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내내 기다린 숫자가 나왔다.
엔비디아 FY27 2분기 매출 962억 달러. 예상치 922억 달러 상회. 3분기 가이던스 1,080억 달러로 이것도 컨센서스를 넘겼다. 데이터센터 매출은 전년 대비 +117%. 그리고 CFO가 결정타를 날렸다. FY28 매출 성장률 70% 전망. 애널리스트 컨센서스 44.5%를 크게 웃도는 숫자다.
AMD가 107% 성장에도 -6% 빠졌던 시장이다. 기대 초과폭을 심판하는 시장에서 엔비디아는 실적·가이던스·장기 전망 세 개를 전부 넘겼다. Vera Rubin은 8월 초 생산 출하를 시작했고, 모든 주요 하이퍼스케일러의 구매 주문을 확보했다. 엔비디아 역사상 가장 빠른 양산이 될 전망이다.
그런데 한국 투자자가 봐야 할 진짜 숫자는 따로 있다.
공급 약정이다. 1,190억 달러에서 2,790억 달러로 1,600억 달러가 늘었다. 주요 원인이 메모리 조달이다. 부채도 85억 달러에서 334억 달러로 급증했다. 잉여현금흐름은 486억에서 213억 달러로 줄었고 재고는 316억 달러로 늘었다.
이걸 어떻게 읽어야 하나. 엔비디아가 빚을 내서 메모리를 선점하고 있다. 현금흐름을 희생하면서까지 공급을 확보해야 할 만큼 메모리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최태원의 2027년 메모리 기근 발언을 엔비디아가 재무제표로 증명한 것이다. 2,790억 달러 약정의 상당 부분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흘러들어온다.
총이익률 가이던스 하향도 같은 이야기다. 75%에서 74%로 100bp 내려왔다. 이유가 HBM 등 메모리 원가 상승이다. 세계에서 가장 강한 가격 협상력을 가진 회사가 메모리 앞에서는 마진을 내줬다. 갑을 관계가 바뀌는 지점이다. 엔비디아의 마진 100bp가 한국 메모리의 마진으로 이동하고 있다.
시장 반응은 차분했다. S&P500 7,675. 나스닥 26,130. 실적은 장 마감 후 발표라 오늘 밤 반응이 본게임이다. 코스피는 6,808로 선반영 상승했다. 오늘 국내 장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이 약정 숫자를 어떻게 반영하는지가 관전 포인트다.
전력 쪽에서도 큰 뉴스가 나왔다.
트럼프가 외국산 전력망 장비 차단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중국산 변압기·배터리·인버터·제어시스템의 구매·설치가 금지된다. 120일 내 규정이 마련된다.
AI 데이터센터 확장의 병목이 전력이라는 건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그 전력망에서 중국산이 통째로 빠진다. 미국 전력 인프라 수요를 비중국 업체들이 나눠 갖는 구조다. 효성중공업의 미국 증설 검토, LS일렉트릭의 블룸에너지 공급 계약이 이 흐름의 선행 신호였다. 어제 국내 시장에서 두산에너빌 85,800원, 씨에스윈드 50,000원 등 전력·에너지 인프라주가 강했던 배경이다.
리스크도 하나 추가됐다. 크렘린 내부에서 푸틴의 전술핵 사용 가능성에 대한 신뢰가 확산되고 있다는 블룸버그 보도다. 금 4,647달러. 신고가에서 소폭 내려왔지만 이런 뉴스가 있는 한 크게 빠질 이유가 없다.
유가는 WTI 81.91달러로 안정. 10년물 금리 4.664%. MOVE 69.44로 채권이 안정됐다. 원달러 1,385원.
한 가지만 묻는다.
엔비디아는 70% 성장을 말했고, 1,600억 달러의 메모리 약정을 쌓았고, 마진 100bp를 메모리에 내줬다.
7월의 질문은 "AI CAPEX가 지속되는가"였다. 8월의 답은 "지속을 넘어 선점 경쟁"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회사가 빚을 내며 메모리를 사재기하는 시대. 그 메모리를 만드는 나라의 주가지수가 아직 6,800이라면, 시장이 못 본 것은 무엇인가.
※ 이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