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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일기] 노재팬 때 혼자 웃었던 편의점 — CU의 7년 전 결단이 신의 한수가 된 이유

by 우노디야 2026.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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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F리테일 홍석조 회장이 원래 검사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될 만큼 엘리트 코스를 걷던 법조인이 25년 법조 생활을 접고 편의점 회장 자리에 앉았다. 그 결과가 지금의 CU 1만 8천 개 점포다.

그리고 한 가지 더. BGF리테일의 뿌리가 한때 삼성그룹 계열사였다는 것도 덜 알려진 사실이다. 보광그룹 창업 오너 일가의 장녀가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배우자 홍라희 여사다. 즉 지금의 CU는 삼성 오너 일가와 직접 연결된 보광그룹에서 시작됐다.


브라운관 회사에서 편의점 왕까지

보광그룹의 출발은 편의점이 아니었다. 1983년 중앙일보 회장이던 홍진기가 자본금 20억 원으로 TV 브라운관 생산을 위해 ㈜보광을 설립한 것이 시작이다. 1989년 말 보광 내부에서 조용히 편의점 사업부가 꾸려졌고, 1990년 일본 훼미리마트와 상표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그해 10월, 서울 송파구 가락시영아파트 상가에 국내 1호점이 문을 열었다. 동네 슈퍼마켓이 유통의 중심이던 시절에 24시간 운영, 체계적인 물류망, 본사-가맹점 시스템이라는 개념이 낯설던 때였다.

1994년 12월 '보광훼미리마트'가 별도 법인으로 분리됐다. BGF리테일의 법적 생일이다. 이 회사는 1996년 삼성그룹 계열에 정식 편입됐다가 1999년 중앙일보와 함께 삼성에서 계열분리됐다. 대기업 그룹사 안에서 태어나 독립한 회사가 나중에 '독자 브랜드' 선언을 하는 것은 어찌 보면 필연적인 수순이었다.


신의 한수 — CU 브랜드 전환

점포가 수천 개로 늘어날수록 본사의 딜레마는 깊어졌다. 성장할수록 일본 본사에 내는 로열티도 커지고, 브랜드 인지도는 올라가는데 그게 결국 일본 훼미리마트의 자산이 되는 구조였다. 2012년 6월, 홍석조 회장은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기자간담회에서 선언을 한다. "22년 동안 써온 훼미리마트 브랜드를 CU로 바꾸겠다." 7천 개가 넘는 간판 교체 비용, 쌓아온 브랜드 인지도 리셋, 가맹점주 이탈 우려. 바깥에서 보면 무리수처럼 보였다.

7년 뒤, 이 결단의 진가가 드러났다. 2019년 한일 무역분쟁으로 노재팬(No Japan) 운동이 들불처럼 번졌을 때, 일본계 미니스톱은 64억 원 영업손실, 세븐일레븐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8.9% 급감해 겨우 4억 원을 기록했다. 이미 7년 전에 토종 브랜드로 탈바꿈한 CU는 이 파도에서 완전히 자유로웠다. 업계에서 "신의 한수"라는 평이 나온 이유다.


위기도 있었다

2000년대 초 보광그룹은 반도체 회사 인수와 레저 사업 확장을 시도했다가 연달아 실패했다. 반도체·레저 계열사들이 매각됐고, 아이러니하게도 편의점이라는 본업만 남았다. 강요된 선택과 집중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그게 정답이 됐다. 2017년 BGF와 BGF리테일로 인적분할을 단행했을 때는 두 달 만에 시가총액이 2조 원 넘게 증발하는 쓴맛도 봤다. 회사는 묵묵히 본업에 집중했고, 편의점 1위 자리는 더 공고해졌다.

덜 알려진 비화가 하나 있다. 금강산에 4곳, 개성공단에 3곳, 총 7곳의 훼미리마트 북한 지점이 있었다. CU 브랜드 전환 이전인 2008년에 이미 문을 닫았고, 지금도 북한 어딘가에 '훼미리마트' 간판이 그대로 걸려 있다는 후문이다.


지금의 CU — 태평양을 건너다

현재 BGF리테일은 국내 점포 수·영업이익 기준 편의점 1위다. 국내 약 1만 8천 개, 해외 800여 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2023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자산 5조 원 이상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2024년 매출은 약 8조 7천억 원으로 전년 대비 6.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고환율·경기 침체·임차료 상승의 영향으로 2,516억 원으로 소폭 줄었다. 그런데 2025년 1분기에 반전이 왔다. 영업이익 38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6% 급증했다. 해외 사업, 특히 몽골 점포 확장이 결정적이었다. 2018년 21개로 시작한 몽골 점포가 2026년 3월 기준 556개까지 늘어난 것이다.

가장 극적인 변화는 미주 진출이다. 2025년 11월 12일(현지시간), CU는 호놀룰루 최대 중심상업지구 다운타운 오피스가에 약 70평 규모의 'CU 다운타운점'을 열었다. K-편의점 최초의 탈아시아·미주 진출이다. 'K-food meets Aloha' 콘셉트로 한강 라면 코너, 연세우유 크림빵, K뷰티 40여 종을 전면에 배치했다. 오픈 첫날 객수 1,000명을 넘겼고 이튿날은 2,000명을 돌파했다. BGF리테일은 3년 내 하와이에서 50개 점포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라면 120종 이상을 갖춘 라면 라이브러리 덕분에 2024년 CU 즉석 라면 매출이 전년 대비 78% 뛰었다. 뮤직 라이브러리, K-푸드 특화점, 주류 특화점, 건강기능식품 특화점 등 일반 편의점의 틀을 계속 깨고 있다.

편의점 사업은 경기 침체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내수 소비재 성격을 가진다. 국내 포화 논란 속에서도 특화 매장 전략과 해외 확장으로 새로운 성장 축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 특히 몽골·하와이 등 해외 시장의 수익 기여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 요인이다. 다만 해외 사업 초기 비용 부담, 국내 가맹점 수익성 압박, 글로벌 경기 변수는 점검이 필요한 리스크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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