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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일기] 다이너마이트 팔던 회사가 마이크로소프트·구글 전력을 공급하게 된 70년 드라마

by 우노디야 2026.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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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냉장고 문을 열 때 손에 잡히는 음료 캔, 아파트 창틀, 전선 피복. 이걸 만드는 소재를 국내 최초로 양산한 회사가 어딘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답은 한화솔루션이다. 그런데 이 회사의 진짜 출발점은 플라스틱도 태양광도 아니다. 화약이다.

6·25 전쟁 잿더미 위에서 다이너마이트를 팔던 회사가, 70년이 지난 지금 미국 땅 여의도 면적 22배짜리 태양광 단지를 짓고 마이크로소프트·구글·메타의 전력을 공급하는 회사가 됐다. 이 황당한 변신의 과정에는 구속된 회장, 세계 1위 기업 헐값 인수, 독일 직원들의 마음을 녹인 한 마디까지 꽤 드라마틱한 장면들이 숨어 있다.


화약에서 PVC로 — 창업자의 뜬금없는 지시

1952년 10월, 부산. 전쟁이 막 끝나갈 무렵 김종희가 한국화약주식회사를 세웠다. 조선화약공판 운영권을 넘겨받아 시작한 회사였다. 미군 연간 400톤 다이너마이트 공급 계약을 따내고 국내 최초 다이너마이트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기반을 다졌다. 전후 복구 공사가 쏟아지던 시절, 산업용 화약은 사실상 국가 인프라 그 자체였다.

그런데 1960년대 들어 김종희 회장이 뜬금없는 지시를 내렸다. "석유화학 진출 방안을 연구해 봐라." 화약 팔아서 돈 잘 버는데 왜 갑자기? 이유는 단순했다. 화약만으로는 미래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1965년 한국화성공업주식회사를 세우고 PVC(폴리염화비닐) 사업에 뛰어들었다. 국내 최초였다. 플라스틱 파이프, 창틀, 전선 피복에 들어가는 소재를 처음으로 국산화한 것이다. 이것이 오늘날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의 직계 조상이다. 이 배팅이 맞아떨어지면서 1980년대 매출이 6,000억 원대까지 오르며 한화그룹을 대기업 반열에 올려놓는 발판이 됐다.


최악의 타이밍, 그리고 기묘한 역전

수십 년간 PVC, LDPE, 가성소다 같은 기초 화학 소재를 만들던 이 회사에 거대한 도박의 순간이 찾아온 건 2010년이다. 태양광 시장이 달아오르던 그 시절, 한화케미칼(현 한화솔루션)은 중국 태양광 업체 솔라펀파워홀딩스를 4,350억 원에 인수했다. 타이밍이 최악이었다. 폴리실리콘 가격이 kg당 80달러를 찍던 꼭지점에서 산 것이다.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시장이 무너지면서 한화솔라원은 인수 이듬해 2,038억 원 적자로 직행했다.

그런데 2012년 반전이 일어났다. 독일의 태양광 기업 큐셀(Q Cells)이 파산한 것이다. 2008년 태양광 셀 생산 세계 1위에 오를 정도의 기업이었는데, 불황과 공급과잉을 견디지 못하고 불과 4년 만에 무너졌다. 한화는 여기 뛰어들었다. 그런데 협상이 한창 진행 중이던 8월 16일, 김승연 회장이 구속됐다. 수천억짜리 빅딜이 한순간에 좌초 위기에 빠졌다. 결국 인수는 성사됐다. 인수금액은 약 555억 원. 말레이시아 정부와 채권단이 초저금리 장기 변제 조건을 내걸면서 한화는 사실상 시장가의 10분의 1 수준에 세계 1위 기업을 가져왔다. 4,350억 원에 중국 회사를 사고, 555억 원에 독일 세계 1위를 산 기묘한 역전이었다.

인수 이후 통합이 더 큰 문제였다. 큐셀 공장 가동률은 20~30%에 불과했고 독일 직원들은 시큰둥했다.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상태에서 아시아의 낯선 회사가 주인으로 들어온 것이다. 한화가 선택한 방법은 의외로 단순했다. 한국 문화를 심으려 하지 않았다. 파견 임원도 보내지 않았다. 기존 경영진과 큐셀 고유의 문화를 그대로 인정했다. "전리품을 가져가려는 점령군이 아니다." 이 철학 하나가 독일 직원들의 마음을 열었다.


지금의 한화솔루션 — 미국 태양광의 심장으로

2020년 회사 이름이 한화솔루션으로 바뀌었다. 화학과 태양광을 하나로 묶은 이름이다. 크게 세 덩어리로 운영된다. 케미칼 부문은 PVC·LDPE·가성소다 등 산업 기초 소재를 만드는 60년 된 본업이다. 큐셀 부문은 태양광 셀과 모듈 생산부터 발전소 개발, 전력 리테일까지 아우른다. 인사이트 부문은 첨단 복합산업단지 개발과 부동산 사업을 담당한다.

미국 시장에서의 위상이 핵심이다. 한화큐셀은 미국에서 잉곳부터 모듈까지 태양광 핵심 공정을 전부 직접 만드는 유일한 외국 기업이다. 2026년 조지아주 카터스빌 셀 공장이 시운전에 돌입하면서 수직계열화가 완성됐다. 미국 주택용 모듈 시장 점유율 1위를 8년째 지키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와 12GW 규모 태양광 공급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태양광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계약이다. 과거 석탄 채굴장이었던 땅을 여의도 면적 22배짜리 태양광·ESS 복합 단지로 바꾸는 '아틀라스 에너지 파크' EPC도 진행 중이다.


투자 관점 — 기회와 리스크의 공존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은 13조 3,544억 원(전년 대비 7.7% 증가)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은 3,533억 원으로 2년 연속 적자가 이어졌다. 케미칼 부문은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영업손실 2,491억 원, 신재생에너지 부문도 미국 통관 지연과 모듈 판매 감소로 적자였다. 순차입금은 12조 3,000억 원, 부채비율 193%로 재무 부담이 가볍지 않다.

다만 방향성은 뚜렷하다. 2026년 AMPC(미국 첨단 제조 세액공제) 약 9,500억 원 인식, 판매량 9GW 가이던스, 1분기 흑자전환 달성이 실적 반등의 근거다. 미국 내 FEOC(우려국가 기업) 규제 강화와 중국산 패널에 대한 AD/CVD 관세 확대는 미국 현지 제조 거점을 갖춘 한화솔루션에 물량과 판가 양면에서 수혜 요인이 될 수 있다.

화약 회사에서 출발해 세계 최대 태양광 시장의 심장부에 수직계열화 공장을 세웠다. 구조적 기회와 재무 리스크가 함께 압축된 회사다. 실적 반등이 구조적 흐름으로 연결되는지, 재무 부담이 완화되는지가 2026~2027년의 핵심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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