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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일기] 그룹웨어 회사가 리니지를 만들었다 — 28년 만에 적자, 1년 만에 돌아선 엔씨소프트

by 우노디야 2026.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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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를 만든 회사가 사실 그룹웨어 회사였다는 것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게임회사 중 하나인 엔씨소프트. 리니지, 아이온, 블레이드앤소울. 이름만 들어도 안다. 그런데 이 회사가 창업 당시에는 게임 회사가 아니었다. 1997년 문을 열었을 때 엔씨소프트는 기업용 그룹웨어를 만드는 B2B 소프트웨어 회사였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그룹웨어를 여러 기업에 납품하던 회사. 어딘가 ERP 회사 같은 느낌이다.

리니지도 애초에 자기네가 만든 게 아니다. 넥슨에서 바람의 나라를 만들었던 개발자 팀을 통째로 인수해서 완성한 게임이다. 그 게임이 IMF 외환위기 한복판에서 PC방 열풍을 타고 대폭발했다. 그룹웨어 회사가 우연처럼 게임 왕국이 된 것이다.


창업 스토리 — 부도집 아이, 서울대, 그리고 자본금 1억 원

창업자 김택진은 1967년생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 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가세가 기울었고, 빚쟁이들이 집을 드나드는 환경 속에서 자랐다. 그 상황에서 공부에 매달려 서울대 전자공학과에 들어갔다. 대학교 동아리 활동 중 이찬진을 만났고, 아래아 한글을 공동 개발해 한글과컴퓨터 창업에 참여했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나온다. 창업 멤버였음에도 교수가 되겠다며 대학원에 진학해버린다. 석사 과정 중에는 아버지 택시 회사 건물에서 한메소프트를 차려 한메 한글을 만들었고, 이게 판매량 1위를 찍기도 했다. 이후 현대전자로 이직해 국내 최초 인터넷 온라인 서비스 '아미넷'을 만들었다. 정주영 회장이 "주목하는 젊은이"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할 만큼 눈에 띄는 인재였다. 그럼에도 내부 권력 다툼에 지쳐 결국 대기업도, 박사 학위도 동시에 내던지고 나왔다. 1997년, 동료 16명과 자본금 1억 원으로 엔씨소프트를 세웠다. 서른 살이었다.


성장과 위기 — 친구가 적이 된 날

창업 초기 그룹웨어와 게임을 동시에 광고하던 어정쩡한 회사는, 리니지 하나로 완전히 다른 회사가 됐다. 1998년 유료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동시접속자 1,000명이었는데, 2년 후엔 국내 최초로 동접 10만 명을 찍었다. 2000년 매출은 전년 대비 7배인 582억 원. 창업 3년 만에 코스닥 상장, 주가 100만 원 돌파.

리니지에는 유명한 비화가 하나 있다. 원작 만화 작가 신일숙 씨가 저작권 분쟁으로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결국 엔씨소프트는 10억 원을 지급하고 신일숙 작가를 고문으로 위촉하는 조건에 합의했다. 스톡옵션 1,000주도 포함해서.

그리고 어쩌면 이 회사 역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사건. 2012년, 엔씨소프트 창업자 김택진과 넥슨 창업자 김정주는 서울대 선후배 사이였다. 두 사람이 미국 최대 게임사 EA를 같이 인수하기로 의기투합했다. 김정주가 김택진 지분 14.68%를 8,000억 원에 사들였다. 그런데 막판에 EA 이사진 일부가 반대했고, 인수는 무산됐다. 동양인에게 대표 자리를 내줄 수 없다는 분위기가 작용했다는 후문이었다.

EA 인수가 실패로 끝나자 두 사람 사이에 균열이 생겼다. 2015년 넥슨이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지분 목적을 바꾸면서 경영권 분쟁이 공식화됐다. 절친이 하루아침에 적이 된 것이다. 엔씨소프트는 넷마블을 백기사로 끌어들여 우호지분을 쌓았고,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그해 10월 넥슨은 보유 지분 전체를 팔고 떠났다. 이후 김정주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을 때, 김택진은 "살면서 가장 큰 고통을 느낀다"고 말했다.

모바일 전성기도 있었다. 리니지M과 리니지2M이 출시되자마자 양대 앱마켓 매출 1위를 찍었고, 리니지M은 출시 12일 만에 가입자 700만 명을 돌파했다. 2020년엔 연 매출 2조 원을 넘겼다. 그러나 확률형 아이템 논란이 커지고, 충성 유저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신작은 연이어 실패했고, 2024년 연간 영업손실 1,092억 원을 기록했다. 상장 이래 처음 맞는 연간 적자였다.


지금 뭐 하는 회사

2025년, 극적인 반전이 생겼다. 2025년 11월 19일 출시한 아이온2가 3개월간 고객 결제액 1,623억 원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2025년 연간 영업이익은 161억 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매출은 1조 5,069억 원으로 전년 대비 5% 감소했지만, 순이익은 3,474억 원으로 전년 대비 269% 급증했다. 다만 순이익 급증의 상당 부분은 판교 엔씨타워1 매각 대금이라는 비경상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2025년 4분기 PC 온라인 게임 매출은 1,68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 증가해 2017년 이후 분기 최대치를 기록했다. 리니지M(4,330억 원), 리니지W(1,831억 원), 리니지2M(1,783억 원)이 여전히 견고한 매출을 유지하는 가운데 아이온2는 게임 매출 774억 원을 기록했다.

2026년 목표 매출은 2조~2.5조 원 상단 달성이다. 아이온2 3분기 글로벌 출시, 신더시티·타임 테이커즈·리밋 제로 브레이커스 등 신작 출시, 모바일 캐주얼 기업 인수합병(리후후·스프링컴즈), 유럽 추가 M&A를 3개 축으로 성장을 추구한다는 전략이다.

그리고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하나. 고객센터는 지금도 부산에 있다. 리니지 초창기 유저들이 본사 건물에 직접 찾아와 항의하는 일이 잦아지자, 방범창을 설치해 교도소 면회실처럼 꾸렸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그래도 끊이지 않자 결국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부산으로 옮겨버렸다는 것. 민원 대응 역사상 가장 물리적인 해결책이다.


투자 관점에서 보는 포인트

긍정 요인이 있다. 아이온2 흥행이 단순 반짝이 아닐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들이 나타나고 있다. 멤버십 구매자 150만 명, 아이온2 자체 결제 비율 80%. 자체 결제 전환이 높다는 것은 플랫폼 수수료 절감과 직결되어 이익률 개선으로 이어진다. NH증권은 2026년 매출 2조 1,000억 원, 영업이익 3,611억 원을 전망하며 영업이익 정상화 구간 진입을 예상했다.

리스크 변수도 있다. 리니지 의존도 축소라는 과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아이온2 흥행이 반짝인지, 실질적인 체질 개선의 시작인지가 앞으로 몇 분기 실적에서 가늠될 것이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 흐름,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그리고 모바일 캐주얼이라는 새로운 축이 제대로 뿌리를 내릴 수 있는지가 핵심 변수다.


그룹웨어 회사에서 시작해, 28년 만에 적자를 냈다가, 1년 만에 돌아섰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그룹웨어를 팔던 회사가, 남의 개발팀을 인수해 리니지를 만들었고, 절친과 경영권 전쟁을 치렀으며, 28년 만에 처음 적자를 낸 다음 1년 만에 돌아섰다. 아이온2 글로벌 확장, 리니지 IP 다각화, 모바일 캐주얼 생태계 구축. 이 세 개의 키워드가 엔씨소프트의 다음 챕터를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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