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한은행이 조흥은행을 인수할 때 업계를 뒤흔든 반전은 이미 알려진 이야기다. 진짜 반전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단자회사에서 시작됐다. 1971년 한국투자금융이라는 단자회사의 창립 멤버였던 김승유가 20년 뒤 이를 은행으로 전환시키고, 다시 20년 뒤 국내 4대 금융그룹까지 키워낸 것이다. 하나금융그룹은 '실패작'에서 태어난 기업이다. 1991년 한국투자금융이 한국장기신용은행에서 분리되어 하나은행으로 출범한 것이 시작인데, 당시 한국장기신용은행이 한국투자금융을 감당하기 어려워 독립시킨 결과였다. 누구나 망할 것이라 예상했던 작은 금융회사가 50여 년 만에 시총 33조 원대 금융그룹이 됐다.
창업 스토리
1971년 한국투자금융이 탄생했다. 한국 최초의 순수 민간금융중개기관으로, 자주와 자율의 정신이 이후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김승유는 창립 멤버로 시작해 증권부장·영업부장·상무·전무·부사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1991년 한국투자금융을 은행으로 출범시키는 주역이 됐다. 단자회사에서 은행으로, 다시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한 이 궤적은 국내 금융사 중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
성장과 위기
첫 번째 전환점은 1991년 은행 출범이었다. 1995년 국내 은행 역사상 최단기간인 3년 9개월 만에 총수신 10조 원을 돌파했고, 국내 최초 프라이빗뱅킹 서비스를 도입하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진짜 반전은 IMF 외환위기 이후였다. 김승유는 1998년 충청은행을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1999년 보람은행·2002년 서울은행·2005년 대한투자증권을 잇따라 인수하며 자산 190조 원이 넘는 금융그룹을 일궜다. 당시 금융감독위원장 이헌재가 "우리보다 덩치 큰 은행을 무슨 수로 인수합니까?"라고 반문할 정도였던 충청은행 인수가 하나금융 역사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2012년 외환은행 인수는 또 다른 전환점이었다. 론스타와의 협상을 거쳐 자산 290조 원의 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론스타는 2003년 1조 3,834억 원에 사들인 외환은행을 2012년 3조 9,157억 원에 매각하며 4.6조 원의 차익을 남겼다.
지금 뭐 하는 회사인가
현재 하나금융지주는 하나은행·하나증권 등 14개 자회사와 손자·증손회사를 포함해 32개사를 보유하고 있다. 26개국 198개 네트워크를 구축한 글로벌 종합금융그룹이다. 시가총액은 33조 4,454억 원으로 국내 4대 금융지주 중 하나다. 2024년 1분기 연결 순이익은 1조 2,1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하나증권의 수수료이익은 같은 기간 145.3% 폭증했다. 2025년에는 1조 8,719억 원 규모의 역대 최대 주주환원을 실시했으며, 증권가에서는 2026년 총주주환원율을 51.4%로 전망하고 있다.
투자 포인트
하나금융지주의 가장 뚜렷한 강점은 M&A를 통한 지속적 성장의 DNA다. 김승유부터 시작된 인수합병 문화가 조직에 남아있고, 실적으로도 입증됐다. 50%가 넘는 총주주환원율은 금융주 투자자에게 분명한 매력 포인트다. 청라 이전 프로젝트를 통한 조직 효율성 개선도 중장기 긍정 요인으로 평가된다. 다만 덩치가 커진 만큼 과거와 같은 극적인 성장보다는 안정적 수익 구조에 방점을 두는 접근이 적합하며, 금리 변동에 따른 순이자마진 변화는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할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