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S그룹, 들어본 적은 있는데 뭐 하는 회사인지 딱 떠오르지 않는다. GS25나 삼성전자처럼 간판이 눈에 띄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2026년 공정거래위원회 발표 기준 재계 서열 16위다.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꽤 커져 있었다.
그리고 회사 이름 'LS'에는 두 가지 뜻이 숨어 있다. 공식적으론 'Leading Solution'의 약자다. 그런데 실은 'LG'와 'GS'에서 한 글자씩 떼온 것이기도 하다. LG 창업주 구인회 회장의 동생들이 계열 분리를 하면서 'L'과 'G'를 동시에 챙겨간 셈이다. LG가 이름 한 글자씩 나눠주며 독립을 허락한 것 같은 묘한 그림이다.
전선 깔고 구리 제련하는 B2B 회사가 어쩌다 2025년 매출 45조를 찍었는지. 그 이야기를 풀어본다. (수정 사유: 원고 '재계 서열 15위' → 2026년 공정위 발표 기준 16위로 수정)
[창업 스토리]
LS의 실질적인 뿌리는 196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LG 창업주 구인회가 서독에서 전선제조 기술 도입을 위해 295만 달러 차관 계약을 체결하고 '한국케이블공업'이라는 이름의 회사를 세운다. 당시 정부 지불보증도 없이 민간 신용만으로 서독에서 돈을 빌려온 것이다. 1962년에 그 배짱이 대단하다.
더 오래된 뿌리도 있다. LS MnM의 전신인 장항제련소 창립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1936년에 닿는다.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제련소가 해방 후 정부로 넘어갔다가 LG그룹이 인수해 운영하다 지금의 LS MnM으로 이어졌다. LS그룹의 뿌리 중 하나는 무려 90년 전에 시작된 셈이다.
본격적인 독립은 2003년이다. LG그룹에는 오래전부터 독특한 전통이 있었다. 장자 승계 원칙을 지키면서, 다음 세대가 올라오면 나머지 형제들은 일부 계열사를 들고 나가는 방식이다. 구인회 창업주의 동생 3형제, 구태회·구평회·구두회가 LG전선·LG산전·LG-Nikko동제련 등 핵심 기간산업 계열사를 들고 분리 독립했다. 이때가 2003년이고, 2005년에 그룹명을 'LS'로 바꾸며 공식 출범했다.
초대 회장은 구태회의 장남 구자홍. 프린스턴대 경제학과를 나온 뒤 LG전자 부회장까지 올랐다가 전선 그룹 수장이 됐다.
그런데 이 사람에게 전혀 예상 못 한 면이 있다. 바둑 사랑이다. 구자홍 회장은 재계에서 드물게 바둑 덕후로 유명했는데, 1997년부터 바둑 꿈나무 육성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이세돌 9단을 14세 때부터 지원했다. 알파고와 인류의 대결을 펼친 바로 그 이세돌이다. 최철한·박영훈·조혜연 같은 스타 기사들도 이 회장의 후원을 받았다. 전선 깔고 구리 제련하는 회사 회장이 한국 바둑계 최대 후원자였다는 이야기,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성장과 위기]
독립하자마자 잘 된 건 아니다. 1998년, LG산전이 LG금속을 합병하고 승강기 사업은 미국 오티스 엘리베이터에 팔아버렸다. 그리고 일본 닛코금속과 합작해 동제련 전문 법인을 분사시켰다. 승강기를 정리하고 구리 제련에 올인한 결정이다. 결과적으로 이게 맞아떨어졌다. 지금의 LS MnM은 국내 유일의 동제련소로, 구리 가격이 뛸 때마다 그룹 실적을 받쳐준다.
2008년 지주회사 전환 때 흥미로운 사건이 있었다. LS전선에서 물적분할로 태어난 LS엠트론은 당시 LS전선의 적자 사업부를 몽땅 끌어모아 만든 회사였다. 그런데 출범 첫해인 2008년 역대 최대 매출을 찍고, 이듬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금 LS엠트론 트랙터는 세계 40여 개국에 수출되며 북미 딜러 만족도 1위를 달리고 있다. 쓸모없다고 분리해놨더니 알아서 잘 크더라는 이야기다.
구자홍 초대 회장의 10년 임기 성적표는 매출 4배, 영업이익 3배, 기업가치 7배. 그리고 10년 만인 2013년, 사촌 동생 구자열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줬다. 싸우지 않고 물려줬다. 재벌가에서 진짜 드문 일이다.
이 공동경영 시스템이 LS의 독특한 문화다. 독립 당시 구태회·구평회·구두회 3형제가 4대4대2로 경영권을 나눴고, 지금도 이 비율이 유지된다. 초대 구자홍(구태회 장남) → 2대 구자열(구평회 장남) → 3대 구자은(구두회 장남) 순으로, 삼형제의 맏아들들이 차례로 바통을 넘겨받고 있다. 순서 없이 뺏고 빼앗기는 게 아니라, 줄 서서 받는 구조다.
M&A 속도도 남달랐다. 구자열 회장 재임 10년 동안 편입된 계열사 중 지금까지 남아있는 곳이 30개사로, 당시 30대 그룹 평균보다 22개나 많은 수치였다. 특히 2023년 KT로부터 인수한 LS마린솔루션이 결정타가 됐다. 케이블 만드는 것만으론 부족하다고 판단해, 바다에 직접 까는 시공 회사까지 품은 것이다.
[지금 뭐 하는 회사]
LS그룹의 사업 구조는 크게 세 축이다. LS전선이 케이블을 만들고, LS마린솔루션이 해저에 깔고, LS일렉트릭이 변전 설비를 납품하는 수직계열화 구조다. 제조부터 시공까지 한 번에 묶어서 발주받을 수 있다는 게 핵심 경쟁력이다.
2025년(12개사 합계, 내부회계 기준) 그룹 전체 매출은 45조 7,223억 원, 영업이익 1조 4,884억 원으로 출범 이래 최대 실적이다. 전년 대비 매출 9.1%, 영업이익 23.1% 증가했다. LS일렉트릭은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4조 9,622억 원, 영업이익 4,269억 원으로 매출·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AI 데이터센터 붐과 에너지 전환 흐름이 맞물리면서 북미와 유럽에서 수요가 터진 결과다.
LS마린솔루션은 매출 2,442억 원으로 전년 대비 87.4% 증가하며 창사 이후 처음으로 연 매출 2,000억 원을 돌파했다. LS전선의 수주 잔고는 2025년 말 기준 7조 6,300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찍었다.
지주사 ㈜LS의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은 31조 8,250억 원(전년 대비 +15.5%)이며, 시가총액은 2026년 7월 기준 약 3조 원 중반대 수준이다. (수정 사유: 원고 잘린 시총 부분 보완)
[투자 포인트]
LS그룹을 보는 핵심은 세 가지 흐름의 교차점이다.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글로벌 에너지 전환에 따른 해저케이블·변전 인프라 수요, 그리고 구리 가격이다. 이 세 가지가 맞물릴 때 LS는 강하다.
#긍정요인: 수직계열화(케이블 제조→해저 시공→변전 납품) 완결 구조, AI 데이터센터·에너지 전환 수혜 지속, 2025년 역대 최대 매출·영업이익 동반 달성, 향후 5년간 국내 7조·해외 5조 투자 계획
#변수: 구리 가격 의존도에 따른 원가 부담(매출원가 급등 시 이익률 하락), 영업이익 대비 실제 현금흐름 괴리(재고 급증), 글로벌 인프라 프로젝트 발주 지연 가능성, ㈜LS 지주사 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