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젯밤 CPI가 판정을 내렸다.
8월 CPI 전월 대비 +0.4%, 전년 대비 3.4%. 헤드라인은 예상에 부합했다. 문제는 Core다. +0.3%로 예상을 웃돌았다. 연간 2.4%. 휘발유가 한 달에 3.9% 오르며 상승분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고, 연간 기준 연료비는 +28%, 디젤은 +52%다. 에너지가 물가를 밀어올리는 것까지는 각오했지만, 에너지를 뺀 기조 물가까지 가속한 게 결정타였다.
시장이 즉각 반응했다. 다음 주 9월 16일 FOMC의 금리 인상 확률이 70% 안팎까지 올라왔다. 두 달 전 "인상 불필요" 내러티브가 자리잡았던 시장이 이제 인상을 기본 시나리오로 받아들이고 있다. 워시가 잭슨홀에서 말한 "확신이 없으면 추가 대응"이 다음 주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베센트의 Core 안정론이 기댔던 마지막 기둥이 어젯밤 흔들렸다. Core 2.5%에서 2.4%로 내려왔지만 월간 모멘텀이 +0.3%으로 가속했다. 유가발 비용이 운송·서비스로 번지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디젤 +52%는 트럭 운임이 되고, 트럭 운임은 모든 물건의 가격이 된다.
그리고 오늘 새벽, 유가에 결정타가 또 나왔다. 사우디 동서 파이프라인이 폐쇄됐다. 하루 700만 배럴 수송 중단이다. 후티 반군은 예멘 홍해 연안 전체를 장악했다. 호르무즈가 막힐 때를 대비해 만들어진 우회로가 파이프라인인데, 그 파이프라인이 막혔다. WTI 99.99달러, 브렌트 104.42달러. 트럼프는 국방생산법 발동으로 석유 정제 능력 확대를 검토 중이다. 전시 수준의 대응이다.
금리는 이미 답을 내고 있다. 2년물 3.913%. 하루 만에 7bp 급등. 10년물 4.975%로 5% 목전. 30년물 5.354%. 다음 주 인상을 채권이 먼저 가격에 넣었다. "시장 금리 급등이 인상 효과를 상당 부분 대신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연준이 올리기 전에 시장이 먼저 조였다는 뜻이다.
이 국면에서 한국 시장을 본다.
코스피 6,909. 7,000에서 120포인트 반납했다. 그러나 이 매크로에서 이 낙폭이면 선방을 넘어 이례적이다. 닛케이는 64,011로 훨씬 크게 밀렸다. 원달러는 1,341원. 지수가 빠져도 원화는 강세를 유지했다. 두 달간 반복된 패턴이다. 자금은 한국을 떠나지 않고 있다.
버티는 이유가 산업 뉴스에 있다. 오픈AI 아스트라가 수요 폭증으로 연산자원이 부족해 월 200달러 신규가입을 중단했다. 돈을 내겠다는 고객을 못 받는 상황이다. AI 수요의 천장이 어디인지 모른다는 사이클 소멸론의 실시간 증거가 또 하나 쌓였다. 바이코는 AI 인프라 수요 대응을 위해 100만 평방피트 신규 팹을 매입했다.
정유는 이 유가의 직접 수혜다. SK이노베이션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됐다. 2026년 상각전영업이익 11조원 전망이다. 유가 100달러, 디젤 +52%, 러시아·사우디 공급 차질. 정제 설비를 가진 쪽의 시대다. 씨에스윈드 52,800원, 두산에너빌 90,800원. 에너지·전력 인프라의 신고가 행진은 매크로 충격 속에서도 멈추지 않았다.
기묘한 뉴스도 있었다. 이란이 미국 AI를 활용해 미 해군 함정 공격 타겟팅 자료를 만들었고, 중국 인민해방군의 AI가 군수시설 감시영상을 유출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AI가 전장에 들어왔다. 젠슨 황이 지목한 "AI 사이버보안이 차세대 핵심 시장"이라는 말이 일주일 만에 사건으로 증명된 셈이다.
다음 주가 분수령이다.
9월 16일 FOMC. 인상 확률 70%. 같은 주에 일본은행 회의가 있다. 미국이 올리고 일본도 올리면, 글로벌 유동성의 조수가 동시에 빠지는 조합이다. 엔달러 153.55. 엔캐리 청산 경계가 이미 엔을 밀어올리고 있다.
그러나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이번 인상 사이클의 성격이다. 2022년의 인상은 수요를 죽이는 인상이었다. 지금 논의되는 인상은 에너지 쇼크에 대한 방어적 인상이다. 그리고 그 에너지 쇼크의 근원인 중동은 협상 테이블이 살아있다. 유가가 꺾이는 순간 인상의 명분도 함께 꺾인다. 파이프라인은 복구되고, 전쟁은 끝나지만, 아스트라의 대기줄은 사라지지 않는다.
코스피 선행 PER은 이 조정으로 다시 5배대로 내려간다. 두 달간 시장은 매크로의 관문을 지날 때마다 더 싼 배수와 더 높은 이익을 들고 돌아왔다. 다음 주 FOMC는 그 시험의 최종 관문이다.
한 가지만 묻는다.
CPI는 연준의 손을 들었고, 유가는 100달러이고, 다음 주 인상 확률은 70%다. 두 달간의 낙관이 가장 크게 시험받는 주말이다.
그런데 같은 날, AI 회사는 손님이 너무 많아 가입을 중단했고, 정유사는 신용등급이 올랐고, 원화는 1,341원을 지켰다.
금리가 오르는 세계와 이익이 오르는 세계. 다음 주 수요일 밤, 연준이 방아쇠를 당긴 후에도 이 두 세계는 공존할 수 있는가. 7월의 학습이 맞다면, 공포의 정점은 언제나 다음 구간의 출발선이었다.
※ 이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