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밸류에이션 숫자가 극단까지 왔다.
코스피200 PER 6.2배. 10년 내 하위 1% 수준이다. HW·반도체 업종은 50% 이상 저평가로 판단됐다. 일주일 전 확인한 선행 PER 5.63배에 이어, 지수가 7,000 문앞까지 올라온 지금도 배수는 역사적 바닥권이다. 이익 추정치가 주가보다 빠르게 올라가는 구조가 계속되고 있다는 뜻이다.
버블위험지수(BRI)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 0.52로 급락하며 2025년 10월 이후의 버블 영역에서 리셋 국면으로 전환됐다. 7월의 폭락이 만든 역설이다. 지수는 두 달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는데, 과열의 흔적은 청산됐고 배수는 바닥이 됐다. 같은 7,000이라도 작년의 7,000과 체질이 다르다는 게 숫자로 확인된 셈이다.
원화 강세와 외국인의 관계도 재확인됐다. 역사적으로 원화 강세는 외국인 자금 복귀의 신호다. 원달러 1,341원. 외국인 매도세는 약화됐다. 자사주 매입이 지수를 방어하는 동안 외국인이 돌아올 자리가 마련되고 있다.
수요 쪽에서는 새로운 축이 하나 등장했다.
테슬라가 9월 핵심 공급업체에 옵티머스 약 5,000대를 첫 대량 발주했다. 2026년 내부 출하 목표는 1~2만 대다. 휴머노이드가 전시회 데모를 넘어 공급망 발주서로 넘어온 첫 장면이다.
이게 왜 메모리 이야기인가. 로봇 한 대는 걸어다니는 엣지 AI다. 카메라·센서가 만드는 데이터를 온디바이스로 처리하려면 메모리와 스토리지가 필요하고, 로봇 군집을 학습시키려면 데이터센터가 또 필요하다. World Labs의 Atlas 같은 3D 복원 모델이 로봇 시뮬레이션에 쓰이는 흐름과 연결된다. AI 수요의 세 번째 층(디지털 → 에이전트 → 피지컬)이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컴퓨팅 수요 24배 전망에 들어있던 월드모델·물리세계 진입이 발주서가 됐다.
삼성전자는 High-NA EUV를 2028년까지 DRAM 양산에 업계 최초로 도입한다는 목표를 내놨다. 6nm 이하 공정 확장이다. 사이클이 소멸된다면 그 다음 경쟁은 기술 격차다. 중국 CXMT가 물량으로 쫓아오는 동안 삼성은 장비 세대를 앞서가는 길을 택했다. High-NA 도입은 후공정·소부장 투자 사이클에도 새 층을 얹는다.
AI 인프라 금융에서는 협상력 역전이 보고됐다. MS 등 클라우드 업체가 CoreWeave 같은 네오클라우드에 더 많은 협상력을 내주고, 엔비디아·AMD가 신용보증까지 서고 있다. 컴퓨팅을 가진 쪽이 갑이 되는 시대다. 광통신에서는 코닝이 버라이즌과 2027~2032년 1.29억km 광섬유 공급계약을 맺었고, 시에나는 가이던스를 네 번째 상향했다. AI 트래픽이 네트워크 계층의 장기계약으로 번지고 있다.
매크로는 다시 조여오고 있다.
WTI 93.96달러. 브렌트 98.84달러. 100달러가 다시 눈앞이다. 9월 8일 시한이 타결 발표 없이 지나가면서 유가가 협상 불확실성을 반영했다. 10년물 4.806%. 4.8%를 넘어섰다. 금 4,406달러. 내일 PPI, 모레 CPI를 앞두고 유가와 금리가 가장 부담스러운 위치에 서 있다.
미국 SW 대비 HW 상대강도는 8월 저점 이후 반등 중이다(65.3→79.2). 100 이하에서는 HW 비중 확대가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로테이션의 방향은 여전히 하드웨어, 즉 한국 쪽이다.
닛케이 65,269. 엔달러 153.99. 엔 강세가 이어지며 일본이 눌리고 있다. 대한항공 외국인 보유율은 24.67%. 매집은 오늘도 계속됐다.
OpenAI는 7대 수학 난제인 Navier-Stokes 문제 해결을 주장하는 165페이지 논문을 공개했다. 검증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ASTRA 이후 AI의 지적 능력 과시가 이어지고 있다. AI 수요의 천장이 어디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 그것이 사이클 소멸론의 근거다.
한 가지만 묻는다.
PER은 10년 내 하위 1%이고, 버블지수는 리셋됐고, 원화는 복귀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리고 로봇이라는 세 번째 수요층이 발주를 시작했다.
반대편에는 유가 99달러와 금리 4.8%, 그리고 모레의 CPI가 있다.
하위 1%의 배수는 두 가지 중 하나다. 시장이 아직 발견하지 못한 가치이거나, 시장이 이미 알고 있는 위험이거나. 두 달간의 증거는 어느 쪽을 가리키고 있는가. 그리고 모레 밤, CPI가 그 답을 바꿀 수 있는가.
※ 이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