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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일기] 연구원 3명으로 시작해 MSD를 줄 세운 대전 아저씨 이야기

by 우노디야 2026.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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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3명으로 시작해 MSD를 줄 세운 대전 아저씨 이야기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항암제가 뭔지 아는가. 미국 MSD의 '키트루다'다. 2024년 한 해 글로벌 매출만 약 42조 원. 그 키트루다의 투약 방식을 바꾼 기술이 한국에서 나왔다. 그것도 대전의 작은 사무실에서, 연구원 세 명이 자본금 5억 원으로 시작한 회사에서.

회사 이름은 알테오젠. 지금은 코스닥 시총 1위를 다투는 K-바이오 대장주지만, 시작은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더 재밌는 건 창업자 박순재 대표의 어릴 적 꿈이 영화감독이었다는 사실이다.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결국 인생 자체가 영화 한 편이 됐다.

그리고 결정적 반전 하나. 알테오젠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피하주사 플랫폼 기술'은 사실 창업 당시 사업 계획서에 없던 기술이다. 살아남으려다 보니까 나온 거였다.


창업 스토리

2008년이었다. 박순재 대표는 LG화학과 한화그룹에서 20년 넘게 신약 개발에 매달린 연구원이었다. 대기업의 안정적인 울타리 안에 있던 사람이 어느 날 결심을 한다. 나가서 직접 해보겠다고.

당시 나이가 이미 50대 중반을 훌쩍 넘긴 시점이었다. 어지간한 배짱으로는 엄두도 못 낼 도전이었다. 함께 창업한 사람은 아내 정혜신 박사였다. 당시 한남대 생명시스템과학과 교수였던 정 박사와 부부가 함께 회사를 차렸다.

돈도 별로 없었다. 초기 자본금 5억 원. 외부 투자를 일부러 마다했다. 창업 3년 차에 종근당 계열 CKD창업투자로부터 10억 원을 받은 것 말고는 남의 돈을 거의 쓰지 않으려 했다. 전략은 단순했다. 기술을 팔아서 번 돈으로 다음 기술을 개발한다. 자립형 선순환 모델이었다. 이 철학이 훗날 12조짜리 기술 플랫폼의 DNA가 됐다.

창업 동기는 거창하지 않았다. "전 세계 환자에게 삶의 변화를 주는 의약품을 공급하고 싶다." 말 한마디였다. 2025년, 그 말이 실제로 됐다.


성장과 위기

처음에는 바이오시밀러 회사였다. 허셉틴, 아일리아처럼 특허가 만료된 바이오 의약품의 복제약을 개발하는 게 주력 사업이었다. 2014년 기술특례 제도로 코스닥에 상장했는데, 당시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이 1,451억 원이었다.

그런데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이 뛰어들면서 판이 달라졌다. 자본이 넘치는 대기업들과 정면으로 맞붙기엔 역부족이었다. 위기였다.

이 순간 박 대표는 방향을 튼다.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다 보니, 이미 시장에서 피하주사 비율이 정맥주사를 앞서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거기서 아이디어가 나왔다.

2018년, 알테오젠은 ALT-B4라는 이름의 히알루로니다제 효소를 개발한다. 피부 안의 히알루론산 층에 일시적으로 통로를 만들어 항체 의약품을 정맥이 아닌 피부 아래로 투약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다. 기존 정맥주사는 병원에 가서 수 시간 링거를 맞아야 했다. 피하주사는 주사 한 방이면 끝난다. 키트루다의 경우, 기존 IV 제형은 30분이 걸렸는데 SC 제형은 3주마다 1분, 또는 6주마다 2분이면 됐다. 의원급 동네 병원에서도 맞을 수 있다. 환자 입장에선 세상이 달라지는 변화다.

그리고 2020년, 세계 최대 제약사 MSD와 약 5조 5,560억 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맺는다. 국내 바이오 역사에 전무후무한 수준의 계약이었다. 2024년에는 키트루다에 한해 독점권을 요구하는 추가 계약까지 체결했다. 총 계약 규모는 43억 1,700만 달러, 약 6조 원에 달했다.

