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G 하면 에쎄나 담배회사 정도로 인식되기 쉽지만, 이 회사의 뿌리는 1883년 개화파가 세운 조선 최초의 근대적 수출기업 '순화국'에 닿는다. 2006년에는 세계적인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의 적대적 인수 공격을 받기도 했다. 아이칸은 지분 6.6%로 시작해 자회사 인삼공사 매각과 부동산 처분을 압박했고,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까지 확보했다. 외국인 주주가 경영진과 적대적 관계인 채로 이사회에 진출한 국내 최초의 사례였다. KT&G는 자사주 소각 포함 2조 8,000억 원을 주주에게 돌려주겠다며 방어했고, 아이칸은 1년 만에 1,5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챙기고 철수했다.
창업 스토리
KT&G의 진짜 창업 스토리는 2017년에야 밝혀졌다. 일본 국회도서관에서 발견된 〈통상휘편〉이라는 문서가 계기였다. '순화국'은 1883년 개화파 주도로 세워진 조선 최초의 국영 담배회사였다. 기존에 알려진 1899년 삼정과보다 16년이나 앞선다. 외아문주사 김가진이 주임을 맡고, 일본을 다녀온 김용원이 발기한 서양식 담배 제조소였다. 조선의 재정 적자 해결을 위한 근대적 수출기업이었다. 기관 책임자 김가진은 훗날 독립대동단을 조직하고 임시정부에 참여하며 자금까지 지원했다. 그러나 1884년 갑신정변 실패로 개화파가 몰락하면서 순화국도 함께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성장과 위기
이후 1899년 대한제국 궁내부 내장원 삼정과로 담배 전매 제도가 재출발했다. 1921년 조선전매국 설치, 1987년 한국전매공사 전환, 1989년 한국담배인삼공사 출범, 2002년 민영화까지 120년 넘는 격동의 역사다. 첫 번째 터닝포인트는 1988년 서울올림픽과 함께 온 담배 시장 개방이었다. KT&G는 자체 브랜드실을 만들고 R&D에 투자했고, 그 결과가 에쎄였다. '삶의 본질'을 뜻하는 Essence에서 따온 이름으로, 슬림한 디자인과 저타르 콘셉트로 차별화했다. 2002년 1위 브랜드 '디스'를 제치고 판매량 1위에 올랐고, 2004년부터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외 누적 판매량은 9,000억 개비를 돌파했으며, 세계 초슬림 담배 시장 점유율 3분의 1을 차지하는 브랜드가 됐다.
지금 뭐 하는 회사인가
현재 KT&G는 세계 담배업계 5위 규모다. 2024년 연매출 6조 5,796억 원, 영업이익 1조 3,496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해외 궐련 매출이 29.4% 급증하면서 처음으로 글로벌 매출 비중(54.1%)이 국내를 넘어섰다. 가장 주목할 성과는 몽골이다. 2001년 진출 이후 23년 만에 몽골 담배 시장 점유율 50%를 달성했다. KT&G가 진출한 132개국 중 점유율 절반을 넘긴 곳은 몽골이 유일하다. 현지에서 에쎄는 타사 대비 고가임에도 '한국산은 고품질'이라는 인식으로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투자 포인트
KT&G는 안정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갖춘 구조다. 국내 담배 시장 점유율 68.1%로 독점에 가까운 지위를 유지하면서 해외 매출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며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에쎄라는 글로벌 히트 브랜드를 보유한 점이 핵심 경쟁력이다. 다만 담배 산업 특성상 ESG 이슈와 규제 강화는 지속적인 리스크 요인이다. 건기식·화장품 등 신사업 확장과 해외 시장 다각화가 이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