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 4시, 커피 내리면서 제일 먼저 확인한 게 코스피 숫자였다.
+8.44%.
잠깐 멈췄다. 한 번 더 봤다. 숫자가 맞았다. 단 하루에 400포인트 넘게 올랐다. 5,050에서 5,478까지. 3월 내내 짓눌렸던 게 하루 만에 터진 것 같은 반등이었다.
트럼프가 또 말했다, 이번엔 이란이 부인했다
오늘도 핵심은 이란이었다.
트럼프가 장 개장 전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렸다. "이란의 새 정권 대통령이 미국에 휴전을 요청했다." "호르무즈 해협이 열리면 고려하겠다." 시장은 또 상승 출발했다.
그런데 몇 시간 후 이란이 공식 부인했다. "우리는 휴전을 요청한 적 없다. 휴전은 이란에게 도움이 안 된다."
시장이 흔들렸다. 그런데 완전히 꺾이지는 않았다. 트럼프가 오후 대국민 이란 전쟁 연설을 예고한 게 분위기를 붙들었다. 결국 S&P500 +0.81%, 나스닥 +1.51%로 상승 마감했다. 3일 연속 상승이다.
다만 숫자가 말해주는 게 있다. 어제 +2.9%에서 오늘 +0.81%로 확연히 탄력이 줄었다. 시장이 트럼프의 말을 조금씩 할인해서 듣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코스피 +8.44%, 인버스가 하락 상위에 올라왔다
어제 아시아 전체가 3월 31일 미국 급등을 반영하며 일제히 폭등했다.
코스피 단일일 +8.44%는 숫자만 봐도 범상치 않다. 인버스 ETF가 하락 상위 종목에 올라온 것도 확인됐다. 숏 포지션 청산이 동시에 진행됐다는 뜻이다. 외국인 수급도 방향이 미묘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삼성SDI, 두산에너빌리티, LIG넥스원 중심으로 순매수 전환 신호가 감지됐다. 대세 전환이라고 보기는 아직 이르지만, 뭔가 달라지고 있다는 느낌은 맞다.
닛케이 +5.31%, 항셍 +2.04%, 상하이 +1.46%. 아시아 전체가 같은 방향이었다.
나이키 -13%가 보낸 신호
오늘 미국장에서 눈에 박힌 종목이 하나 있다.
나이키가 -13%였다. 가이던스가 예상치를 대폭 하회했다. 전쟁 리스크와 고유가가 만든 인플레가 소비 심리를 얼마나 짓누르는지 보여주는 숫자다. 기술주 반등이 이어지는 이면에, 실물 경기 우려는 여전히 살아있다는 경고등이다.
반대로 방산주는 계속 올랐다. 보잉 +3.6%, 캐터필러 +3.3%. 종전 기대감과 전후 재건 수요가 묶여서 움직이는 흐름이 이어졌다. OpenAI 신규 대규모 펀딩 소식도 AI 섹터 전반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채권이 말하는 것, 환율이 말하는 것
채권은 빠르게 안정되고 있다.
2년물, 10년물, 30년물이 나란히 하락했다. 지난주 금요일 4.44%였던 10년물이 3거래일 만에 4.28%까지 내려왔다. 16bp 하락이다. 채권 변동성 지표인 MOVE 지수도 -11.34%로 빠르게 안정화 중이다. "금리 인상 공포"는 사실상 가격에서 지워졌다. 이제 시장이 보는 건 경기 둔화 속도다.
환율도 흥미롭다. 달러원이 1,506.70으로 사실상 멈췄고, 달러 지수는 99.29로 약세 전환 중이다. 지금 원화는 펀더멘털 대비 약 -10% 언더슈팅 상태라는 분석이 나온다. 수출이 20~30% 증가하고 경상수지 흑자가 유지되는 구조인데 원화가 이렇게 약한 건 지정학 리스크가 만든 일시적 왜곡에 가깝다. 이란 리스크가 조금이라도 해소되면 달러원은 빠르게 1,480선 아래로 밀릴 수 있다.
오늘 밤 트럼프 연설, 시장의 다음 방향
S&P500은 6,581선. 200일선(6,633)까지 50포인트가 남았다. 이 선을 회복하느냐 아니냐가 다음 방향의 분기점이다.
오늘 트럼프 대국민 연설 내용이 관건이다. 협상 진전이 나오면 유가가 내려오고 추가 상승이 열린다. 강경 발언으로 돌아서면 이번 3일 반등이 흔들린다. 4월 6일 데드라인까지 이틀이 남았다.
커피 한 잔을 다 비우고 나서도 결론이 잘 안 잡혔다. 시장이 3일 연속 올랐다는 사실과, 탄력이 줄고 있다는 사실이 동시에 맞다. 나이키 -13%와 코스피 +8.44%가 같은 날 나왔다. 오늘은 그냥 이 두 숫자를 같이 기억해두는 게 맞을 것 같다.
아이 깨기 전에 뉴스 한 번 더 훑어야겠다.
"시장은 항상 어딘가 편향되어 있다. 문제는 그 방향을 찾는 게 아니라, 그 편향이 바뀌는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다." — 조지 소로스