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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일기] 직원 글 한 줄에 통근버스를 없앤 창업자 — 지분 4%의 은둔자가 만든 10조 회사

by 우노디야 2026.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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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창업자 이해진의 가장 극단적인 경영 결정 중 하나는 사내게시판 글 한 줄에서 비롯됐다. 2012년 '삼성에서 일하다가 편하게 지내려고 NHN에 왔다'는 직원의 글을 본 순간, 그는 회사 내 모든 편의 시설을 철거하기로 결심했다. 통근버스·사내 동호회 지원·회의실 소파까지 일시에 사라졌다. 삼성생명 부사장 아들로 태어나 네이버를 창업했지만 지분은 4%만 보유하고, 대부분의 직원이 한 번도 본 적 없을 만큼 은둔형 경영을 고수하면서도 매출 10조 원 돌파라는 기록을 세운 인물의 면모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창업 스토리

네이버의 시작은 벤처 붐이 한창이던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SDS에 재직 중이던 이해진은 사내 공모를 통해 '웹글라이더'라는 사내벤처팀을 구성했다. 당시 삼성이 운영하던 PC통신 서비스 유니텔의 검색엔진이 네이버의 전신이었다. '정보의 바다를 항해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브랜드명에는 이해진의 핵심 철학이 담겨 있었다. 일반인도 원하는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게 된다면 검색이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창업 8인방의 현재 행보도 흥미롭다. 한 명은 경기 안성에서 2,000평 밭을 일구며 감자 농사를 짓고 있고, 유일한 여성 멤버 김보경은 아동도서 출판사를 운영 중이다. 네이버 '지식iN'과 '쥬니어 네이버'가 그녀의 손에서 탄생했다.


성장과 위기

네이버의 첫 번째 터닝포인트는 2000년 한게임과의 합병이었다. 이 인연은 역삼동 호프집에서 비롯됐다. 서울대 86학번 동기이자 삼성SDS 입사 동기인 이해진과 김범수가 나눈 대화가 빅딜로 이어졌다. 한게임은 폭발적 성장으로 서버 비용과 인력 부족에 시달렸고, 네이버는 검색 기술은 갖추었지만 트래픽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두 회사의 합병은 적절한 타이밍의 결합이었다. 두 번째 혁신은 2000년 세계 최초 통합검색 출시, 2001년 국내 최초 검색광고 모델 도입이었다. 지식iN은 내공 포인트 시스템으로 사용자들의 경쟁심을 자극해 질 높은 정보 생산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냈다. 가장 극적인 반전은 2011년 일본 도호쿠 대지진에서 나왔다. 전화·문자·PC통신이 모두 두절된 상황에서 네이버는 라인의 방향을 '지인 간 커뮤니케이션' 중심으로 급선회했다. 전화번호 인증 기반의 친밀한 관계 중심 메신저는 일본인들에게 새로운 접근으로 다가갔고, 라인은 출시 1년 1개월 만에 5,000만 명, 이후 6개월 만에 1억 명을 돌파했다.


지금 뭐 하는 회사인가

네이버는 2024년 연간 매출 10조 7,377억 원을 달성하며 국내 인터넷 플랫폼 기업 최초로 매출 10조 원 시대를 열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2.9% 증가한 1조 9,793억 원이다. 사업 부문별로는 서치플랫폼 3조 9,462억 원, 커머스 2조 9,230억 원, 콘텐츠 1조 7,964억 원, 핀테크 1조 5,084억 원, 클라우드 5,637억 원 순이다. 특히 클라우드는 전년 대비 26.1% 성장해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현재 네이버는 AI 전환기에 놓여 있다. 서비스 전반에 걸쳐 On-service AI 전략을 본격 구현하는 단계이며,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인수 추진으로 암호화폐 시장 활성화 수혜도 기대되고 있다.


투자 포인트

네이버는 단순한 검색 회사를 넘어 한국 인터넷 생태계의 인프라로 자리잡았다. 국내에서 '인터넷 = 네이버'라는 등식이 성립할 만큼의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으며, 미국·중국 빅테크에 맞서는 독자적 생존 전략이 주효하고 있다는 평가다. AI 전환과 두나무 인수라는 두 가지 성장 동력이 맞물리며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다만 창업자가 지분 4%만 보유한 특이한 지배구조와 극단적 은둔형 경영 방식이 장기적으로 어떤 변화를 수반할지는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할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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