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미국 시장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마이크론 -8.2%, SK하이닉스 ADR -10.8%, 샌디스크 -12.6%. 반도체 대형주가 일제히 급락했다. 같은 날 MS +2.7%, 아마존 +3.1%, 애플 +2.9%, 메타 +3.0%. 빅테크는 일제히 올랐다.
같은 AI 생태계 안에서 정반대의 방향이 나왔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중국 CXMT가 올해 안에 마이크론 생산능력을 추격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월 35만장 웨이퍼. 중국 전체 DRAM 생산능력이 월 60만장으로 미국·일본·대만을 합친 것보다 커질 수 있다는 내용이다. 최태원이 "공급이 따라잡지 못한다"고 했던 그 공급 쪽에서 변수가 생겼다. 수요는 그대로인데 공급 우려가 먼저 가격에 반영됐다.
그런데 빅테크는 올랐다. 반도체 칩이 싸지면 AI 인프라 비용이 내려간다. 빅테크 입장에서는 호재다. 같은 뉴스가 반도체에는 악재, 빅테크에는 호재로 작동했다.
코스피가 하루 만에 살아났다.
코스피 7,284. 코스닥 829. 전날 6,856에서 하룻밤 사이 430포인트가 올라왔다. 야간선물이 -8%까지 빠졌다가 -5.5%로 회복했고, 본장에서 반등이 나왔다. 코스피 야간선물이 -8%면 서킷브레이커 직전이다. 그 구간에서 버텼다.
원달러 1,486원. 전주 1,497에서 내려왔다. 환율이 안정되면 외국인 수급에 유리하다. CPI 둔화 + 환율 안정 + 코스피 반등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MOVE 75.03. 채권 변동성이 여전히 높다. 10년물 4.545%. 금리가 내려오지 않고 있다. WTI 80.29달러. 브렌트 85.76달러. 호르무즈 봉쇄 이후 유가가 80달러를 넘었다. 트럼프는 "유가는 돌처럼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란 상황이 종료되면 공급이 다시 열린다는 전제다.
오늘 관전 포인트는 하나다.
SK하이닉스 ADR이 어제 -10.8% 빠졌다. 180달러 회복 여부가 오늘 코스피 반도체 섹터의 방향을 결정한다. ADR 프리미엄이 본주 대비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급 쏠림과 레버리지 ETF가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그 거품이 빠지는 과정인지, 아니면 단순 조정인지가 오늘 장에서 가려진다.
골드만삭스는 삼성전자 2027년 HBM 계약가가 전년 대비 90% 이상 오를 것으로 봤다. 3분기 DRAM 평균판매가격은 전분기 대비 +15% 예상이다. 중국 공급 우려와 메모리 가격 상승 전망이 동시에 존재한다. 어느 쪽이 먼저 현실이 되느냐가 지금 반도체 섹터의 핵심 질문이다.
버핏이 "현 증시는 투자보다 도박에 가까워졌다"고 했다. AI CAPEX가 닷컴버블과 비교되는 수준(GDP 대비 11.33% vs 11.49%)에 근접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VIX는 15.69. 시장은 공포를 느끼지 않는다. 버핏의 경고와 시장의 무감각이 공존하고 있다.
한 가지만 묻는다.
반도체는 하루에 -10% 빠졌고 빅테크는 +3% 올랐다. 중국이 공급을 늘리면 메모리 가격이 눌린다. 그런데 골드만삭스는 HBM 계약가가 내년에 90% 오른다고 했다.
일반 DRAM과 HBM은 다른 시장이다. 중국이 따라잡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나뉘고 있다.
지금 반도체 급락이 중국 공급 우려 때문이라면, HBM은 그 우려에서 얼마나 자유로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