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비디아에 이어 두 번째 심판이 나왔다.
브로드컴 3분기 매출 295.9억 달러, 전년 대비 +85.5%. AI 반도체 매출은 167억 달러로 +221%다. 4분기 AI 매출 가이던스는 217억 달러. 반도체 부문 전체가 +127.4% 성장했다. 커스텀 AI 가속기와 네트워킹 수요가 매우 견조하다는 코멘트가 붙었다.
이 실적의 의미는 엔비디아와의 조합에서 나온다. 엔비디아는 범용 GPU, 브로드컴은 빅테크 커스텀 칩이다. 구글 TPU, 메타 Iris 같은 자체 칩 흐름의 수혜자가 브로드컴이다. 둘 다 폭발적으로 성장했다는 건 GPU와 커스텀 칩이 서로를 잠식하는 게 아니라 시장 자체가 커지고 있다는 증거다. 그리고 어느 쪽 칩이 이기든 메모리는 양쪽 모두에 들어간다.
스노우플레이크도 터졌다. 시간외 +20%. 매출·가이던스 동반 상향에 순매출유지율 126%. AI 부문 매출 급증으로 성장률이 3분기 연속 가속됐다. 인프라(브로드컴)와 소프트웨어(스노우플레이크)가 같은 날 서프라이즈를 냈다. AI 수익화가 하드웨어를 넘어 데이터 계층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신호다.
다만 미국 시장 내부에서는 로테이션이 감지됐다. 엔비디아·델은 3% 오르는데 팔란티어·팔로알토·크라우드스트라이크·서비스나우가 3% 빠졌다. AI 하드웨어로 다시 쏠리고 소프트웨어·보안에서 돈이 빠지는 흐름이다. 같은 AI 안에서도 실적 증명의 강도에 따라 옥석이 갈리고 있다.
그런데 코스피가 6,562로 빠졌다.
전날 6,835에서 270포인트 하락이다. 코스닥 803. 닛케이는 64,325로 더 크게 밀렸다. 브로드컴이 +221%를 찍은 날 아시아가 급락한 이유는 실적이 아니라 매크로다.
유가 90.71달러. 10년물 4.796%. MOVE 79.71로 채권 변동성이 이달 최고까지 올라왔다. 호르무즈 타격과 이란의 보복 예고, 그리고 일본 금리 인상 경계가 겹쳤다. 닛케이의 낙폭이 코스피보다 큰 게 그 증거다. 엔달러 158.72. 엔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9월 일본은행 회의를 앞두고 엔캐리 청산 경계가 아시아 전반의 포지션을 줄이게 만들고 있다.
여기서 환율을 봐야 한다. 원달러 1,359원. 지수가 270포인트 빠진 날에도 원화는 또 연중 최저를 경신했다. 이건 이상한 조합이 아니다. 원화 강세 자체가 국내 금리 인상 기대를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과의 금리 스프레드 축소 전망이다. 단기적으로 지수엔 부담이지만, 통화가 강해지는 나라의 자산은 결국 재평가된다. 대한항공 외국인 보유율이 23.95%로 또 올라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수 급락일에도 외국인은 개별 종목을 사고 있다.
전날 확인한 선행 PER 5.63배에 이 하락을 얹으면 배수는 더 내려간다. 매크로 공포가 가격을 누르고, 실적이 추정치를 밀어올리는 구간. "모두가 매크로를 무서워할 때 성장이 훼손되지 않은 기업을 찾아야 한다"는 시각이 정확히 이 지점을 가리킨다. 브로드컴 +221%는 성장이 훼손되지 않았다는 증거고, 코스피 -270포인트는 공포의 가격이다.
우크라이나 쪽에서는 트럼프가 푸틴과 평화협정 목적의 정상회담 의향을 밝혔다. 성사되면 유럽발 리스크 하나가 정리 국면으로 간다. 이란에 대해서는 핵무기 불용 강경 입장을 재확인했다. 중동은 9월 8일 시한까지 긴장이 유지된다는 뜻이다.
한 가지만 묻는다.
브로드컴 AI 매출 +221%. 스노우플레이크 +20% 급등. AI의 이익 증명은 이번 주에도 계속됐다. 그런데 코스피는 유가와 금리와 엔화 때문에 270포인트를 반납했다.
이익의 방향과 가격의 방향이 다시 갈라진 날이다. 7월에도 같은 갈림이 있었고, 그때 가격을 따라간 사람은 바닥에서 팔았다.
9월 8일, 10일, 11일. 매크로의 관문이 일주일 안에 몰려 있다. 이 관문들이 공포를 확인시키는 자리가 될지, 공포를 해소하는 자리가 될지. 이익을 믿는 쪽과 가격을 믿는 쪽, 이번에는 누가 맞는가.
※ 이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