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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일기] 선배는 파이어족이 됐다, 나는 씨앗에 물을 준다

by 우노디야 2026.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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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의 전화, 그리고 나의 속도

오늘 오전,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선배에게 전화가 왔다.

"나 파이어족 됐다."

전화를 받자마자 터져 나온 첫 마디였다. 아, 이 사람. 역시 변함없다 싶으면서도,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선배를 처음 만난 건 몇십 년 전이다. 늘 테마주를 쫓고, 단타를 즐기고, 주변 사람들이 걱정할 만한 배팅을 거침없이 해왔던 사람. 그 선배가 1년 만에 전화를 걸어왔고, 말레이시아 이민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림이 그려졌다.

삼천당제약을 20만 원에 사서 3년을 기다렸고, 120만 원에 팔았다. 6배다. 삼천당제약으로 불린 주식 시드. 거기에 이미 보유하고 있던 세종 아파트2채 까지 전부 정리했다. 그 두 덩어리를 합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했다.  지금 예상되는 금액은 어림잡아 70~80억 언저리. 40대 중반, 상위 1%다. "운이 좋았어."

선배는 그렇게 말했다. 겸손인지, 진심인지, 아마 반반일 것이다.


전화를 끊고 한동안 멍하게 있었다.

얻어맞은 기분이라는 게 이런 건가. 아프지는 않은데, 뭔가 묵직하게 남는 감각. 선배가 틀린 것도 아니고, 내가 잘못 산 것도 아닌데, 그냥 타이밍이라는 게 존재한다는 사실이 새삼 실감 났다.

와이프한테도 물어봤다. "우리가 그때로 돌아가도 삼전, 닉스 샀을까?"

둘 다 답은 같았다. 아마 못 샀을 것 같다고. 반도체와 바이오는 내가 늘 경계해온 영역이었다. 공부가 부족하다는 걸 알았고, 모르는 곳에 큰돈을 넣는 건 내 방식이 아니었다. 올해 주식을 거의 손대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였다. 그런데 하필 올해 시장이 그렇게 달려버렸다. 엇박자. 딱 그 말이 맞다.


그렇다고 후회가 가득한 건 아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을 다시 꺼내본다.

책을 썼다. 앱을 만들고 있다. 이모티콘을 심사 넣고 있다. 웹툰을 그리고 있다. 일본어 콘텐츠를 쌓고 있다. 새벽에 일어나 루틴을 지키고 있다. 선배가 전화를 끊으면서 한 말이 있다. "열심히 해라. 거기서 남 부자 시켜주지 말고." 맞는 말이다. 다만 내가 열심히 하는 건 지금 당장 남에게 자랑할 숫자가 아니라, 5년 뒤에도 내가 통제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이다.

지금 내가 만지는 것들은 전부 씨앗이다. 지금 물을 주지 않으면 안 된다. 숫자가 빠르게 불지는 않지만, 뿌리가 자라고 있다는 감각은 있다.


선배의 행운이 나에게 오지는 않는다. 그걸 안다.

그렇다고 선배의 길이 정답이고 내 길이 오답인 것도 아니다. 선배는 배팅을 했고 맞았다. 나는 씨앗을 심고 있고, 아직 열매가 없다. 다만 씨앗은 살아있다.

사람마다 운의 타이밍이 다르다. 선배의 운이 지금 왔다면, 나의 운은 조금 늦게 도착하는 중인지도 모른다. 그전까지는 내 속도를 지키는 것이 맞다. 인정할 건 인정하자. 그리고 나만의 길을 걷자. 그게 최선이다.


"남의 행운이 나에게 오는 건 없다. 행운은 내가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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