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개의 숫자가 동시에 나왔다.
브렌트유 99.87달러. 100달러가 눈앞이다. 트럼프가 이란에 대한 역대 최대 규모 공격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이스라엘 참여 가능성도 언급했다. 미국이 홍해 남부 위협 수준을 '상당한'으로 격상했다. 러시아는 디젤·가솔린 수출금지 연장을 사실상 확정했다. 공급 충격이 사방에서 동시에 오고 있다.
같은 날 구글 클라우드 CEO가 말했다. "고객들이 계약 대비 50% 이상 추가 지출하고 있다." 2분기 클라우드 매출이 전년 대비 82% 급증했다. 구글은 CAPEX를 1,950억~2,050억 달러로 상향했다. 유가 충격과 AI 수요 폭발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하루였다.
S&P500 7,408. 나스닥 25,137. VIX 18.96. 이달 고점이다. 시장이 두 방향 중 어느 쪽을 먼저 읽느냐를 결정하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다.
그런데 코스피는 올랐다.
코스피 7,096. 전날 6,797에서 300포인트 가까이 올라왔다. 7,000선을 회복했다. 코스닥 790. 미국이 빠지는 날 한국이 오르는 역전 현상이 나왔다.
이유가 있다. 구글의 82% 클라우드 성장이 한국 반도체 수요를 직접 확인시켜줬다. AI 데이터센터 CAPEX 지속성 논란이 숫자로 종지부를 찍었다. 디레버리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상황에서 수급이 빠르게 돌아왔다.
SK하이닉스가 P&T7에 7조931억원을 투자하겠다고 공시했다. 클린룸 속도전이다. HBM4 캐파를 확보하기 위한 선제적 투자다. 모건스탠리는 메모리 반도체 급락을 매수 기회로 판단했다. HBM4로 2027년 캐파 부족이 심화된다는 전망이다. MS 루빈 울트라가 내년 HBM 콘텐트를 두 배 확대하면 컨벤셔널 DRAM 캐파까지 잠식된다.
산업 구조가 바뀌고 있다.
태양광과 반도체 모두 "공급 먼저, 수요 나중" 에서 "선계약 후 공급"으로 전환됐다. OCI홀딩스 폴리실리콘 2028년 물량이 사실상 완판됐다. 메모리도 LTA 계약이 확산되고 있다. 수요가 확정된 상태에서 공급을 늘리는 구조다. 이게 과거 사이클 산업과 다른 점이다. 수요가 먼저 계약서로 묶였다.
CPU 부족이 서버 조립을 지연시키고 있다. 서버가 늦어지면 메모리 수요도 뒤로 밀린다. 그러나 밀리는 것이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CPU 공급이 풀리는 순간 억눌린 수요가 한꺼번에 터진다. 그 타이밍을 모건스탠리는 지금으로 보고 있다.
10년물 금리 4.703%. 30년물 5.171%. MOVE 76.31. 채권 시장이 유가 충격을 반영하며 흔들리고 있다. 금리가 이 수준에서 더 오르면 반등 속도에 제동이 걸린다. 그러나 구글이 CAPEX를 2,000억 달러로 올린 날 금리 부담으로 성장주가 멈추는 그림이 현실화되긴 어렵다.
한 가지만 묻는다.
브렌트유가 100달러다. 금리가 오르고 있다. 그런데 구글은 CAPEX를 2,000억 달러로 올렸고 고객들은 계약보다 50% 더 쓰고 있다. 비용이 올라도 투자를 늘리는 기업이 이기는 시장이 있다. AI 인프라가 지금 그 구간에 있다면, 유가 100달러는 리스크인가 아니면 노이즈인가.
※ 이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