자동차 부품사를 인수한 역대급 규모의 딜이었고, 이 인수 하나로 매출이 2조 원 넘게 불었다. 그런데 이게 양날의 검이었다. 원래 무차입 기업이었던 한온시스템의 차입금이 인수 후 2조 원대로 불어났고, 이후 3조 원에 육박하게 됐다. 여기에 전기차 캐즘까지 겹치면서 실적이 흔들렸다. 사모펀드 체제에서 배당을 과도하게 가져갔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부채비율은 한때 246%까지 치솟았다.


지금 뭐 하는 회사

2025년 1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지분율 약 55%로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한국타이어가 지난 10년간 한온시스템에 투자한 돈이 총 3조 2,700억 원 수준이다. 타이어 회사가 에어컨 부품사에 이 돈을 쏟아 부은 이유는 명확한 전략적 계산에서 나왔다. '타이어 + 배터리 + 열관리'라는 미래 모빌리티 핵심 3축을 한꺼번에 쥐겠다는 그림이다.

한온시스템이 하는 일은 자동차의 냉난방을 관리하는 것에서 훨씬 넓어졌다. 에어컨 컴프레서, 히터, 공조 제어 장치뿐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열관리 시스템, 히트펌프, 수소차용 부품까지다. 수소차 관련 기술 일부는 산업기술보호법상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있다. 자동차 에어컨 부품사가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이라는 게 이 회사의 진짜 무게다.

현재 21개국 51개 생산공장, 23개 엔지니어링 시설, 직원 22,000명 규모다. 세계 자동차 공조 시장 2위, 전체 자동차 부품사로 확장하면 세계 37위다.

2025년 연간 매출은 10조 8,837억 원으로 처음으로 10조 원을 넘겼고, 영업이익은 2,718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185% 증가했다. 전동화 부문 매출 비중은 28%까지 올라왔다. 그러나 주당순이익(EPS)은 2024~2025년 2년 연속 마이너스다. 유상증자로 주식 수가 크게 늘어난 탓에 실적이 개선돼도 주주에게 돌아오는 몫이 여전히 얇다. 유상증자 자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해 부채비율은 164%로 낮아졌지만, 한국수출입은행 등 차입금 계약에 부채비율 225% 이하 유지 조건이 걸려 있어 완충 여유가 넉넉하지 않다.

한국타이어는 4,500억 원 규모 차입금에 자금보충약정을 서며 유동성 위기의 숨통을 틔워줬다. 단기 위기는 모면했으나, 한온시스템 스스로 현금을 창출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근본 과제다. 2026년 4월에는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의 10배에 달하는 1조 6,150억 원 주문을 확보하며 신용도 측면에서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투자 관점에서 보는 포인트

긍정 요인이 있다. 전기차 배터리 열관리, 히트펌프, 액침 냉각, ESS 열관리 등 고부가 신기술이 수익의 무게 중심을 이동시키고 있다. 전동화 매출 비중 28%는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한국타이어 그룹 편입으로 재무 지원이 뒷받침되는 구조다.

리스크 변수도 분명하다. 글로벌 OEM 고객사의 전기차 프로젝트 중단으로 클레임이 제기된 상태이며 합의 금액이 확정되지 않았다. 영업이익 대비 현금흐름 비율이 0.41배로 낮아 영업활동이 오히려 현금을 잠식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EPS 마이너스가 언제 플러스로 전환되느냐가 주주 입장에서 핵심 체크포인트다.


세 번 이름 바꾼 회사, 그 이름들이 가리키는 것

한라공조에서 한온시스템까지. 이름이 바뀔 때마다 주인이 바뀌었고, 주인이 바뀔 때마다 덩치가 커졌다. 지금 이 회사는 소나타 에어컨 하나로 출발해, 열관리, 수소 부품, 전동화 시스템이라는 세 개의 키워드 위에 서 있다. 숫자는 좋아지고 있다. 다만 그 숫자가 주주의 몫으로 얼마나 돌아오는가를 확인하는 과정이 지금 이 회사의 핵심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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