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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일기] 창고에 재고 쌓이던 날, 코웨이 렌탈 제국이 탄생했다 — 종목 공부

by 우노디야 2026.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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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에 재고 쌓이던 날, 코웨이 렌탈 제국이 탄생했다

우리 집에 코웨이 제품이 몇 개나 있지?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 셋이다. 어느 순간 집 안에 스며들어 있었다. 근데 정작 코웨이가 어떤 회사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냥 '정수기 회사' 정도로 알고 있는데, 이 회사 스토리가 생각보다 훨씬 드라마틱하다.

일단 이것부터. 코웨이는 출판사가 만들었다. 어린이 학습지 웅진씽크빅의 그 웅진그룹이다. 그리고 이 회사의 주인은 지금까지 네 번 바뀌었다. 웅진 → 사모펀드(MBK파트너스) → 웅진 → 넷마블. 맞다, 모바일 게임 회사 넷마블이 지금 이 정수기 회사의 주인이다. 그리고 이 회사가 탄생한 결정적인 계기가 '재고 처리'였다는 사실. 팔리지 않아서 창고에 쌓여 있던 정수기를 "그냥 빌려줘 버리자"는 생각 하나가 대한민국 구독경제의 시작이 됐다.


창업 스토리 — "팔지 말고, 빌려주자"

1989년 5월 2일, 한국코웨이가 설립됐다. 실질적인 창업을 주도한 건 김형수 사장이었다. 정수기 제조와 판매를 위한 회사로 출발했는데, 당시 국내엔 믿을 만한 품질의 정수기 회사가 없었다. 시장 자체를 개척하는 수준이었다.

김형수 사장은 처음부터 기술에 진심이었다. 매출의 7% 이상을 R&D에 쏟아붓는 연구소를 운영했고, 1989년 국내 최초로 역삼투압 방식 정수기를 개발했다. 여기에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의 방문판매 DNA가 결합됐다. 백과사전과 화장품을 방문판매로 팔던 '방판왕' 출신의 윤 회장은 국민소득이 올라가면 깨끗한 물에 돈 쓸 사람이 늘 것이라는 계산으로 정수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마케팅도 영리했다. "물을 천천히 씹어 마시자", "깐깐한 정수기", "우리집 물보험!" 같은 카피를 유행시켰다. 정수기를 가전제품이 아닌 건강 보험으로 포지셔닝한 것이다.

그런데 1998년, 외환위기가 터졌다. 소비가 꽁꽁 얼었다. 100만 원짜리 정수기는 아무도 사지 않았고, 재고가 창고에 쌓여 갔다. 바로 이 순간, 역사적인 결정이 내려진다. "팔지 말고, 빌려주자." 월 2만 7,000원. 소비자 입장에서 거부하기 어려운 제안이었다. 이 한 줄의 아이디어가 코웨이를 대한민국 구독경제의 원조로 만들었다.


성장과 위기 — 코디, MBO, 중금속

렌탈을 시작하자마자 반응이 왔다. 2003년엔 렌탈 계정 200만 개를 돌파했고, 2004년에는 매출 1조 원을 넘겼다. 렌탈 시작 불과 6년 만이었다.

코웨이 성장의 핵심에는 '코디'가 있다. 코디(Coway Lady)는 지금도 약 1만 2,000명이 활동 중인데, 경쟁사들의 방문판매 인력이 3,000~4,000명 수준임을 감안하면 세 배가 넘는 규모다. 어느 집에 몇 명이 사는지, 누가 아픈지를 알면서 각 가정 상황에 맞춰 신제품을 권하는 살아있는 영업망이다. 정수기를 들여놓은 집에 공기청정기를 권하고, 비데를 권하고, 나중엔 침대까지 권했다.

2012년, 극적인 반전이 찾아온다. 웅진그룹이 태양광과 건설업 등에 무리하게 투자했다가 유동성 위기를 맞아 코웨이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팔렸다. 지분 30.9%에 약 1조 1,915억 원. 아이러니한 건, 사모펀드에 팔린 이후 코웨이가 오히려 더 빠르게 성장했다는 점이다. 매출은 50% 가까이 늘었고, 영업이익은 2.3배가 됐다. 동시에 MBK파트너스는 2013~2016년 사이 배당금으로 2,552억 원을 챙겨갔다.

