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요일 아시아 장은 예상대로 벌어졌다. 코스피가 갭하락 -3% 가까이 열렸고, 닛케이는 장 초반 한때 -5%를 넘기도 했다. 핸드폰 화면을 보는데 숫자들이 전부 빨간색이었다.
그 안에서 눈에 띄는 건 상하이였다. 유일하게 +0.24%로 플러스 마감했다. 미-이란 갈등 속에서 중국이 다른 포지션을 가져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장 중반에 트럼프가 에어포스원 기자회견에서 "파키스탄을 통한 간접 대화가 순조롭다"는 말을 흘렸고, 그게 낙폭을 일부 줄여줬다. 코스피는 결국 5,277.30(-2.97%), 코스닥은 1,107.05(-3.02%)로 마감했다.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2조 5,494억을 팔았다. 개인이 1조 5,632억으로 받쳤지만 역부족이었다. 10주선 위로 올려세웠던 흐름이 다시 무너지려 하고 있다.
파월이 말했다 — 유가 올라도 우리는 안 올린다
이날 가장 큰 이벤트는 따로 있었다. 파월 연준 의장이 하버드대 강의에서 입을 열었다.
요지는 이거였다. "에너지 가격 충격은 공급 측 쇼크다. 금리를 올려도 유가는 안 내려간다. 금리 인상 효과가 나타날 시점이면 유가 충격은 이미 끝나 있을 것이다. 지금 금리는 적절한 위치에 있고, 기다리겠다."
발언 직후 채권 시장이 즉각 반응했다. 10년물 금리가 한 번에 10bp 하락했다. 채권 기준으로 꽤 강한 움직임이다. 금리 인상 가능성이 50% 이상이었던 시장의 베팅은 파월 발언 직후 2.2%로 급락했다.
WTI 유가는 개전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2022년 러우전쟁 이후 처음이다. 그런데 연준이 이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했다.
지금까지 시장이 두려워했던 고리는 이거였다. 유가 상승 → 인플레 고착화 → 연준 금리 인상 → 기술주 추가 하락. 파월이 오늘 그 고리 하나를 끊었다. 시장은 이제 환호해야 맞는 거 아닐까?
그런데 왜 웃지 않는가
다우는 +0.11% 소폭 상승했지만, 나스닥은 오히려 -0.73% 하락 마감했다.
반도체 섹터가 발목을 잡았다. 마이크론 -10%, 웨스턴디지털 -9%, 샌디스크 -9%. 구글의 AI 연산 압축 알고리즘(터보퀀트) 여파가 아직 가라앉지 않았다. HBM 수요 감소 우려가 반도체 전체를 짓누르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섹터 흐름은 로테이션이었다. 금리 인상 우려가 빠지면서 JPMorgan, American Express, Blackstone 같은 금융주가 +1~3% 올랐고, 유틸리티도 강세를 유지했다. 반면 기술주는 하락을 이어갔다. NVDA는 장 초반 플러스에서 되밀렸다.
채권 금리는 파월 발언 직후 급락했다가 장 마감 즈음 소폭 되돌림이 나왔다. 10년물은 4.44%, 30년물은 4.97% 수준에서 마감했다. 방향 자체는 바뀌고 있다.
공포의 주소가 바뀌었다
이게 핵심이다.
파월이 금리 카드를 내려놓으면서 시장의 공포가 이동했다. 금리를 안 올리는 게 좋은 소식이 아니라, 경기둔화를 인정하기 때문에 못 올리는 거라는 해석이 자리를 잡고 있다.
금리 인상 공포에서 경기침체 공포로.
Moody's가 미국 경기침체 확률을 49%까지 올린 상황에서, 이 해석은 꽤 무겁게 들린다. S&P500은 6,343선. 고점 6,993 대비 -9.3%다. 200일선(6,633)을 한참 하회하고 있고, 다음 기술적 지지선으로 6,200선이 거론된다.
이번 주는 사실상 화~목 3거래일이다. 금요일이 굿프라이데이 휴장이라 3월 31일 소비자 신뢰지수, 4월 1일 ISM 제조업 PMI와 ADP 고용, 4월 3일 비농업 고용지표가 차례로 나온다. 그리고 4월 6일, 트럼프 이란 에너지 시설 공격 최후통첩 데드라인이다.
파월이 금리 카드를 접었으니 이제 변수는 이란 딱 하나다. 협상이 진전되느냐, 아니면 다시 강경 발언이 나오느냐. 시장이 그 하나에 집중되어 있다. 멘탈 관리 가능한 수준에서 버티는 것, 그게 지금 현실적인 전략이다. 4월 6일 전후 흐름을 보고 다시 정리하겠다.
"장기적으로 우리는 모두 죽는다. 경제학자들은 폭풍이 지나가면 고요해진다고 말한다. 하지만 폭풍이 너무 오래 지속된다면?" — 존 메이너드 케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