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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일기] 성병 전문 약국에서 8조짜리 기술수출까지, 한미약품 이야기

by 우노디야 2026.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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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을 처음 들으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뭔가. 비만치료제? 기술수출? 아니면 집안 싸움? 어느 것 하나 틀린 연상이 아니다. 그런데 이 회사의 진짜 시작을 아는 사람은 생각보다 드물다. 1966년, 서울 종로의 작은 성병 전문 약국이었다.

성병은 당시 치료받기 창피한 병으로 여겼던 시대에, 청년 약사 임성기는 역발상을 택했다. 일대일 상담 공간을 따로 만들고, 24시간 상담 전화를 열었고, 우편 주문까지 받았다. 1960년대 한국 약국에서 우편 주문이라니. 고객 중심 마케팅의 DNA는 이미 그 약국 안에 있었다. 그리고 7년간 약국을 운영하며 번 돈으로 1973년 한미약품을 세웠다.


[창업 스토리]

1940년 경기도 김포에서 태어난 임성기 회장은 중앙대 약학과 졸업 후 서울에 약국을 열었다. 그가 제약회사를 차린 이유는 '제약보국(製藥報國)' — 약을 통해 나라에 보답하겠다는 것이었다.

그의 전략은 처음부터 신약을 만들겠다고 달려드는 게 아니었다. 먼저 복제약으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개량신약을 만들고, 그 수익으로 혁신신약에 도전하는 '계단식 사다리 전략'이었다. 단계별로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위로 올라가는 방식. 1970년대에 이 그림을 그리고 실제로 실행했다는 게 포인트다.

한미약품이 창립 기념일로 삼는 날짜도 재미있다. 법인 설립일이 아니라 첫 번째 제품이 출시된 날이다. 회사는 제품이 세상에 나오는 날부터 시작이라는 철학.

그리고 '팔팔'이라는 이름. 비아그라 제네릭을 내놓으면서 대놓고 숫자 88을 이름으로 붙이고, 시알리스 제네릭엔 '구구(99)'를 붙였다. '구구팔팔' — 99세까지 88하게. 의약품 마케팅에서 이런 언어유희 브랜딩은 전례가 없었다. 이 이름을 직접 지은 것도 임성기 회장이었다고 한다.


[성장과 위기]

첫 번째 터닝포인트는 1989년이었다. 한국 제약사들이 외국 기술을 수입하던 시절에, 한미약품은 거꾸로 스위스 로슈에 기술을 수출했다. 국내 최초의 의약품 제조 기술 수출이었다.

그리고 2015년, 진짜 반전이 터졌다. 베링거인겔하임, 일라이릴리, 사노피, 얀센 등 글로벌 제약 공룡들과 한 해에만 6건의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다. 총 규모 약 8조 원. 가장 충격적인 계약은 사노피와의 GLP-1 당뇨·대사질환 프로젝트로, 규모가 최대 39억 유로였다. 주가는 장중 77만 원을 넘어섰다.

2016년 1월, 임성기 회장은 또 깜짝 놀랄 일을 했다. 개인 보유 한미사이언스 주식 약 90만 주를 임직원 2,800명에게 무상 증여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총 1,100억 원 규모, 1인당 평균 4,000만 원 수준이었다. "적자와 월급 동결 상황에서도 R&D에 투자할 수 있게 견뎌준 임직원에게 위로가 됐으면 한다." 창업주가 자신의 주식을 임직원에게 직접 증여한 사례는 정말 흔치 않다.

그런데 잔치는 오래가지 않았다. 2016년 9월 베링거인겔하임이 폐암 치료제 올무티닙 임상 3상을 중단하며 계약을 해지했고, 이어서 다른 계약들도 줄줄이 반환됐다. 2019년엔 얀센이 비만·당뇨 치료제 권리를 돌려보내면서 주가가 하루 만에 27% 폭락했다. 8조 잭팟의 흥분은 그렇게 식어갔다.

그러나 한미약품은 멈추지 않았다. 핵심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 개발을 계속 밀어붙였다.

2020년 8월, 임성기 회장이 별세했다. 그리고 이후 한미약품은 제약회사에서 막장 드라마로 장르가 바뀌었다. 어머니 송영숙 회장과 장녀 임주현 부회장이 OCI와의 통합을 추진했다. 장남 임종윤과 차남 임종훈이 강하게 반발하며 경영권 분쟁이 시작됐다. 최근엔 차남이 어머니·누나 측에 합류했고, 장남 측 지분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에게 넘어갔다.


[지금 뭐 하는 회사]

2025년 실적은 역대 최대였다. 매출 1조 5,475억 원에 영업이익 2,578억 원, 영업이익률 16.7%. 고지혈증 치료제 '로수젯' 하나로만 1,600억 원 넘게 팔았다. 매출의 약 14.8%인 2,290억 원을 R&D에 쓰면서도 이 이익률을 유지한다는 건, 자체 개발 제품의 원가율이 그만큼 낮다는 뜻이다. 시가총액은 현재 약 5조 6,000억 원으로 코스피 100위권 안에 있다.

지금 시장이 가장 주목하는 건 비만치료제 파이프라인이다. 자체 플랫폼 '랩스커버리'를 적용한 주 1회 GLP-1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국내 품목허가를 2025년 12월에 신청했고, 2026년 10월 국내 출시가 예상된다.

그리고 전 세계가 관심을 가지는 파이프라인이 하나 더 있다. HM17321 — 살을 빼면서 오히려 근육이 늘어난다는 개념의 신약이다. 기존 GLP-1 계열 약물들은 체중을 줄이는 과정에서 근 손실이 불가피한데, 이 문제를 정면으로 공략하는 것이다.

그리고 2026년 6월 1일, 기술수출 잭팟이 다시 터졌다. 일라이릴리와 단장증후군 치료제 후보물질 소네페글루타이드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고, 규모는 최대 12억 6,000만 달러(약 1조 8,973억 원)에 달한다. 확정 계약금 7,500만 달러(약 1,129억 원)를 즉시 수령하며, 향후 임상 개발·규제 승인·상업화 마일스톤 달성 시 최대 11억 8,500만 달러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소네페글루타이드는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GLP-2 아날로그 신약 후보물질로, 릴리는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 시장에서의 독점 개발·상업화 권리를 확보했다.


[투자 관점에서 보는 포인트]

#긍정요인: 2025년 역대 최대 실적(매출 1조 5,475억 원·영업이익률 16.7%), 2026년 6월 일라이릴리와 1.9조 원 규모 기술수출 성사, 에페글레나타이드 국내 출시 임박, HM17321(근손실 없는 비만치료제) 파이프라인 임상 진행 중, 랩스커버리 플랫폼 기반 다수 파이프라인 진행

#변수: 가족 경영권 분쟁 지속(지배구조 불안정), 기술수출 계약 반환 이력(2016~2019년 복수 반환 전례), 소네페글루타이드 임상 단계가 아직 글로벌 임상 2상 수준, 마일스톤 실현 여부 불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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