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젯밤 7월분 CPI가 나왔다.
헤드라인 CPI 전월 대비 +0.1%, 전년 대비 3.4%. 코어 CPI 전월 대비 +0.2%, 전년 대비 2.5%. 모두 다우존스 컨센서스에 정확히 부합했다. 헤드라인과 코어 모두 6월 대비 0.1%p씩 내려왔다.
숫자보다 구조가 중요하다. 에너지 지수가 한 달 새 1.5% 하락했다. 휘발유는 2.9% 내려왔다. 이란 전쟁 직후 물가를 밀어올렸던 에너지가 이제 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바뀌었다. 주거비가 헤드라인 상승분의 약 3분의 2를 차지했지만 상승폭 자체는 0.1%로 온건했다.
코어 2.5%는 2월 이후 가장 낮은 연간 상승률이다. 에너지 쇼크가 서비스·주거 물가로 2차 전이되지 않았다는 확인이다. "인라인 인플레이션이 '금리 인상 불필요' 내러티브를 유지시킬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연준 다음 회의는 9월이라 그 전에 8월 지표까지 한 달치 데이터를 더 확인할 수 있다.
주의할 점도 있다. 일부 연준 인사들은 여전히 금리 인상을 주장하고 있고, 인플레이션이 임금 상승률(3.2%)을 웃돌며 4개월째 실질임금을 갉아먹고 있다. 인하 기대가 확정된 건 아니다. "인상 불필요"까지 왔다는 게 정확한 위치다.
시장 반응은 차분한 안도였다.
S&P500 7,748. 나스닥 26,588. 신고가권 유지. VIX 14.55. 연중 최저 수준까지 내려왔다. 서프라이즈가 없었기에 급등도 없었지만, 공포지수가 말해준다. 시장이 원했던 건 폭등이 아니라 확인이었다.
MOVE 72.09. 발표 전 77까지 올랐던 채권 변동성이 발표 후 안정됐다. 10년물 4.682%. 러셀2000이 3,045로 사상 최고권이다. 금리 민감도가 높은 소형주가 오른다는 건 시장이 금리 방향을 아래로 읽고 있다는 뜻이다.
코스피 6,579. 전날 6,345에서 230포인트 올랐다. CPI 발표 전에 이미 선반영 매수가 들어왔다. 코스닥 858. 닛케이 67,524. 아시아 전반이 같은 방향이다. 원달러 1,417원.
수급의 질이 계속 좋아지고 있다.
레버리지 거래량 90% 소멸, 외국인 7월 말 7조원 순매수, 그리고 CPI 컨센서스 부합. 사흘 연속으로 수급·펀더멘털·매크로가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
AI 인프라 쪽에서는 광통신이 주인공이었다. 루멘텀이 실적과 가이던스 모두 컨센서스를 크게 상회했고 Citi·JPM이 목표주가를 일제히 올렸다. 레이저 수요가 공급을 30% 이상 초과하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코히런트도 실적·가이던스 동반 상회다. CEO가 "고객 수요가 이례적 수준"이라고 했다. AI 데이터센터의 구리→광연결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18개월간 미국 AI·에너지 인프라에 2,500억 달러 투자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엔비디아의 680조원 GPU 금융 플랫폼에 이어 대형 은행까지 AI 인프라 금융화에 뛰어들었다. GPU가 담보가 되고, 데이터센터가 금융상품이 되고, 은행이 전용 자금줄을 만든다. AI 투자의 게임체인저는 GPU가 아니라 금융 구조의 변화라는 시각이 일주일 만에 현실이 되고 있다.
코어위브 수주잔고에서 48개월 이상 장기계약 비중이 4%에서 25%로 늘었다. 메모리 LTA와 같은 방향이다. AI 수요가 단기 주문이 아닌 장기 계약으로 바뀌고 있다.
한 가지만 묻는다.
CPI는 부합했고, 에너지는 물가를 끌어내리기 시작했고, VIX는 연중 최저다. 금융 인프라까지 AI 투자를 뒷받침하러 들어왔다.
이제 9월 연준 회의까지 한 달. 남은 변수는 8월 지표와 이란 협상뿐이다.
7월의 공포가 수급 청산이 만든 착시였다면, 8월의 이 정렬은 무엇을 만들고 있는가.
※ 이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