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 재우고 나면 딱 그 시간이다.
온 집 안이 조용해지고, 형광등 꺼진 거실에 핸드폰 화면 하나만 빛나고 있는 그 순간. 옆에는 반쯤 식은 커피, 귀에는 백색소음. 이게 내 투자 공부 시간이다. 웃기지도 않지?
근데 이 시간이 나한테는 꽤 소중하다. 하루 중에 내 머리가 나만을 위해 돌아가는 유일한 시간이니까.
30분 안에 종목을 골라야 한다는 현실
퇴근하고 밥 먹고, 아이 목욕시키고, 재우다가 나도 잠깐 졸았다 깨면 이미 밤 11시다. 그 상태에서 재무제표를 펼친다? 솔직히 글씨가 눈에 안 들어온다.
차트 보려다가 차트가 흔들리는 건지 내 눈이 흔들리는 건지 모를 때도 있다.
그래서 필요한 건 분석 능력이 아니라 어디를 볼지 좁혀주는 도구다. 수천 개 종목 중에서 "일단 이것들만 봐라"를 정해주는 필터. 그게 없으면 30분이 그냥 스크롤로 끝난다.
MVP 점수가 뭔데?
아이투자에서 만든 스코어링 시스템이다. "이 종목, 살 만해?"를 100점 만점 숫자 하나로 보여준다.
세 가지를 종합한다.
수급(Market), 밸류에이션(Valuation), 수익창출력(Earning Power). 이 세 글자를 모으면 MVP다. 이름도 직관적이다.
각각 뭘 보는지 짧게 정리하면, 수급은 지금 기관이나 외국인 돈이 들어오고 있는지, 밸류에이션은 지금 가격이 합리적인 수준인지 PER·PBR 기준으로 따지고, 수익창출력은 이 회사가 실제로 돈을 잘 버는 구조인지 ROE와 이익 성장성으로 판단한다.
세 가지 다 고점수면? 좋은 종목일 가능성이 올라간다. 물론 세상에 100% 보장은 없지만, 스크리닝 단계에서 쓸모없는 후보를 걷어내는 데는 꽤 효과적이다.
2026년 3월 24일 기준 MVP 상위 20선 — 뭐가 보이나
이번 주 결과를 보면 몇 가지 흐름이 눈에 띈다.
1위 에스엔에스텍 (92점) — 수급 91, 밸류에이션 95, 펀더멘털 89. 세 항목이 다 고르게 높다. PER 30.0에 ROE 19.2%면 성장주 치고 밸류에이션이 과하게 부담스럽지 않다. 반도체 소재 계열인데, 요즘 이 섹터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다.
2위 실리콘투 (88점) — 밸류에이션 100점, ROE 39.4%. 이 숫자가 눈에 박혔다. 코스메틱 유통 플랫폼인데 ROE가 이 정도면 사업 모델이 굉장히 효율적이라는 뜻이다. 단순히 물건 파는 게 아니라 뭔가 구조적인 해자가 있다는 느낌.
3위 HD현대에너지솔루션 (87점) — 수급 92점, 등락률 +3.3%. 요즘 에너지 섹터로 자금이 몰리는 게 데이터로 보인다. 단가가 135,300원으로 좀 있지만 PBR 3.6이면 거품 수준은 아니다.
나머지 상위권도 훑어보면 반도체 소재, 에너지, 전자부품 계열이 많이 올라와 있다. 지금 시장이 어느 방향을 보고 있는지 이 리스트 하나로 꽤 읽힌다.
이 점수를 어떻게 쓰는가 — 내 루틴
MVP 점수는 매수 신호가 아니다. 출발점이다.
나는 일주일에 한 번, 보통 화요일 밤에 상위 20선을 체크한다. 여기서 80점 이상이면서 ROE 15% 이상인 종목만 추린다. 그러면 보통 5~8개가 남는다.
그 다음엔 그 종목들 최근 뉴스만 빠르게 훑는다. 뭔가 이상한 게 없으면 관심 종목 리스트에 올려두고, 실제 매수는 차트 흐름이나 시장 분위기 보면서 따로 결정한다.
전체 시간이 30분을 넘지 않는다. 이게 현실적인 루틴이다.
아이 재우고 난 뒤 30분. 커피 한 잔 식기 전에 다음 주 관심 종목 완성. 이것만 해도 충분히 앞서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방향이 맞으면 된다
완벽한 분석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소파에서 핸드폰으로 30분이다.
그 30분을 낭비 없이 쓸 수 있게 해주는 도구가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MVP 점수는 내가 아이 키우면서도 투자를 포기 안 하게 해주는 도구 중 하나다.
방향이 맞으면 됐다. 조금씩, 꾸준히.
"투자는 IQ 160이 IQ 130을 이기는 게임이 아니다. 감정을 통제하는 사람이 이긴다." — 워런 버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