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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일기] 탄피 녹인 돈으로 K-컬처 제국을 만들었다 — CJ 종목관찰

by 우노디야 2026.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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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하나. 이병철 창업주의 장손이 이끄는 그룹은? 삼성이라고 답하면 반만 맞다. 정답은 CJ다. 삼성도 신세계도 CJ도 결국 이병철이라는 한 사람에서 갈라져 나온 나뭇가지들이다.

CJ라는 기업은 생각해보면 희한한 회사다. 아침에 햇반을 뜯고, 점심에 비비고 만두를 먹고, 저녁엔 CGV에서 영화를 보고, 택배는 CJ대한통운으로 받는다. 한국인이 하루에 CJ를 안 만나는 것이 더 어려울 정도다. 그런데 이 회사가 전쟁 직후 탄피 녹여서 번 돈으로 세운 설탕 공장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은 알려지지 않은 편이다.

이 회사에는 삼성 집안 형제들의 집요한 견제전과, 한 남자의 무모해 보이는 문화 도박이 동시에 들어 있다.


[창업 스토리 — 탄피에서 설탕으로]

1953년, 한국전쟁이 막 끝난 직후다. 이병철은 부산 부전동에 '제일제당공업'이라는 공장을 세운다. 종잣돈의 출처가 걸작이다. 전쟁 중에 삼성물산이 탄피를 고철로 수출해서 번 돈이었다. 탄피 팔아서 번 돈으로 설탕을 만든 것이다.

그해 11월, 직원들이 삽으로 원당을 투입구에 퍼 넣고 이병철이 스위치를 눌렀다. 기계가 돌아가더니 하얀 결정체가 쏟아졌다. 대한민국 최초의 국산 설탕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 설탕 브랜드가 지금도 살아 있다. 백설이다. 70년이 넘은 브랜드가 아직도 마트 선반에 꽂혀 있다.

이병철의 장남 이맹희의 아들, 즉 이병철의 장손이 이재현이다. 이 사람이 전형적인 재벌 3세의 코스를 따르지 않았다는 점이 흥미롭다. 해외 MBA 대신 고려대 법대를 나와 씨티은행 서울지사에 그냥 취직해버렸다. 삼성가의 장손이 외국계 은행 말단으로 들어간 것이다. '이병철의 손자'라는 배경을 쓰기 싫었다는 게 본인 말이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그냥 두고 볼 리 없었다. "장손한테 왜 남의 집살이를 시키냐"는 불호령이 떨어졌고, 결국 1985년 제일제당 경리부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삼성 창업주의 장손이 경리부 평사원으로.


[성장과 위기 — 독립, CCTV, 그리고 드림웍스]

1987년 이병철이 세상을 떠나면서 삼성은 이건희 체제로 넘어갔고, 제일제당은 1993년 계열 분리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1996년 완전 독립. 그런데 독립 이후에도 삼성과의 기싸움은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1995년, 이재현의 집 옆에 살던 이건희 측이 옥상에 CCTV를 달아 이재현 집 정문을 24시간 감시했다는 일화가 있다. 삼성물산 직원이 이재현을 미행하다 CJ 측에 들키는 일도 있었다. 같은 핏줄, 다른 지붕.

독립한 회사는 작았다. 매출 2조 원대 중견 식품기업이었다. 그런데 이재현 회장은 여기서 황당해 보이는 선택을 했다. 1995년, 스티븐 스필버그의 신생 영화사 드림웍스에 3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임원들이 뒤집어졌다. 설탕이랑 밀가루 파는 회사가 할리우드에 돈을 넣겠다고. 사실 이 자리, 삼성이 먼저 시도했다가 협상이 완전히 깨진 자리였다. 형들이 놓친 공을 막내가 집은 셈이다.

스필버그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마디를 남겼다. "레스토랑이랑 쇼핑을 같이 할 수 있는 멀티플렉스 극장이 필요할 것 같다." 그 한마디가 씨앗이 됐다. 1998년, 국내 최초 멀티플렉스 CGV가 문을 열었다.

