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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일기] S-Oil의 S는 사우디가 아니다, 진짜 뜻을 아는 사람이 없다

by 우노디야 2026.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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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il의 S는 사우디가 아니다, 진짜 뜻을 아는 사람이 없다

S-Oil 주유소에서 카드를 긁어본 적 있다면 한 번쯤 영수증을 자세히 봤을 때 거기 적힌 대표자 이름이 아랍어라는 걸 알아챘을 수도 있다. 한국 주유소에서 아랍 이름이 적힌 영수증을 받는 나라, 대한민국이다. 그리고 대부분 사람들은 S-Oil의 S가 당연히 Saudi(사우디)의 S라고 생각한다. 근데 이게 완전히 틀린 상식이다.

S-Oil의 S는 사우디가 아니라 쌍용(雙龍)의 S다. 회사 이름 뿌리가 한국 재벌 그룹에 박혀 있다는 반전. 거기다 더 충격적인 사실이 있다. 이 회사의 첫 외국인 파트너는 사우디가 아니라 이란이었다. 회사 이름도 처음엔 '한이석유', 즉 한국+이란 석유였다. 그런데 공장을 완공한 바로 그 해에 파트너가 혁명으로 출발할 것을 꺼렸다. 완성된 집에서 파트너가 도망간 셈이다.


창업 스토리

1973년 1차 오일쇼크, 1979년 2차 오일쇼크. 70년대 대한민국에서 에너지 자립은 절박한 문제였다. 박정희 정부는 중동 산유국과의 합작을 통해 안정적인 원유 공급망을 확보하려 했고, 그 흐름 속에서 쌍용그룹이 이란 국영석유공사(NIOC)와 손을 잡았다. 1976년, 50대 50 지분으로 세운 합작회사 이름이 바로 한국이란석유주식회사다.

1980년 경상남도 울주군 온산읍에 정유 공장을 완공했다. 착공 4년 만에 드디어 기름을 뽑아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 해, 이란에서 호메이니 혁명이 터졌다. 팔라비 왕조가 무너지고 이슬람 공화국이 들어서면서 NIOC가 합작에서 손을 뗐다. 공장 완공과 파트너 철수가 같은 해에 벌어진 것이다. 쌍용은 이란 지분을 전량 인수하고 사라를 맡았다. 폴지에서 단독 경영이 됐지만, 역설적으로 이 위기가 쌍용정유를 그룹 전체의 핵심 캐시카우로 키우는 출발점이 됐다. 1987년 한국증권거래소 상장, 1989년 윤활유 브랜드 '드래곤', 1995년 위발유 브랜드 '슈퍼크린'을 차례로 내놓으며 정유사로서 기반을 다졌다.


성장과 위기

이란이 빠져나간 자리에 사우디가 들어온 건 1991년이었다. 세계 최대 국영석유회사 사우디 아람코가 쌍용정유 지분 35%를 인수한 것이다. 아람코 입장에서 한국은 아시아 석유 수요의 핵심 거점이었고, 원유를 뽑아내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정제와 화학으로 넘어가는 다운스트림 사업을 원했다. 한국에 발을 들인 것 자체가 이 은든한 첫 발매를 얻으면서 석유화학 투자를 위한 체력을 서서히 쌓아나갔다.

그런데 1997년 IMF 외환위기가 쌍용그룹 전체를 흔들었다. 캐시카우였던 쌍용정유도 그룹에서 떨어져 나와야 했다. 1999년 쌍용그룹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보유 지분을 아람코 측에 매각하면서 경영권이 완전히 넘어갔다. 그리고 2000년, 사명이 쌍용정유에서 S-Oil로 바뀌었다. 망할 줄 알았던 회사가 세계 최대 오일메이저 계열사로 재탄생한 것이다.

스토리엔 반전이 한 번 더 진다. 2007년, 구 쌍용그룹 보유분이었던 자사주 지분 28.41%를 대한항공(한진그룹)이 2조 4000억원에 사들였다. 항공유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계산이었다. 맞을 듯이 구조다. 그러나 이 파트너십도 오래가지 않았고 결국 아람코가 지배 구조를 완성했다.

