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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일기] 직기 4대에서 시작해 반도체 영업이익 47조를 번 회사 — SK㈜ 종목관찰

by 우노디야 2026.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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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SK텔레콤, SK에너지. SK 하면 보통 이 세 가지가 떠오른다. 반도체, 통신, 석유. 그런데 이 그룹의 시작이 직기 4대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직기, 그러니까 천 짜는 기계 네 대. 거기서 출발해 지금은 그룹 합산 시총이 732조 원이 넘는다.

더 황당한 건 그 공장이 한국전쟁으로 완전히 폭격당한 폐허였다는 점이다. 창업주는 그 잿더미 위에서 직접 마차를 몰아 돌과 자갈을 날랐다. 공장 문짝도 손수 달았다.


SK라는 이름의 뿌리

SK라는 이름의 뿌리는 193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의 '선(鮮)'과 일본 교토의 '경(京)'을 합쳐 만든 선경(鮮京)직물이 그 시작이다. SK라는 알파벳이 사실 선경의 영문 이니셜이었다는 것, 모르는 사람이 꽤 있다.

진짜 창업의 주인공은 최종건이다. 1944년 선경직물 수원공장에 입사한 그는 광복 이후 생산부장으로 공장을 지켰고,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인 1953년 폭격으로 완파된 공장 부지를 직접 사들였다. 전쟁이 끝나자마자 폐허를 사겠다고 결단한 것이다. 종업원 몇 명과 함께 마차를 몰며 자갈을 날라 공장을 직접 재건했다. 직기 4대로 시작한 선경직물은 10여 년 만에 직기 1,000대를 돌파했다. 250배 성장이다. 전후 폐허 위에서.

1960년대 초 경영난이 심해지자 최종건은 미국 유학 중이던 동생 최종현을 불러들였다. 두 형제는 완전히 달랐다. 주변의 평가는 이랬다. "소리 없이 일을 꾸미는 사람은 최종현이고, 밖에서 박력 있게 뛰는 사람은 최종건이었다." 패기와 지성의 조합. 그때부터 선경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 재미있는 비화가 하나 있다. 그룹 안에서 '10만 환짜리 술값'으로 불리는 이야기인데, 최 회장이 술자리에서 얻은 나일론 원사 제조기술 정보 하나가 선경의 기술 도약 발판이 됐다는 것이다. 술값 10만 환짜리 정보가 기업의 궤도를 바꿨다.


세 번의 도약과 세 번의 위기

선경의 첫 번째 도약은 1980년이다. 당시 대한민국 매출 1위 기업이던 대한석유공사, 지금의 SK에너지를 인수했다. 직물 회사가 석유 공기업을 삼킨 것이다. 단번에 재계 빅리그에 진입했다.

두 번째 도약은 통신이었다. 선경은 1984년부터 무려 10년 동안 통신 사업을 준비했다. 미국 현지법인까지 세우며 착실히 쌓아온 준비가 1994년에 터졌다. 한국이동통신 주식 공개입찰에서 시가보다 높은 가격을 써내며 과감하게 인수한 것이다. 그 회사가 지금의 SK텔레콤이다. 10년 준비의 결과물.

그리고 그해, 2대 회장 최종현이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창업주 최종건도 47세에 폐암으로 먼저 떠났고, 장남 최윤원도 2000년 49세에 같은 병으로 세상을 떴다. 형제 두 명, 장손까지. 3부자가 모두 폐암으로 스러진 이 운명은 어떤 드라마에서도 쓰기 어려운 비극이다.

1998년, 37세의 최태원이 IMF 외환위기 한복판에서 그룹을 물려받았다. 유언도 없이 갑작스럽게 떠난 아버지, 흔들리는 경제, 창업 37년의 그룹. 취임 5년 만에 더 큰 위기가 왔다. 2003년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 1조 5,800억 원 규모의 회계 조작이 드러났고 최태원 회장은 구속됐다. 이 틈을 타 모나코 기반의 소버린자산운용이 SK 주식 14%를 매입하고 경영권 탈취를 시도했다. 주주총회 표 대결까지 갔고, SK는 간신히 버텨냈다. 역설적으로 이 사건이 SK를 바꿨다. 이사회의 70%를 사외이사로 채우고 투명 경영을 선언하며 지배구조를 전면 개편했다. 위기가 체질을 바꾼 것이다.

세 번째 도약은 2012년이다. 그룹 내부의 반대와 시장의 우려를 무릅쓰고 최태원은 3조 4,200억 원에 하이닉스를 인수했다. 5년 후인 2017년, 그 회사는 영업이익 13조 7,000억 원을 냈다. 3조 투자가 5년 만에 13조짜리 엔진이 됐다.

한 가지 더. SK 역사에서 빼놓기 아까운 사람이 있다. 손길승 전 회장. 1966년 대졸 신입사원 1호로 입사해 그룹 회장까지 오른 샐러리맨이다. 그리고 최종현 선대회장의 외교력도 빠질 수 없다. 1973년 1차 석유파동 때 사우디에서 한국 원유 전량 공급을 이끌어낸 것도, 1978년 2차 파동 때 직접 날아가 원유 공급 약속을 받아온 것도 모두 이 사람이다. 국가가 못 한 걸 기업인이 해냈다.


지금의 SK — 하이닉스라는 엔진

SK㈜는 SK그룹의 지주회사다. 에너지·화학, 정보통신, 반도체, 소재, 바이오, AI 등 다양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룹 합산 시총은 2026년 기준 732조 원 이상이다.

지금 SK그룹의 가장 뜨거운 엔진은 SK하이닉스다. 2024년 매출 66조 1,930억 원, 영업이익 23조 4,673억 원(영업이익률 35%)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바로 전년도인 2023년에 7조 7,000억 원 적자였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다. 불과 1년 사이에 31조 원 규모의 실적 반전이 일어났다. 그리고 2025년에는 매출 97조 1,467억 원, 영업이익 47조 2,063억 원(영업이익률 49%)으로 다시 한번 역대 기록을 크게 경신했다. 2024년 대비 영업이익이 2배 수준으로 성장한 것이다.

이 반전의 핵심은 HBM(고대역폭 메모리)이다. AI 서버에 들어가는 이 메모리는 일반 D램 대비 판매가가 5~10배 높은데 원가는 3~4배 수준에 그친다. 2025년 4분기 SK하이닉스 영업이익률은 58%에 달했다. AI 시대의 구조적 수혜를 가장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회사라는 평가가 과장이 아닌 이유다. 주주환원도 확대됐다. 2025년 총 배당 규모는 2.1조 원으로 역대 최대였다.

SK㈜는 지주회사다. 결국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등 핵심 계열사들의 실적이 지주회사 가치에 반영된다. HBM 시대의 SK하이닉스가 그룹 전체의 중심축인 것은 분명하다. 다만 지주회사 특유의 할인율, 비반도체 계열사의 수익성 과제, AI 투자 사이클의 지속 여부는 함께 점검해야 할 변수다. 직기 4대에서 반도체 영업이익 47조 원까지, 이 회사의 다음 챕터가 무엇이 될지 지켜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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