기쁨도 잠깐, 태클이 들어왔다. 피하주사 기술의 원조격인 미국 할로자임(Halozyme)이 특허 침해를 주장하며 무효심판을 제기한 것이다. 결과는 알테오젠의 완승이었다. 미국 특허청은 "할로자임이 청구항 중 단 하나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승소 가능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심리 개시 자체를 기각했다. 이 싸움에서 알테오젠 편에 선 것이 다름 아닌 MSD였다. 세계 최대 제약사가 방패막이가 된 것이다.

2025년 9월 23일, 미국 FDA가 '키트루다 큐렉스', 즉 키트루다 SC 제형을 공식 승인했다. 알테오젠의 기술이 세계 매출 1위 항암제에 실제로 쓰이게 된 순간이었다.


지금 뭐 하는 회사

알테오젠의 핵심은 하이브로자임(Hybrozyme) 플랫폼이다. ALT-B4 기반으로 정맥주사를 피하주사로 바꿔주는 기술을 다국적 제약사에 기술이전하고, 계약금·마일스톤·로열티를 받는 구조다. MSD를 시작으로 아스트라제네카, 산도즈, 다이이찌산쿄, GSK, 인타스 등 현재까지 7개 글로벌 제약사와 계약을 맺었다. 2026년 8월에도 새로운 글로벌 제약사와 최대 3억 6,500만 달러(약 5,219억 원) 규모의 추가 계약을 체결했다.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2,159억 원, 영업이익 1,069억 원을 달성하며 전년 대비 영업이익 275%가 폭증했다. 별도기준으로는 매출 2,021억 원, 영업이익 1,148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Thedailymoney

2026년 2분기 큐렉스 매출은 4억 6,300만 달러(약 6,621억 원)로 집계됐다. 전체 키트루다 매출에서 큐렉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1분기 1.6%에서 2분기 5.5%로 3.9%포인트 높아졌다. 키트루다의 SC 제형 전환율이 보수적으로 40% 수준으로 추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장 여지가 크다. Asiae

삼성증권은 큐렉스 매출이 2026년 19억 달러에서 2027년 101억 달러, 2028년 169억 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ALT-B4 물질특허는 미국에서 2043년 초까지 유효해 장기 로열티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Newspim

누적 기술수출 규모는 이미 12조 원을 돌파했다. 코스닥 시총 1위를 넘어 코스피 이전 상장도 2026년 내 추진이 공식화됐다.


투자 관점에서 보는 포인트

알테오젠의 구조는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기술 하나를 플랫폼화해서 반복적으로 라이선스아웃하는 방식. 단순히 기술을 팔고 끝나는 게 아니라, 상업화 이후 판매 마일스톤과 로열티가 지속적으로 흘러들어오는 구조다.

긍정 측면은 세 가지다. 세계 매출 1위 항암제에 기술이 탑재된 레퍼런스, 2043년까지 유효한 특허 방어선, 그리고 ADC(항체-약물 접합체)·비만치료제 영역으로의 ALT-B4 플랫폼 확장 가능성이다.

리스크도 있다. 2026년 1분기는 기저효과로 전년 대비 매출·영업이익이 감소했다. 대형 기술수출 계약 없이는 분기 실적 변동성이 크다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키트루다 큐렉스 로열티 수익이 실제로 얼마나, 언제부터 들어오는지가 핵심 관전 포인트다.

박순재 대표는 영화감독을 꿈꿨다. 결국 이 회사의 이야기 자체가 영화가 됐다. 자본금 5억 원에서 누적 기술수출 12조 원. 대기업에 밀려 방향을 틀었더니, 세계 매출 1위 항암제를 바꾸게 됐다.

피하주사 플랫폼, 키트루다 큐렉스 로열티, 2043년 특허 해자 — 이 세 키워드가 알테오젠을 설명하는 가장 정확한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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