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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일기] 흑자 13조인데 부채도 206조 — 하루 이자 119억을 내는 한국전력 종목 공부

by 우노디야 2026.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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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만큼 극적인 역설을 품은 기업도 드물다. 1887년 조선 경복궁 건청궁에 아시아 최초로 전등이 켜졌다. 에디슨이 백열전구를 발명한 지 불과 8년 만에, 중국과 일본보다 2년 빠른 동양 최초의 전기 도입이었다. 2025년 창사 이래 최대 흑자 13조 원을 기록했지만, 부채는 206조 원으로 역대 최대가 됐다. 하루 이자만 119억 원을 내는 이 거대한 역설의 뿌리를 살펴본다.


창업 스토리

모든 것이 1883년 보빙사로부터 시작됐다. 민영익을 전권대사로 한 11명의 사절단이 미국 체스터 아서 대통령을 만나고 에디슨 전등회사를 견학했다. 에디슨이 전등을 발명한 지 4년 만의 일이었다. 고종황제는 사절단 보고를 받고 전등 설치를 허가했다. 3개월 후 에디슨 사에 공식 발주하며 아시아 진출을 노리던 에디슨과 의기투합했다. 전등 설치 비용은 2만 4,525달러로 2024년 가치로 환산하면 약 10억 원에 달한다. 1898년 1월 26일, 황실 100% 출자로 '한성전기회사'가 탄생했다. 고종은 에디슨에게 전기사업 독점권을 부여했고 미국인 콜브란에게 경영을 맡겨 서울 시내 전차·전등·전화사업을 전개했다.


성장과 위기

초기 전등은 '도깨비불'이라 불렸다. 발전기 공급이 불안정해 전등이 자꾸 깜빡거렸기 때문이었다. 향원정 연못 물로 증기 발전을 했는데 고온의 발전용수가 연못에 배출되자 비단잉어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사람들은 이를 '증어망국(蒸魚亡國)'이라 부르며 나라 망할 징조로 여겼다. 1961년 7월 1일, 조선전업·경성전기·남선전기 3사가 통합되어 한국전력주식회사가 발족했다. 진짜 터닝포인트는 2001년이었다. IMF 요구로 발전 부문을 6개 자회사로 분리했다. 전체 민영화를 시도했지만 캘리포니아 정전 사태 이후 여론이 악화되면서 발전 부문만 분리됐다. 이후 20여 년간 '경쟁을 전제로 설계된 구조'와 '경쟁이 제한된 현실'이 공존하는 어정쩡한 상태가 지속됐다.


지금 뭐 하는 회사인가

2025년 한국전력은 매출액 97조 원, 영업이익 13조 5,000억 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2021년부터 3년 연속 적자를 낸 한전이 4년 만에 흑자 전환한 것은 산업용 요금 인상과 국제 연료비 하락 덕분이다. 그러나 2025년 말 기준 부채는 206조 원이며 이자 비용은 하루 119억 원이다. 2021년부터 3년간 누적된 적자만 47조 8,000억 원에 달한다. 더 심각한 변수는 2028년이다. 한시적으로 확대된 한전채 발행 한도가 2027년 말 일몰되면서 90조 원에서 36조 원으로 급감한다. 연간 20조 원 규모의 만기 도래 채권을 재발행으로 연장해온 한전에게는 자금 조달 구조 자체를 흔드는 요인이다. 현재 시가총액은 약 17조 원이다.


투자 포인트

125년 전 고종황제의 전기 혁신 의지에서 시작해 200조 원대 부채와 13조 원 흑자라는 극단적 역설을 품은 거대 공기업이다. 2028년 사채 절벽이라는 새로운 시험대를 앞두고 있으며, 정부 정책 방향과 전력요금 구조 개편이 중장기 투자 판단의 핵심 변수다. 흑자 전환은 긍정적 신호지만 부채 구조의 근본적 개선 여부는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할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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