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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일기] 옥시크린, 불스원샷, 그리고 태양광까지 — 이 모든 게 OCI 이야기다

by 우노디야 2026.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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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 4천억 들인 공장 세웠다가 문 닫은 회사가 지금 품절 대란 난 이유

옥시크린, 기억하는 사람? 세탁기 옆에 항상 있던 그 파란 통 말이다. 그게 OCI 제품이었다. 자동차 엔진 닦을 때 쓰는 불스원샷도 원래 OCI 계열이었다. 근데 이 두 가지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OCI홀딩스를 '태양광 소재 회사'로만 알고 있었다면, 오늘 꽤 놀랄 것이다. 이 회사의 역사는 삼척의 낡은 비누 공장에서 시작해서, 인천 앞바다를 직접 매립하고, 수조 원짜리 공장을 세웠다가 통째로 멈추고, 결국 경쟁자가 포기한 말레이시아 공장을 헐값에 집어삼키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65년짜리 드라마다.

그리고 지금, 생산 물량이 전부 팔려서 공장을 2배로 키워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위기가 찬스가 된 사례로는 꽤 교과서급이다.


창업 스토리

창업주 이회림 회장은 1917년 개성 출생이다. 14살에 동네 상점에서 무급 점원으로 시작했다. 개성상인의 DNA가 뭔지 모르겠지만, 이 사람이 증거라면 반박하기 힘들다.

해방 이후 서울 종로에 포목점 '이합상회'를 냈고, 무역회사 '개풍상사'를 거쳐 탄광, 시멘트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포목 → 무역 → 탄광 → 시멘트. 가만히 있는 법이 없던 사람이다.

화학업계 진입은 좀 특이한 경로였다. 1959년, 삼척에 있던 일본인 소유 비누 공장을 불하받은 사업가가 소다회 생산 목적으로 동양화학을 세웠는데, 자금 사정이 나빠지자 이회림 회장에게 인수를 요청했다. 그렇게 남의 화학 공장을 넘겨받은 게 OCI의 시작이다. 창업이라기보다는 인수에 가까웠는데, 그 한 번의 결정이 65년짜리 화학 외길의 첫 발이 됐다.

그리고 이 창업주는 공장을 세우기 위해 인천 앞바다를 매립했다. 1965년부터 바다를 메워 1968년에 80만 평 규모의 소다회 공장 부지를 완성했다. 아무것도 없는 바다에서 공장 부지를 직접 만든 것이다. 이게 한국 최초의 소다회 공장이다.


성장과 위기

1970~80년대는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기술 격차를 메우던 시기였다. 프랑스 롱프랑, 미국 일라이 릴리, 독일 헤라우스 같은 세계적 화학 기업들과 합작 법인을 잇따라 세우면서 사업 범위를 넓혔다. 그 과정에서 옥시크린(1984년 출시)과 같은 생활용품도 만들었고, 이 부문은 나중에 '옥시'라는 이름으로 분리됐다가 2001년 영국계 레킷벤키저에 1,625억 원에 팔렸다. 불스원샷도 같은 시기 별도 법인으로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매각 10년 후, 그 '옥시'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전국적 공분을 샀다. OCI는 이미 손을 뗀 상태였지만, 아이러니한 타이밍이었다.

2001년에는 거평그룹 계열사였던 제철화학을 인수해 동양화학과 통합, '동양제철화학'으로 출범했다. OCI라는 이름은 Oriental Chemical Industries, 즉 동양화학공업의 약자다. 이때 재계순위 23위까지 올랐다.

진짜 도박은 2006년에 시작됐다.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사업 진출을 선언한 것이다. 당시 폴리실리콘은 유럽, 미국, 일본 기업들만의 리그였다. 기술 장벽이 극도로 높아서 아시아 기업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는 게 업계 상식이었다. OCI는 그 상식을 깼다. 2008년 상업 생산 성공. 그것도 불순물이 10억분의 1 수준인 초고순도 폴리실리콘을. 주가는 64만 원까지 치솟았고, '차화정(차·화학·정유)' 시대의 상징 주식이 됐다.

