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모비스를 자동차 부품회사로만 알고 있다면 이 기업의 절반밖에 모르는 셈이다. 출발점은 자동차 부품이 아니라 컨테이너였다. 요트를 만들고 헬기를 제작했으며, 정주영 회장이 서산 간척지에서 사용한 해류 차단용 선박까지 제조한 회사가 지금의 현대모비스다.
창업 스토리
1977년, 정몽구가 아버지 정주영에게 경영 능력을 증명하겠다는 의지로 시작한 회사가 현대정공이다. 원래 이름은 '고려정공주식회사'였으나 1976년 설립 등기 후 현대정공으로 변경됐다. 자본금 2,500만 원으로 컨테이너와 H빔을 생산하며 출발했다. 단순 컨테이너로는 중국산에 밀릴 것으로 판단해 냉동컨테이너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방향을 잡았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창업 4년 만인 1980년 세계 1위 컨테이너 업체로 올라서며 1억 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했고, 23년간 총 266만 TEU를 생산해 세계 시장 점유율 30%를 기록했다.
성장과 위기
출범 2년도 채 지나지 않아 제2차 석유파동이라는 위기가 찾아왔다. 그러나 이 시기를 버텨내는 동시에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1980년 경일요트를 합병해 요트 사업에 진입했고, 1989년에는 국산 헬기 '현대헬기 1호기'를 제작했다. 국산 전차 '88전차'는 개념 설계부터 양산까지 7년 만에 완성하는 기술력을 보여줬다. 가장 큰 터닝포인트는 1990년대 갤로퍼 프로젝트였다. 당시 국내 SUV 시장 규모는 1만 대에 불과했지만 미쓰비시와 협력해 갤로퍼를 출시했고, 이것이 한국 SUV 시장 대중화의 신호탄이 됐다. 2000년 현대그룹 분리 과정에서 정몽구가 현대자동차그룹을 독립시키면서 또 다른 전환점이 찾아왔다. 현대정공은 완성차 생산을 포기하고 부품 전문회사로 변신했으며, 이때 사명을 현대모비스로 바꾸며 지금의 형태가 완성됐다.
지금 뭐 하는 회사인가
현재 현대모비스는 자동차 3대 핵심 모듈인 프론트엔드·샤시·칵핏 모듈을 전 세계에 공급하는 글로벌 부품사다. 전기차와 수소차 핵심 부품인 구동모터·배터리 시스템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2025년 매출 61조 원, 영업이익 3조 3,000억 원으로 모두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5년 1분기에만 해외 수주 실적이 3조 원에 달한다. 전 세계 30곳에 생산 거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글로벌 자동차 부품사 마그나를 제치고 세계 3위로 도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 포인트
현대모비스의 가장 뚜렷한 강점은 현대차그룹이라는 안정적 기반 위에서 글로벌 독립 경쟁력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전기차 전환기에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위치에 있어 중장기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연 2조 원 이상의 R&D 투자로 기술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는 점도 긍정적 신호다. 다만 현대차그룹 의존도가 높은 매출 구조와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성장에 따른 경쟁 심화는 함께 점검해야 할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