2009년에는 1조 3000억원을 투자해 파라자일렌·벤젠 생산 공장을 세우고 2011년 가동했다. 2018년엔 더 과감한 베팅이 나왔다. 잔사유 고도화 설비와 올레핀 다운스트림 설비에 4조 8000억원을 쏟아부은 것이다. 이 준공식에 문재인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나란히 참석했다. 두 나라 정상이 한 기업 준공식에 함께 선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지금 뭐 하는 회사

시가총액 약 12조 3000억원, 코스피 61위. 하루 원유 처리 능력 669,000배럴, 연간 파라자일렌 생산 능력 170만 톤. 정유가 주력이고, 석유화학과 윤활유가 뒤를 잇는다. 외인 지분율이 79.65%에 달하는 사실상 글로벌 기업이다.

2026년 2분기 실적이 눈에 띈다. 매출 11조 3435억원, 영업이익 965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엔 영업손실이었는데 흑자로 전환했다. 윤활유 부문은 분기 역대 최고 실적을 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울산 온산에서는 국내 석유화학 역사상 최대 규모 투자인 사힌 프로젝트가 공사 중이다.

사힌은 아랍어로 '매(Falcon)'를 뜻한다. 9조 2580억원이 들어가는 이 프로젝트엔 아람코가 자체 개발한 세계 최초 상업 가동 기술이 탑재된다. 목표는 2027년 초 상업가동이다.

공사 규모가 어느 정도냐 하면, 설치되는 전선 케이블만 8522km고 철관만 8만 9000톤이다. 콘크리트 양은 레미콘 트럭 5만 8000대 분량. 핵심 설비 중 하나인 크래킹 히터 하나가 가로 10m, 세로 40m에 무게 3200톤짜리다. 공사가 한창이던 2025년 4월엔 하루 1만 명 넘는 인원이 현장에 투입됐다. 다만 이 베팅이 재무적으로는 만만치 않다. 부채비율이 2022년 말 131%에서 2025년 3분기 189%까지 올라갔다. 사힌이 예정대로 가동되면 달라지겠지만, 그게 될 때까지 버티는 체력이 관건이다.

한 가지 독특한 특징이 있다. S-Oil은 국내 정유사 중 유일하게 자체 주유소 브랜드를 직접 소유하고 운영하는 회사다. GS칼텍스나 SK에너지, HD현대오일뱅크가 각각 모그룹 중심의 유통 구조를 갖는 것과 달리, S-Oil은 아람코라는 글로벌 오일메이저의 그늘 아래 독립적 정유·화학·윤활 3축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투자 포인트

S-Oil을 보는 투자자라면 세 가지를 함께 봐야 한다.

첫째, 사힌 프로젝트 완공 시점이다. 2027년 초 상업가동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석유화학 수익성이 구조적으로 개선된다. 현재 석유화학 부문은 분기 영업손실을 내고 있는 상태이므로, 사힌 완공 이후의 수익 구조 변화가 핵심이다.

둘째, 윤활유 사업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물류 제약으로 타이트한 수급이 심화되며 스프레드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 구조가 지속되는 동안 윤활유가 안정적인 수익 버퍼 역할을 한다.

셋째, 부채비율이다. 사힌이 완공되기 전까지 190%에 육박하는 부채비율이 재무 부담으로 작용한다. 원유 가격 급락이나 정제마진 악화 국면에서 체력이 얼마나 버티느냐가 관건이다.

이란 혁명이 만든 회사가, 사우디 아람코라는 세계 최대 오일메이저의 계열사가 됐다. 그리고 지금 9조짜리 공장을 짓고 있다. 기후변화와 에너지 전환의 시대에, 이 베팅이 옳은 방향이었는지는 2027년 이후에 판가름 날 것이다.

사힌 프로젝트, 윤활유 역대 최고, 아람코 계열 — 이 세 키워드가 지금 S-Oil을 설명하는 가장 정확한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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