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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일기] 초코파이가 보통명사가 된 회사 — 이번엔 항암제를 5,485억에 샀다

by 우노디야 2026.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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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파이가 '보통명사'가 되는 바람에 벌어진 일

초코파이를 처음 만든 회사가 오리온이라는 건 다 안다. 그런데 '초코파이'라는 이름으로 돈을 벌고 있는 회사가 오리온만이 아니라는 사실, 알고 있었나. 롯데도 팔고, 해태도 팔고, 크라운도 판다. 오리온이 소송을 걸었지만 법원은 깔끔하게 기각했다. 이유는 단 하나 — "초코파이는 보통명사입니다." 자기가 만든 과자 이름이 보통명사가 되어버렸다. 이게 영광인지 비극인지, 솔직히 판단하기 좀 애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리온은 지금 연매출 3조 원을 넘기는 회사가 됐다. 초코파이 하나를 들고 중국, 베트남, 러시아, 인도까지 직접 공장을 지어서. 과자 회사가 이 정도 글로벌 전략을 펼친다는 게 쉽게 상상이 안 가는데, 그 시작이 러시아 아줌마들의 보따리 쇼핑이었다는 반전은 더더욱 그렇다.


창업 스토리 — 100원을 20년간 지킨 회사

오리온의 시작은 1955년이다. 창업주 이양구 회장이 해방 후 일본인이 운영하던 제과 공장을 정부로부터 불하받아 '동양제과'를 세웠다. 한국전쟁이 막 끝난 시절이라 과자라고 부를 만한 게 건빵이랑 미군 구호품 정도가 전부였던 때다. 창업주의 철학은 단순했다. "내 자식 같은 아이들이 먹기 좋은 과자를 만들겠다."

초코파이가 나온 건 1974년이다. 미국 출장 중 호텔 카페에서 초콜릿 입힌 과자를 먹어본 개발팀장이 귀국 후 1년여 실험 끝에 내놓은 제품이다. 딱딱한 비스킷에 마시멜로를 얹고 초콜릿을 입혔더니 묘하게 촉촉해졌다. 출시 가격은 50원. 이 가격이 1976년 100원이 된 이후, 무려 1996년까지 20년간 동결됐다. 물가가 수배씩 오르던 시절에 '국민 간식'으로 만들겠다는 오너의 고집 하나로 100원을 지킨 것이다.


성장과 위기 — 복합 엔터테인먼트 그룹의 실험

1989년 창업주 이양구 회장이 세상을 떠나고 둘째 사위 담철곤이 경영을 이어받으면서 오리온은 방향을 크게 틀었다. 과자 회사가 영화관을 사고 케이블TV를 인수하고 편의점을 열고 베니건스 레스토랑을 운영했다. 메가박스, 온미디어, 바이더웨이가 한때 다 오리온 계열이었다. 2001년 동양그룹에서 분리 독립한 뒤에는 비식품 계열사를 전부 정리하고 본업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2003년, 동양제과에서 ㈜오리온으로 사명을 바꿨다. 소비자들이 이미 회사 이름보다 '오리온'을 더 친숙하게 불렀기 때문이다.

해외 진출의 시작은 좀 황당하다. 1990년대 초, 부산 항구에 러시아 보따리 상인들이 몰려들어 초코파이를 박스째 사가기 시작했다. 오리온은 이걸 보고 러시아에 직접 수출을 시작했다. 아줌마들이 보따리에 싸간 과자가 연간 16억 개가 팔리는 시장이 됐다. 누적 매출 1조 원을 찍는 데 28년 걸렸는데, 거기서 2조 원까지는 단 4년이면 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에도 러시아 공장 가동률이 128%를 넘겼다. 전쟁터 옆에서도 초코파이는 팔렸다.

중국 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중국에서 '하오리여우(好麗友)', 즉 '좋은 친구'라는 이름으로 팔린다. 결혼 답례품으로 쓰일 만큼 고급 이미지를 쌓았고, 술·담배 외에 선금 거래가 되는 유일한 제품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2002년 기준 중국 파이류 시장점유율 63%, 2위와의 격차는 58%포인트였다.

광고 사고도 있었다. 1997년 오리온의 껌 브랜드 광고에 히틀러가 희화화되어 등장했는데, 주한 독일대사관이 외무부에 공식 항의 공문을 보내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한국 과자 회사 광고 때문에 독일 외교관이 나선 사건이다.


지금 뭐 하는 회사

오리온은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액 3조 3,324억 원, 영업이익 5,583억 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해외 매출 비중은 65%로 국내 제과업체 중 가장 높다. 중국 법인 매출만 1조 2,701억 원, 베트남 법인은 5,145억 원이다. 인도 법인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24년에는 창립 70년 만에 공식 '대기업' 지정도 받았다. 자산총액 5조 원을 넘기면서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렸는데, 그해 새롭게 명단에 든 식품 기업은 오리온이 유일했다.

그리고 가장 화제가 된 건 따로 있다. 오리온은 2024년 3월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지분 25.73%를 약 5,485억 원에 인수했다. 리가켐바이오는 ADC(항체-약물-결합체) 신약 연구개발을 통해 글로벌 바이오텍으로 성장하고 있는 회사로, 얀센에 2.2조 원 규모의 기술이전, 일본 오노약품공업과 1조 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인수 발표 이틀 만에 오리온 주가가 23% 넘게 빠졌다. 시장 반응은 차가웠다. "과자 회사가 왜 항암제냐." 그러나 오리온은 2026년 리가켐바이오에 1,250억 원을 추가 투자하며 바이오 사업에 대한 베팅을 이어가고 있다. 리가켐바이오는 2026년 7월 납입일을 목표로 3,3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결정했으며, 조달 자금은 ADC 및 면역항암제 신약 연구개발비로 사용될 계획이다.


투자 관점에서 보는 포인트

오리온의 구조에서 눈에 띄는 건 해외 법인들이 각자 독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베트남, 러시아, 인도 — 네 개 시장이 각자 다른 속도로, 각자 다른 이유로 성장 중이다. 어느 한 시장이 꺾여도 다른 시장이 받쳐주는 구조다. 과자라는 품목이 원래 경기가 나빠도 잘 팔리는 특성에 이 정도 지역 분산이 더해지면 꽤 다른 이야기가 된다.

리가켐바이오 베팅은 긍정과 부담이 공존한다. 긍정 면에서는 얀센, 오노약품공업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이미 수조 원으로 기술력을 검증해줬다. 인수 당시 평가 대비 지분 평가차익만 수천억 원이 발생했다. 부담 면에서는 리가켐바이오가 후기 임상과 자체 개발 단계에 진입하면서 현금 소모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2025년 말 986억 원이던 현금성자산이 2026년 1분기 말 635억 원으로 감소했고, 1분기 신약 연구개발 외주용역비만 464억 원에 달했다. 신약 개발은 상업화 시점과 성공 여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사업이라는 점도 변수로 남는다.


초코파이 보통명사가 된 회사가 이번엔 항암제를 사들였다

자기가 만든 과자가 보통명사가 되어버린 회사가, 러시아 아줌마 보따리를 보고 4개국 공장을 짓고, 역대 최대 실적을 찍고, 이번엔 ADC 항암제 회사에 수천억을 베팅했다. 4개국 분산 해외 법인 구조, 리가켐바이오 ADC 기술 글로벌 검증, 초코파이 인도 시장 개척. 이 세 개의 키워드가 오리온의 다음 챕터를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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