타이밍도 절묘했다. IMF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대기업들이 줄줄이 문화사업에서 발을 뺐다. CJ는 혼자 남았다. 540억 원 누적 적자를 내면서도 케이블 방송에 꾸준히 돈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가 슈퍼스타K, 응답하라 시리즈, 미생이다.

참고로 대형마트 사업 얘기도 나왔었는데, 이재현 회장이 "고모님 하시는 사업에 손댈 수 없다"고 거절했다고 한다. 그 고모가 이명희 신세계 회장이다. 삼성·신세계·CJ가 한 집안이라는 게 이런 대화에서 실감난다.

2011년엔 금호아시아나에서 대한통운을 인수하면서 물류까지 장악했다. 나중에 삼성의 택배 사업(삼성 HTH)까지 CJ가 흡수했다. 할아버지 집안에서 나와서 결국 그 집안 택배까지 먹은 것이다.

이재현 회장 개인에게도 긴 암흑기가 있었다. 2013년 조세포탈·횡령 혐의로 구속돼 약 4년간 자리를 비웠다. 2017년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귀했고, 돌아오자마자 '2030년까지 3개 이상 사업 세계 1등'이라는 비전을 내걸었다.


[지금 뭐 하는 회사]

CJ그룹은 현재 크게 네 축으로 돌아간다. 식품·바이오(CJ제일제당), 물류(CJ대한통운), 엔터테인먼트(CJ ENM·CGV), 편의점·홈쇼핑(CJ올리브영·CJ온스타일).

이 중 CJ제일제당은 비비고·햇반 같은 K-푸드를 앞세워 미국·유럽·아시아 전역으로 뻗고 있다. 매출에서 해외 비중이 이미 절반을 넘겼다. 흥미로운 건 '제당'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데 정작 설탕(제당) 매출 비중은 전체의 3%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름은 설탕, 정체는 글로벌 식품·바이오 기업이다.

CJ제일제당의 시가총액은 2025년 초 4조 원대에서 2026년 현재 3조 원 초반대로 하락해 있다. 2025년 8월 MSCI 지수 편출 이후 외국인 이탈이 이어진 영향이 크다. [수정 사유: 원고 '2025년 기준 3조 원 중후반대' → 최신 수치 반영, 2026년 1월 기준 3조 560억 원으로 수정] 지주사 CJ㈜는 별도로 거래되며, 2026년 5월 기준 시총 6조 3,752억 원 수준이다.


[투자 관점에서 보는 포인트]

CJ를 들여다볼 때 흥미로운 지점은, 이 회사가 '식품회사'인지 '물류회사'인지 '콘텐츠회사'인지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사업이 분산돼 있어 어느 쪽이 잘 되느냐에 따라 실적 그림이 달라진다.

K-푸드 해외 확장이 지속되는지, CGV가 팬데믹 이후 극장 업황을 얼마나 회복하는지, CJ대한통운의 물류 경쟁력이 이커머스 성장과 맞물려 어떻게 움직이는지 — 이 세 가지 흐름을 같이 보는 것이 CJ 계열 기업들을 이해하는 출발점이다.

현재는 바이오 사업 수익성 악화, 내수 부진, MSCI 편출 이후 외국인 이탈이 겹친 구조적 부진 국면에 놓여 있다. 그러나 올리브영의 글로벌 확장 및 K-콘텐츠 수출 모멘텀은 긍정요인으로 꼽힌다.


#긍정요인: 비비고·햇반 해외 매출 성장, CJ올리브영 글로벌 확장, K-콘텐츠 수출 모멘텀, 사업 포트폴리오 분산

#변수: 바이오 사업 구조적 수익성 악화, MSCI 편출 이후 외국인 이탈, 내수 침체에 따른 식품 부문 매출 감소, CGV 극장 업황 회복 속도

설탕 공장으로 시작해 K-컬처 수출 기업이 된 이 그룹의 변신 속도는 생각보다 훨씬 빨랐다. 앞으로의 변신도 그 속도로 보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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