그런데 중국이 움직였다.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이 폴리실리콘 시장에 쏟아져 들어왔다. 국제 폴리실리콘 가격이 폭락했다. OCI는 2019년 한 해에만 1,807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1년 전 1,587억 원 흑자에서 1,807억 원 적자로. 낙차가 3,000억 원이 넘는다. 폴리실리콘은 원가의 약 40%가 전기료다. 높은 국내 전기 요금도 발목을 잡았다. 결국 2020년, 군산 공장 P1~P3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22억 달러, 한화로 약 2조 4,000억 원을 쏟아부은 공장이 멈춰선 것이다.

그 다음 수가 묘했다. OCI는 2017년에 일본 도쿠야마가 손을 뗀 말레이시아 공장을 2,174억 원에 인수해뒀던 참이었다. 경쟁자가 포기한 설비를, 조용히 집어 가져간 것이다. 그 공장이 위기의 탈출구가 됐다. 말레이시아 사라왁주는 수력발전 전기가 싸고 풍부하다. 폴리실리콘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전기 문제를, 친환경 수력발전으로 저렴하게 해결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중국을 이기는 방법이 한국을 떠나는 것이었다는 역설이다. OCI는 인수 당시 연산 1만 1,000톤이던 생산량을 3만 5,000톤으로 3배 이상 키웠다.


지금 뭐 하는 회사

2023년, OCI는 지주회사 'OCI홀딩스'와 화학 자회사 'OCI'로 인적분할했다. OCI홀딩스가 태양광 사업과 도시개발을, OCI가 반도체·배터리 소재 등 첨단 화학소재를 담당하는 구조다.

2026년 2분기 OCI홀딩스는 연결 기준 매출 1조 231억 원, 영업이익 1,080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 31.8% 증가, 영업손실 803억 원에서 영업이익 1,080억 원으로의 극적인 전환이다. 당기순이익은 606억 원이었다.

호실적을 이끈 것은 OCI에너지다. 500MW 규모의 '라사예(La Salle)' 태양광 프로젝트 지분 50%를 매각하며 수익화에 성공했다. 말레이시아에서 생산한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은 장기공급계약으로 연산 3만 5,000톤이 솔드아웃 상태다.

OCI에너지는 텍사스를 중심으로 태양광 3.4GW와 에너지저장장치(ESS) 3.1GW 등 총 6.5GW 규모의 개발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총 29개 프로젝트로 구성돼 있다. 이는 단순한 폴리실리콘 공급사를 넘어 발전 사업자(IPP)로 진화하고 있다는 신호다.

OCI홀딩스는 AI 인프라 수요에 맞춰 폴리실리콘 7만 톤·웨이퍼 11.5GW로의 동반 증설을 결정했다. 올해 말 착공을 목표로 현지 빅테크 기업과 데이터센터용 전력구매계약(PPA) 체결 협상도 진행 중이다.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결과 발표에 따른 중국산 폴리실리콘 규제 강화도 OCI홀딩스에 구조적 수혜 요인이다. 말레이시아에서 생산해 베트남에서 웨이퍼로 가공하는 Non-PFE(비금지외국기관) 공급망을 이미 구축해놨기 때문이다.

개성상인 이회림이 14살에 무급 점원으로 시작해 바다를 메우고 화학 공장을 세운 것처럼, 그의 후손들은 2조 원짜리 공장을 세웠다가 문을 닫고, 경쟁자가 버린 공장을 줍고, 이제 AI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자가 되려 하고 있다. 가만히 있는 법이 없는 집안인 모양이다.


투자 관점에서 보는 포인트

긍정 요인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말레이시아 Non-PFE 공급망이라는 지정학적 해자, AI발 전력 수요 폭발에 따른 태양광 수요 구조적 성장, 그리고 솔드아웃 상태에서 출발하는 증설이다.

리스크도 분명하다. 미국 232조 조사 결과가 예상과 다를 경우 고객 관망세 장기화 가능성이 있고, 폴리실리콘 가격 변동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증설 타이밍이 시장과 어긋날 리스크도 OCI 역사가 몸소 증명해왔다.

 

폴리실리콘 솔드아웃, Non-PFE 해자, AI 데이터센터 PPA — 이 세 키워드가 지금 OCI홀딩스의 다음 챕터를 설명하는 가장 정확한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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