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 4시에 알람 끄고 일어났다. 커피 내리면서 핸드폰 열었는데 알림이 와 있었다. 어젯밤 미국장 마감 숫자가 아니었다. 이란 대통령 발언 관련 뉴스였다.
잠이 확 깼다.
이란이 먼저 말을 꺼냈다
장 중반, 이란 국영 미디어를 통해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발언이 나왔다.
"이란은 전쟁을 끝낼 의지가 있다. 단 재발 방지에 대한 보장이 필요하다."
시장이 이 한 문장에 폭발했다. WTI 유가가 장중 급락으로 전환됐고, 10년물 금리가 4.44%에서 4.30%로 수직 하강했다. 반도체와 기술주가 일제히 반등하면서 나스닥 +3.83%. 5월 이후 최대 단일일 상승이다.
WSJ도 같은 날 트럼프가 호르무즈 재개방 없이도 종전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측근에게 밝혔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이란에서 같은 날 종전 신호가 동시에 나왔다.
한 달 동안 시장을 짓눌렀던 사슬
지난 한 달간 반등이 힘들었던 이유는 분명했다. 이란 전쟁 → 유가 급등 → 인플레 고착화 → 금리 인상 우려 → 기술주 폭락. 이 사슬의 첫 고리가 끊어지지 않는 한 시장이 올라설 수 없는 구조였다.
어제 파월이 "유가 올라도 금리 안 올린다"고 했고, 오늘 이란이 "전쟁 끝낼 의지 있다"고 했다. 이틀 만에 불안의 축 두 개가 동시에 흔들렸다. 채권시장도 빠르게 반응했다. 2년물, 10년물, 30년물이 나란히 내려왔다. 지난주 금요일 4.44%였던 10년물이 단 이틀 만에 14bp 빠졌다.
섹터 흐름은 그동안 가장 많이 빠진 곳이 주도했다. ON Semiconductor +10%, NVDA +5.6%, MSFT +3.1%. 항공과 여행도 살아났다. 유나이티드 항공 +8%, 카니발 +8%. 방산도 올랐다. 보잉 +5.2%, 캐터필러 +6%.
반대로 혼자 역행한 섹터가 있다. 에너지와 유틸리티 일부다. 전쟁이 끝나면 에너지 수요가 줄어든다는 판단이 선반영된 것이다. Constellation Energy -7%. 전쟁 국면에서 혼자 올랐던 섹터가 종전 신호에 혼자 빠지는 구조다.
어젯밤 한국장이 받지 못한 것
어제 코스피는 -4.26%, 코스닥은 -4.94%로 마감했다. 50일선이 뚫렸고 코스닥은 1,050선 붕괴 직전까지 밀렸다. 이 하락은 전날 미국 -0.39%를 받은 것이었는데, 어젯밤 미국이 +2.91% 급등한 걸 아직 반영하지 못한 상태다.
오늘 국내장 갭상승 출발이 예상된다.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2조 5,494억을 팔아온 흐름이 이어지고 있지만, 과거 패턴상 저점 구간에서 외국인 매수 전환이 나온 사례가 있다. 그 시점이 언제냐가 변수다.
S&P500은 6,528선으로 올라왔다. 고점 대비 -6.8%까지 회복됐다. 다만 200일선(6,633)은 아직 위에 있다.
이게 진짜라면, 아니라면
커피 한 잔 다 마시고도 이 질문이 계속 맴돌았다.
호르무즈는 아직 열리지 않았다. 유가는 여전히 WTI 100달러 위다. 공식 협상 발표가 나온 것도 아니다. 4월 6일 데드라인까지 닷새가 남았다. 이란 대통령의 발언이 실제 협상 테이블로 이어지면, 오늘 반등은 시작에 불과하다. 반대로 말 한마디로 끝나고 4월 6일에 트럼프가 다시 강경 발언으로 돌아서면, 오늘 상승분은 그대로 반납된다.
시장이 이 뉴스를 믿기로 결정했다. 나는 아직 반반이다.
"강세장은 비관론 속에서 태어나 회의론 속에서 자라고, 낙관론 속에서 성숙하며 행복감 속에서 사라진다." — 존 템플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