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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일기] 와이프 비상금 500만원, 코스피 -3%에도 안 판 이유

by 우노디야 2026.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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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500만원을 맡겼다

몇 달 전, 아내가 비상금이라며 500만원을 내밀었다. "당신이 주식 한다니까, 좀 불려봐."

별말 없이 받았는데, 그 뒤로 이 돈이 이상하게 더 무겁다. 내 돈이 빠지면 그러려니 하는데, 아내 돈이 빠지는 건 다른 문제다. 아이 재우고 빨간 화면 보면서 처음 드는 생각이 이 돈이라는 게, 나도 좀 웃겼다.

다행히 지금은 수익 중이다. 그래서 더 팔 수가 없었다.


새벽 5시, 퍼즐을 맞췄다

거실 불 안 키고 소파에 앉았다. 5시 조금 넘었다.

미국 마감부터 확인했다. S&P500 -1%, 나스닥 -1%. 한국만 빠진 게 아니라 같이 무너진 날이었다.

이유는 세 가지가 겹쳤다.

 

첫 번째는 이란이다. 트럼프가 내각 회의에서 협상 가능성을 흘렸다가 바로 뒤집었다. 기대했다가 실망한 시장이 낙폭을 더 키웠다. 솔직히 납득이 잘 안 되는 부분이다. 트럼프는 하루 걸러 말을 바꾸는 사람인데 시장은 아직도 그 말에 반응한다. 그런데 불확실성이 극도로 높은 구간에서는 노이즈 하나에도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유가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이어지면서 유가가 다시 올랐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수송의 약 20%가 지나는 파이프다. 이 파이프가 막히면 기름값이 오르고, 기름값이 오르면 물가가 오르고, 물가가 오르면 금리를 내리기 어려워진다. 금리가 내려가야 숨통이 트이는 성장주·기술주 입장에선 최악의 시나리오다.

 

세 번째가 그 금리 반등이었다. 유가 상승 → 인플레이션 우려 → 국채 금리 반등. 금리가 튀자 마이크론, AMD가 4% 넘게 빠졌고 메타는 -7%까지 내려갔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외국인 집중 매도를 당한 건 이 흐름의 한국판이었다.

외국인이 어제 판 게 3조 3천억인데, 그 중 전자·닉스만 약 2조 5천억이다. 기업이 나빠진 게 아니라 포지션 정리다. 고유가에 취약한 나라의 대형주를 들고 있을 이유가 없다는 냉정한 판단. 감정이 아니라 논리로 파는 것이다.

새벽에 이걸 혼자 읽으면서 퍼즐이 하나씩 맞춰지는 느낌이 든다. 이 시간이 좋다. 조용하고, 아직 집은 다 자고 있고.


한국카본, 팔지 않은 이유

내가 들고 있는 국내 주식은 한국카본 하나다.

LNG선 단열재를 납품하는 회사다. 여기서 흥미로운 역설이 있다. 호르무즈 봉쇄가 길어지면 LNG 수송 경로가 흔들리는 건 맞다. 근데 에너지 불안이 커질수록 각국이 LNG 인프라를 더 빠르게 늘리려 한다. LNG선 발주가 늘어난다는 얘기다. 단기 변동성과 중장기 수요는 방향이 다를 수 있다.

어제 시장이 빠진 이유가 이 회사의 펀더멘털을 건드린 게 아니라는 판단이 섰다. 그러니 손댈 이유가 없었다. 수익 중인 걸 빨간 날에 파는 것만큼 아까운 것도 없기도 하고.


출근 준비하면서

씻으면서 한 번 더 정리했다.

이란 협상 불발, 유가 상승, 금리 반등, 외국인 매도. 이 네 가지가 어제를 만들었다. 기업 실적이 무너진 게 아니다. 이 구분이 제일 중요하다. 매크로 리스크가 걷히는 순간 가장 먼저 올라오는 건 가장 많이 팔린 종목들이다.

4월 초 삼성전자 실적이 하나의 변곡점이 될 것 같다. 그 숫자가 나오기 전까지는 이 변동성이 계속될 수 있다. 지금처럼 간다. 건드리지 않고, 기다린다.

아내한테는 뭐라고 할까. "잘 되고 있어"라고 하면 될 것 같다. 사실이니까.


"자신이 왜 그 주식을 샀는지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면, 그 주식을 팔아야 할 때도 모른다." — 피터 린치 (Peter Ly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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