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시작이 IT 회사였다는 사실,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원래 이름은 테크인(TechIn)이었다. 업종 분류도 IT였다. 약이라곤 아무 관계도 없는 회사가 나중에 유럽 병원 처방전을 장악하는 바이오 유통 플랫폼이 된다. 그것도 생물학 전공자 한 명 없이.
그리고 더 충격적인 건 창업 초기 아이템 목록이다. 장례·상조, 야채 수입.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황제의 첫 번째 도전이 야채 수입이었다. 이게 픽션이 아니라 서정진 회장이 직접 공개 강연에서 털어놓은 실제 이야기다.
[창업 스토리]
1998년 IMF가 모든 걸 바꿔놨다. 서정진은 건국대 산업공학과를 나와 삼성전기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고, 대우자동차로 넘어가 30대 중반에 임원 자리까지 올랐다. 전형적인 엘리트 샐러리맨 코스였다. 그런데 IMF 한 방에 대우그룹이 무너졌다. 김우중 회장이 1999년 해외로 잠적했고, 대우자동차는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서정진도 직장을 잃었다.
재취업을 원했지만 오히려 임원 경력이 발목을 잡았다. 너무 높이 올라간 탓에 갈 곳이 없어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창업을 선택했다. 같이 일하던 동료 5명과 5,000만 원을 모아, 인천 연수구청이 스타트업에 무료로 빌려주는 사무실에서 시작했다. 장례업도 기웃거리고, 야채 수입도 해봤지만 다 안됐다.
2000년 새해 첫날, 아내가 앞으로 어떻게 먹고살 거냐고 물었다. 그 답을 찾으러 미국 팰로앨토로 건너갔다. 사실 '도망'에 가까운 출국이었다. 그런데 그 도망이 바이오 발견으로 이어진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노벨 의학상 수상자를 만났고, 블록버스터 바이오의약품의 특허 만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걸 직감했다. 아무도 관심 없는 시장, 바이오시밀러. 그 틈새를 파고들기로 했다. 생물학 전공자는 여전히 한 명도 없었다.
[성장과 위기]
2004년 에이즈 백신 임상 3상이 실패했다. 서정진은 자살을 결심했다. 차를 몰아 강에 뛰어들 계획이었다. 그런데 저도 모르게 브레이크를 밟으며 가드레일을 들이박았다. 재수가 없으니 안 되겠다 싶어 날짜를 보름 뒤로 미뤘다. 그 보름 동안 주변에 하고 싶은 말만 했다. 고맙다, 미안하다. 그런데 보름이 지나자 죽을 이유가 없어져 있었다. 돈 안 준다던 은행이 돈을 주겠다고 했고, 파트너사도 다시 연락을 해왔다. 가드레일 하나가 한국 바이오 역사를 바꾼 것이다. 이건 서정진 본인이 공개 강연에서 직접 꺼낸 이야기다.
그 이후의 행보는 빠르다. 2012년, 창립 10년 만에 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를 개발했다. 존슨앤드존슨의 레미케이드를 복제한 약이다. 2015년 유럽에 출시하자 9개월 만에 처방 환자 6만 명을 돌파하고 오리지널 시장의 20%를 잠식했다. 2017년 코스닥 상장 당시 공모액만 1조 88억 원,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러나 성장통도 있었다. 셀트리온이 생산하고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유통하는 구조 탓에 같은 거래가 두 회사 매출에 동시에 잡혔다. 매출 부풀리기 의혹이 끊이질 않았고, 7년 연속 대기업 내부거래 비중 1위라는 오명도 따라붙었다.
그 구조를 해결한 방법이 합병이었다. 2020년 3사 합병을 발표했고, 3년간의 우여곡절 끝에 2023년 12월 28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에 흡수합병되며 법인 자체가 소멸했다. 합병 직후 내부거래 매출 비중은 사실상 0%로 떨어졌다. 2023년 1조 7,000억 원이 넘던 내부거래가 이듬해 9,585만 원으로 줄었다. 수년간의 구조적 논란을 합병 하나로 날려버린 것이다.
[지금 뭐 하는 회사]
셀트리온헬스케어는 2023년 말 셀트리온에 흡수합병되어 현재 독립 법인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통합 셀트리온이 제조와 유통을 모두 담당하는 구조다.
2025년 연결기준 매출액은 4조 1,625억 원, 영업이익은 1조 1,685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매출은 17%, 영업이익은 137.5% 증가한 수치다. 연간 영업이익률은 28.1%를 기록했다. [수정 사유: 원고 '영업이익률 36%' → 공식 공시 기준 28.1%로 수정]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 매출 4조 원과 영업이익 1조 원을 동시에 달성했다.
이번 실적 성장은 램시마SC, 유플라이마, 베그젤마 등 고수익 신규 제품군이 시장에 안착한 결과로 분석된다. 바이오의약품 글로벌 매출은 전년 대비 24% 성장한 3조 8,638억 원을 기록했으며, 이 중 신규 제품의 매출 비중은 54%까지 확대됐다.
합병 이후 수익성 하락 우려가 많았는데, 1년 만에 그 우려를 완전히 뒤집어버린 셈이다. 2026년 매출 목표는 5조 3,000억 원이다.
[투자 관점에서 보는 포인트]
셀트리온 스토리에서 눈에 띄는 건 구조 변화다. 오랫동안 '내부거래 논란'이라는 꼬리표가 주가에 할인 요인으로 작용해왔는데, 합병으로 그 구조 자체가 사라졌다. 생산과 유통이 한 지붕 아래 들어오면서 실제 이익이 어디에 있는지 보다 투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는 점은 분명히 달라진 부분이다.
바이오시밀러 시장 자체가 글로벌 빅파마들의 오리지널 특허 만기와 맞물려 계속 커지고 있다는 구조적 배경도 있다.
#긍정요인: 2025년 사상 최대 실적(매출 4조 1,625억 원·영업이익 1조 1,685억 원·영업이익률 28.1%), 합병으로 내부거래 구조 완전 해소, 램시마SC·유플라이마·베그젤마 신규 제품 매출 비중 54%까지 확대, 2026년 목표 매출 5조 3,000억 원, ADC·다중항체 신약 파이프라인 임상 진입
#변수: 바이오 업종 특성상 임상 결과·규제 환경·경쟁사 출시 타이밍 변수 다수 존재, 신규 제품 시장 침투율 유지 여부, 원가율 추가 개선 속도,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경쟁 심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