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S25 삼각김밥을 고르다가 이런 생각을 해본 적 있는가. 이 편의점의 뿌리는 도대체 뭘까. 정답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다. 전기공사 회사다.
1971년 '금성전공'이라는 전기공사업체가 이 이야기의 첫 장이다. 같은 해 경남 창원 구룡광산을 인수해 광산업으로 넘어가더니, 이름을 희성산업으로 바꾸고, 광고업무를 맡고, 제지회사를 합병하고, 슈퍼마켓을 열고, 끝내 편의점까지 차렸다. 전기공사 → 광산 → 광고 → 유통 → 제지 → 편의점. 이게 한 회사의 연대기다. 결과적으로 전국 18,000여 개 점포를 가진 편의점 1위 기업이 됐으니 방향이 틀리지는 않았다.
허씨 집안과 구씨 집안 — 60년 동업의 시작
GS그룹의 뿌리, 즉 허씨 가문의 출신은 경남 진주다. 창업주 허만정은 진주 지수면 승산리 출신의 만석꾼으로, '허씨 집안 땅을 밟지 않고는 지나가기 힘들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고 한다. 그 허씨 집안이 LG를 창업한 구인회 집안을 만난 것이 한국 유통사의 첫 장이 된다.
두 집안은 6(구씨) 대 4(허씨)의 지분 구조로 락희화학공업을 함께 창업했다. 사업 확장과 대외 교섭은 구씨 가문, 재무와 내부 살림은 허씨 가문이 맡는 역할 분담이 이루어졌다. 허씨 집안에는 '구씨를 뒤에서 잘 돕고 나서지 말라'는 가훈 같은 것이 전해졌다고 한다. LG그룹이 성장하는 동안 허씨는 조용히 뒤를 받쳤다.
GS리테일의 직접적인 씨앗은 1974년 '럭키슈퍼마켓 1호점' 삼풍점 개점이다. 지금의 GS더프레시, 슈퍼마켓 사업의 원형이다. 그리고 1990년 12월,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에 편의점 1호점을 열었다. 당시 이름은 'LG25'. 이름의 '25'에는 '24시간 영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GS25는 해외 기업에 브랜드 로열티를 내지 않는 순수 국내 편의점이다. 일본계 브랜드 사용료를 지불하는 경쟁사들과 달리, LG25 시절부터 스스로 브랜드를 만들었다.
60년 동업의 마지막 챕터 — 굿바이 LG
1991년 LG유통으로 사명을 바꾸고 본격 유통 회사의 길을 걸었다. 편의점, 슈퍼, 백화점, 마트를 동시에 운영하는 종합 유통 기업으로 몸집을 키웠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제지 사업을 접고 마트 사업을 LG상사로 넘기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2000년에는 지금 기업 단체급식으로 유명한 아워홈을 분사했다. 아워홈의 원래 주인이 LG유통이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리고 2004년, 60년 동업의 마지막 챕터가 시작됐다. 구씨와 허씨 두 집안은 합의 아래 그룹 분리를 결정했다. 다툼이 아니었다. 자손들이 늘어나면서 미래 세대의 상속 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말하자면 예방적 분리였다. LG에서 LG·LS·LIG·LX가 'L'을, GS가 'G'를 가져갔다. 알파벳 한 글자씩 나눠 가지는 것으로 60년 동업을 정리했다. 한국 재벌사에서 이 정도로 조용한 분리는 거의 전례가 없다.
2005년 1월 27일 GS그룹이 공식 독립했다. 같은 해 3월 GS리테일로 간판을 바꿨고, LG25는 GS25로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점주들이 'LG25 브랜드를 믿고 가맹했는데 동의 없이 간판을 바꾼다'며 계약 위반 소송을 제기해 실제로 위약금을 받아냈다. 그룹 분리의 불똥이 편의점 점주들에게까지 튄 것이다. 2010년에는 GS스퀘어와 GS마트를 롯데쇼핑에 매각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떠나보내고 편의점과 슈퍼마켓에 집중하겠다는 결단이었다.
지금 GS리테일 — 역대 최대 매출, 그리고 요기요라는 숙제
현재 GS리테일은 GS25(편의점), GS더프레시(슈퍼마켓), GS샵(홈쇼핑) 세 축으로 돌아간다. 편의점 매출 비중이 전체의 74% 이상을 차지한다. 종속회사 파르나스호텔이 삼성역 인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와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를 운영한다는 것도 이색적인 포인트다. 편의점 회사가 특급호텔을 가지고 있다.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11조 9,574억 원(전년 대비 3.3% 증가, 역대 최대), 영업이익 2,921억 원(14.1% 증가)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246억 원으로 전년 적자에서 흑자 전환됐다. 해외에서는 베트남 407점, 몽골 283점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가장 뜨거운 숙제는 요기요다. 2021년 3,077억 원을 투자해 지분 30%를 인수했는데, 4년 만에 장부가치가 100억 원대로 급락했다. 약 20분의 1토막이 난 셈이다. 요기요 MAU는 2025년 12월 기준 455만 명으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 반면, 같은 기간 배민은 2,376만 명, 쿠팡이츠는 1,273만 명으로 격차는 더 벌어졌다. 게다가 GS리테일은 자신이 지분을 가진 요기요를 두고 배달의민족에도 매장을 올리는 선택을 했다. 퀵커머스 확장을 위해서는 시장점유율 1위 배민 입점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었겠지만, 구도가 묘해진 것은 사실이다. 요기요 지분에 대한 콜옵션이 없어 독자적으로 정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26년 GS리테일의 과제는 본업 편의점의 수익성을 지키면서, 퀵커머스와 1~2인 가구 근거리 소비 트렌드를 연결하는 것이다. 다이소·무인점포 등 새로운 경쟁 업태가 근거리 상권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는 점은 점검이 필요한 변수다. 역대 최대 매출과 요기요 부담이 공존하는 상황, 그 균형점을 어떻게 찾느냐가 당분간의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