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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일기] 석 달 만에 같은 공포 · 같은 가격표 — 달라진 건 증거의 양이다

by 우노디야 2026.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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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이름이 시장을 때렸다.

CXMT가 4F² D램 기술을 발표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급락했다. 코스피 6,035. 7월 28일의 저점 6,023이 눈앞이다. 기시감이 드는 게 당연하다. 그 7월 폭락의 방아쇠도 CXMT발 중국 메모리 공포였다. 석 달 만에 같은 이름이 같은 자리로 시장을 끌고 내려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반론이 같은 날 함께 나왔다. 기술 구현과 대량 양산은 별개의 문제다. CXMT는 DDR5 서버용 메모리를 연말 출시한다지만 양산 수율·원가·고객사 인증은 전부 미공개다. 서버용은 24시간 안정성 인증이 필요한 시장이다. 그리고 HBM의 경쟁력은 셀 크기가 아니라 적층기술·발열관리·패키징·고객 인증의 종합이다. 4F² 발표가 한국의 첨단 HBM을 당장 위협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미장이 그 반론에 동의했다. SOX지수 -2.6%로 출발해 보합 마감. CPU·전력반도체·광인터커넥트가 반등을 주도하며 반도체가 소프트웨어 대비 우위로 하루를 닫았다. 공포로 열고 검증으로 닫은 것이다. 7월과 10월의 차이가 여기 있다. 7월엔 공포가 레버리지 청산을 불렀고, 10월엔 공포가 당일 반론을 만났다.

현 국면의 정확한 진단도 나왔다. 메모리 반도체는 지금 EPS 하향 없이 멀티플만 조정 중이다. 학습→추론, P사이클→Q사이클 전환 과정의 밸류에이션 소화 구간이라는 것이다. 이익 추정치가 꺾이는 조정과 배수만 눌리는 조정은 질이 다르다. 전자는 사이클의 끝이고, 후자는 손바뀜이다. HBM4 3배 가격과 마이크론 +379%가 버티고 있는 한, 지금의 하락은 후자의 문법이다.


유가에 불씨가 되살아났다.

트럼프가 이란 문제로 이스라엘과 전쟁 재개를 논의 중이다. 네타냐후가 이스라엘 총선 전 공격 재개를 희망하고 있고, 후티의 사우디 공격까지 겹쳤다. 브렌트 106.46달러. 선거 직후 합의라던 이란 시나리오에 전쟁 재개라는 반대 시나리오가 다시 올라온 것이다. 중동은 아직 끝난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의 대응은 이번에도 공급이다.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발동해 텍사스 델렉 정유공장 증설을 추진한다. 하루 7만5천 배럴 규모다. 전시 입법으로 정유 캐파를 늘리는, 9월에 검토만 하던 카드가 실행에 들어갔다. 유가와의 전쟁은 수요 억제가 아니라 공급 확대로 치르겠다는 일관된 전략이다.

눈에 띄는 정책 변수가 하나 더 있다. 미 국토안보부가 H-1B 등 취업비자 연장 시 '이전 승인 존중' 규정 폐지를 추진한다. 연간 20만8천 건이 영향권이고 그 75%가 H-1B다. 반도체 인력난이 새 병목으로 떠오른 시점에 미국이 외국인 기술인력의 문을 좁히는 것이다. 미국 팹 증설의 속도를 늦출 수 있는 변수이자, 역설적으로 한국·대만 본토 팹의 상대 가치를 높이는 변수다.

국내 전력 인프라는 수급 유탄이 이어졌다. 두산에너빌 69,800원. 9월 고점 90,800원에서 23% 조정이다. 수주 잔고와 원전 합의는 그대로인데 외국인 매도가 가격을 눌렀다. "하락장에서 외국인이 떠날 때는 버티지 말고 한발 물러나 흐름을 관찰하라"는 조언이 나오는 국면이다. 다만 관찰과 이탈은 다르다. EPS가 꺾였는지, 배수만 눌렸는지 — 그 구분이 관찰의 전부다.

원달러 1,342원. 코스피가 7월 저점권인데 환율은 7월(1,514원)과 비교할 수 없이 강하다. 같은 6,000선이라도 7월의 6,023과 10월의 6,035는 다른 세계다. 그때는 환율·유가·금리가 모두 적이었고, 지금은 수급 하나만 적이다.


한 가지만 묻는다.

CXMT는 석 달 만에 같은 공포를 재공연했고, 코스피는 7월 저점의 문 앞에 다시 섰다. 그런데 이익 추정치는 그대로이고, 환율은 강하고, 미장 반도체는 당일에 공포를 소화했다.

7월 28일, 6,023에서 판 사람과 산 사람의 석 달은 완전히 달랐다.

같은 가격표가 다시 걸렸다. 달라진 건 증거의 양이다 — HBM4 3배 가격, 마이크론 87% 마진, 2028년까지의 공급 부족. 이번에는 어느 쪽에 서겠는가.


※ 이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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