2016년엔 얼음 정수기에서 니켈이 검출되는 최악의 위기가 있었다. 반년간 계정 수가 순감했다. 그런데 코웨이는 환불과 고객 지원을 신속하게 처리하면서 2017년 1분기부터 반등에 성공했다. 위기 관리 능력도 함께 검증된 사건이었다.

2018년 말, 웅진그룹이 코웨이를 다시 사왔다. 약 1조 6,800억 원. 사명도 '웅진코웨이'로 되돌렸다. 그런데 재인수 6개월도 안 되어 회사 빚이 늘고 신용 등급이 떨어지자, 2019년에 다시 매각을 결정했다. 그리고 등장한 새 주인이 넷마블이었다. 모바일 게임 회사가 생활가전 회사를 1조 7,500억 원에 인수한다는 발표에 업계는 당황했다. 2020년 2월, 사명은 다시 '코웨이'로 바뀌었다. 주인만 네 번이다.


지금 뭐 하는 회사

코웨이는 지금 넷마블의 최대 계열사다. 국내 정수기·비데·공기청정기·매트리스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코웨이가 침대 시장 1등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 2011년 시작한 매트리스 렌탈이 지금은 핵심 사업 중 하나가 됐다. 2022년 12월 론칭한 슬립·힐링케어 브랜드 비렉스(BEREX)는 2025년 연 매출 7,199억 원을 기록하며 새로운 핵심 수익 모델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2025년 연간 매출액은 전년 대비 15.2% 증가한 4조 9,636억 원, 영업이익은 10.5% 증가한 8,787억 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렌탈 시장 성숙 속에서도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동력은 해외다. 해외법인 연간 매출은 1조 8,899억 원으로 전년 대비 22.3% 증가했다. 말레이시아 법인 1조 4,095억 원, 미국 법인 2,367억 원(+10.5%), 태국 법인 1,744억 원(+38.8%), 인도네시아 법인 506억 원(+67.5%)을 기록했다.

2026년 목표로 매출 5조 2,770억 원~5조 4,480억 원, 영업이익 9,200억 원~9,550억 원을 제시했다. 영업이익 1조 클럽 입성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로봇, 헬스케어, 반려동물 등 신규 사업도 추가 성장 동력으로 육성 중이다. 주주환원율도 2025~2027년 목표 40%로 상향 결정됐다.


투자 관점에서 보는 포인트

긍정 요인이 뚜렷하다. 렌탈 계정 기반의 구독 수익 구조는 경기 사이클에 비교적 덜 민감하다는 강점이 있다. 한 번 가정에 들어온 코디와 제품이 쉽게 빠지지 않는 구조다. 해외 매출 비중이 전체의 약 38%까지 올라왔고, 동남아시아 시장에서의 고성장이 지속되고 있다. 비렉스라는 프리미엄 슬립케어 브랜드의 안착은 객단가 상승 요인으로 작동한다.

리스크 변수도 있다. 렌탈 사업의 특성상 계정 확대를 위한 선투자(렌탈 자산 증가)가 필요하고, 이는 재무 부담으로 연결된다.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지분을 보유하며 넷마블과의 이해관계 충돌, 소수주주 권익 보호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최대주주 넷마블의 코웨이 이익 활용 방식에 대한 시장의 시각이 엇갈리는 점도 투자 시 고려해야 할 변수다.


재고로 시작한 회사가 5조 기업이 됐다

창고에 쌓인 재고에서 시작한 월 2만 7,000원짜리 아이디어가 대한민국 구독경제의 원조를 만들었다. 주인이 네 번 바뀌는 동안 코디는 계속 집을 방문했고, 그 집에 정수기 다음엔 공기청정기가, 다음엔 비데가, 그다음엔 침대가 들어갔다. 렌탈 구독 계정 기반 구조, 해외 매출 38% 동남아 고성장, 비렉스 프리미엄 슬립케어 안착. 이 세 개의 키워드가 코웨이의 다음 챕터를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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